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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롱 Feb 18. 2023

좋은 사람 없나요?

왜 혼자 다녀요?

얼마 전 혼자여행 카페에서 친해진 누나가 부산을 방문한다기에 함께 만나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여행 중에 "왜 혼자 다녀요?", "좋은 사람 없어요? 왜 카페에서 한번 찾아보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다.



누나, 왜 혼자 여행 다녀요?


자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구애받지 않고, 홀로 편하게 돌아다니며, 욜로를 즐기기에는 적합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한계치를 넘어 더 이상 혼자 다녀도 외움에 면역이 된 사람들이.


우리 카페를 보면, 사교성이 넘쳐흐르는 분이 계신가 하면(인싸 중에 인싸), 사교성이 없다 못해 바닥을 뚫고 내려간 사람도 있다(아싸 중에 아싸). 그리고 보통 사람은 감당하기 힘든 특이한 별종도 많으며, 이상한 사람은 발에 치인다.(저도 이상합니다. 네네)


내가 여행카페 스텝을 하면서 느낀 건, 혼자여행객 중에 45% 정도는 별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싱글 3040이고(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수시로 출국하는), 나머지 45%는 식들을 다 키우고 뒤늦게 여행의 맛을 알아버린 기혼 405060 사람들이고 나머지 10%는 20대들이다.(한창 같이 다닐 나인데 혼자여행에 관심이 생긴 걸 보면 정상아닌 건 분명하다.) 이들이, 혼자 다니는 이유는 일단, 여행스타일이 맞는 사람들이 너무 없고, 성격이 맞는 사람이나, [코드]가 맞는 사람이 없기에 혼자 다닌다는 게 이유였다. (여담이지만 특이하게 우리 카페는 이름도, 직업도. 나이도, 전화번호도 SNS도 묻지 않고 오로지 닉네임으로만 소통한다. 페내에서 친목질도 안된다. 물론 친해진 다음 SNS라던가 카카오톡이라던가 하는 개인사는 별개지만.)


누나도 범상치 않은데, 올해 잠깐 외국에 나갔다 올 것이라고 하길래, 3박 4일이나 4박 5일쯤이나 되는 줄 알고, "누나 좋은데 가면 저도 좀 데려가세요"라고 말했더니 무려 1 달반이나 캐나다로 간단다. 직장에 얽매인 삶을 사는 나에겐 불가능. "양손은 무겁게 돌아오세요"라는 말과 함께 아쉬움을 전했다. 이번 부산여행도 그렇다. 얼마 전부터 카페에 스탬프투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그중 등대스탬프 투어를 마무리하기 위해 부산을 들렀다고 한다.(완주 시 주는 메달이 탐다나...) 아무튼 "받으면 집구석에 버려둘 거잖아요"라고 말하니, 그저 웃는다. 그렇다면 멀리 부산까지 오는데 여행 계획은 있느냐? NO. 무계획이다. 친구나 지인이 시간이 되면 만나고 아니면 혼자여행하고. 무엇이 있는지 조사도 안 하고 왔다. 가끔 인터넷에서 글을 보다 괜찮다 싶은 곳이 있으면 무작정 지도에 기록해 두고 그 지역을 찾을 때 방문한다는데, 이번에 같이 간 곳도 참 별나다. 카페라곤 하나도 없을 것 같은 동네에  있는 카펜데, 어떻게 이런델 찾아오는지. 카페에 신비로움이 가득한 걸 보니,  누나 보통이 아니다.(자기동네는 잘 모르는게 함정)

부산카페 '신기숲'



좋은 사람 없어요? 왜 카페에서 한번 찾아보지. 이제 좋은 데 사람들이랑 같이 다닐 때 안 됐나?


누나 말로는,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4로 바뀌면 부모님과 주변에서 "왜 결혼 안 하니?", "좋은 사람 없니?"에서 "건강 잘 챙기지?", "아픈덴 없지?" 멘트가 바뀐다고 한다. 주변에서의 결혼 압박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혼생각은 없냐 물으니 그건 또 아니다. 30대 때는 소개팅도 많이 받고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봤는데, 좀처럼 자기랑 맞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언젠가 뜻이 맞는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들겠지"라고 하시길래, 그렇다면 우리 혼자여행카페에서 찾아보면 어떻냐고 물으니 워낙 별종이 많아 맞는 사람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런데, 우리 여행카페 대장님도 누나랑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코로나 시국에 대장좋다고 따라다닌 남자스텝분과 갑작스레 결혼 엔딩을 전하신 것 보면 사람일은 모르는 것이다. 누나도 갑자기 청첩장을 보내올지-.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여행스타일이라던가 성격, [코드]가 맞는 언니동생들을 만나 가끔 보고 여행도 같이 가니 좋단다. 또한 정말 친한 친구들보다 조금은 거리감이 있으니 더 편하다나. 




이 누나를 살펴보면 나랑 동류다. 비슷한 점이 많다. 여행스타일이라던가, 소비성향, 좋아하는 니즈 등 공통점이 많다. 성격이나 [코드]가 비슷했기에 누나랑 친해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유유상종. 끼리끼리 모인다.라고 하는데, 옛 어른들 말씀 틀린 것 하나 없다.


내가 여행카페 스텝을 했었어도, 카페 내에서 친해지고 개인적으로 교류한 사람들이 매우 적다. 내 성격이 워낙 독특하기도 하고, 여행스타일도 별나서 말이다. 그럼에도 맞는 사람들을 찾아서 친해진 거 보면 역시 사람을 많이 만나봐야 나랑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있는 .


한 번씩 누나나 다른 들에게 "어디 갈 때 좀 데려가요"라고 말하면 언제든 자기네 동네로 오면 맛있는 것도 사주시고 여행도 같이 가자 하시는데, 울산 촌구석에서 경기도, 전라도까지 가는 게 쉬운 일이겠는가. (멀리서 울산을 찾는 손님을 내가 대접하고 보내는 것도 그런 이유 중에 하나다. 기브앤 테이크라 다시 얻어먹으러 가야하는데 귀찮이 갈 수가 없다.)


혼자여행 좋지만 요즘 혼자여행 재미를 잃어버리고 여행을 도통 안 간 나는 어디로 떠날 용기가 없다. 누가 나 좀 여행 좀 데리고 가줬으면 좋겠다. 여행 가고 싶다.




@업로드 중에 구독자분 글이 떠서 눌렀다가 글이 날아가서 다시씀. 1차로 썼을 때보다 글이 안 좋아서,멘붕. 230218. 0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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