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롱 Feb 19. 2023

20만 원짜리 치킨

법을 잘 지키면서 살아야 합니다.

"제가 예전에 말이죠."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카페에서 동료직원들과 담소를 나누다가 예전 에피소드가 생각이 나서 이야기보따리를 끄집어냈다. 사람들이 살면서 지켜야 할 규범이라는 요소가 존재하고, 그걸 명문화시켜놓은 것이 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런 법들이 매우 다양해서 모든 법규를 다 알지 못하지만, 교통신호를 잘 지켜야 하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하며,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자. 같은 기초적인 이야기는 상식의 연장선에 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고, 어기면 패널티가 있다는 건 누구나 안다. 이건 내가 월급 100만 원짜리 직장에 다녔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나는 대학생 때 제법 많은 체험단과 서포터즈 활동을 해서, 그런 활동들을 주욱 나열하면, 근 30여 개의 서포터즈 경력이 나온다. 그중에서 치킨의 성지인 대구에 본사가 있는 한 치킨 브랜드의 치킨서포터즈를 했었는데, SNS 마케팅의 일환으로 치킨쿠폰을 서포터즈 들에게 지급했고, 치킨을 사 먹은 댓가로 온라인에 홍보를 해주는 활동을 했던 적이 있다. 이 모든 일의 시발점은 바로 이 무료쿠폰이었다.


내가 대구에서 처음 집을 구했을 때 어쩌다 보니, 대구광역시청 1분 거리에 위치한 원룸에 살게 되었다. 원룸 밖으로 나가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대구광역시청 건물이 눈에 들어오는 그런 곳이었는데, 나는 이 건물의 4층에 살았다. 내 작은 원룸에는 창문이 하나 있었는데, 이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면, 원룸 앞에 마구잡이로 버려진 분리수거장(으로 사용되는 주차장 한편)이 나왔고, 우리 원룸에 사는 사람들은, 유독 시리, 분리수거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특히나 문제가 되던 것이 바로 음식물 분리수거였으며, 분리수거를 하지 않은 쓰레기장에 음식물 쓰레기마저 섞여, 항상 문제가 되었다. 그리고 그즈음, 대구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통이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음식물 배출과 분리수거를 철저히 해달라는 당부 안내문이 붙기도 했다.


자, 이제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해가 되었는가? 이 정도 이야기했으면, 어느 정도 감히 왔으리라 본다. 치킨 무료쿠폰, 원룸 창문 바로아래 분리수거장, 분리수거 되지  쓰레기들, 음식물 쓰레기. 사건은 이러한 키워드들이 엮어서 발생되었다.




어느 날, 장롱군은 치킨을 주문했어요. 무료 쿠폰으로 말이죠. 기분이 들떴어요, 왜냐? 치킨이거든요. 너무나 맛있게 치킨을 먹고는, 의식의 흐름대로 치킨뼈를 봉투에 묶어 창문으로 던져버렸답니다. 1층으로 내려가는 게 귀찮았던 거죠. 그리고 그 봉투는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무사히 안착했어요! 어? 그럼 별 문제없는 것 아닌가요?


네, 잘못된 행동이긴 했지만, 너무나 어린 나이였고, 세상물정 모르던 찰나인지라,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았죠.

며칠 후 전화 한 통을 받기  까진.

"xx원룸 000호의 장롱님 맞으시죠?"

"네, 맞는데 누구시죠?"

"여기 시청 환경과인데요.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 안 하셔서 과태료로 20만 원 부과되었습니다."

"네??? 과태료요?? 제 전화번호는 어떻게 아셨죠?"

"여기 봉투에 배달받은 집 주소랑 이름, 전화번호가 나와있는 데 분리수거도 안 하고 버리셨더라고요."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

"네, 안됩니다. 조기 납부하시면 20% 감면해 드리니 참고하세요."




처음 시작한 사회생활과 법규위반의 결과물로 다가온 과태료 고지서. 그것을 보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과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왜 음식물 쓰레기를 전용 봉투에 담지 않았을까?' '왜 창문으로 쓰레기를 투척했을까?' '왜 치킨서포터즈를 했을까?' '왜 시청 옆에 살았을까?' 같은.


하지만, 후회한들 이미 발급된 고지서는 사라지지 않았다. 100만 원이라는 적은 월급의 1/5을 차지하는 과태료 부과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충격의 여파는 내 인생 생각의 전환을 일으킨 에피소드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업보라고 생각하며, 웃어넘길 수도 있지만, 이때의 기억은 나에게 법규를 준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무단횡단을 하지 말고, 과속카메라가 있든 없든 속도를 맞춰 주행하고,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자. 분리배출도 잊지 말자. 같은 것.

조기 납부 덕에 20만 원의 20% 절감액인 16만 원을 납부했지만, 16만 원 보다 더 큰 깨달음을 나에게 주었으니까. 나는 사람들에게 이 에피소드를 들려줄 때마다 꼭 이 말을 한다.

법을 잘 지키며 살아야 합니다. 20만 원짜리 치킨을 맛보고 싶지 않으면 말이죠.




구독하기와 라이킷, 댓글은 힘이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좋은 사람 없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