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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롱 Feb 23. 2023

믿을 게 없어서 보험회사를 믿다니.

보험회사 이놈들은 절대 믿으면 안된다.

작년 12월 말. 스타렉스가 급정거에 실패하더니 내가 타고 있는 그랜저의 후미에 머리를 박았다.

'하 씨발, 아침부터 되는 게 없네...'

졸지에 피해자가 되어버린 나는 겨울 출근길에 불쾌한 기분으로 차를 파킹하고 차에서 내렸다.

"에구 죄송합니다. 브레이크 밟았는데 제동거리가 어쩌구 저쩌구..."

사과하셔 봤자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보아하니 회사차인 것 같아 보험회사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사고접수 한번 안 해보셨는지, 보험회사에 전화하고 누구 명의로 된 차인지도 몰라 회사에 전화하고 시간이 길어진다.

짜증이 치솟아 올랐지에 보다 못해 내 보험사에 전화를 걸고 상대방 보험사를 기다리며 회사 동료에게 지참 기안을 올려달라고 부탁하였다.

내 차의 범퍼에는 상대차의 번호자국과 볼트자국이 선명하게 찍혔다.


범퍼카가 이런 것 인가!




출근길에 유턴코스도 없는 곳이라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 상대방 보다 우리  H보험사가 먼저 도착했다. 다행히 렉카로 끌고 가야 할 정도는 아닌지라 갓길로 유도를 해주고 기다리니 상대방 측의 삼성화x 보험사에서 와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연락처와 상황을 받아갔다. 보나 마나 후방추돌인지라 100대 0 확정이다. 다만 추운데 몇 분이나 그를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불쾌한 마음을 뒤로하고. 회사에 출근하니, 모르는 번호로부터 연락이 온다. '상대방 보험사에서 조치 방법에 대해 알려주려나 보다.' 하고 받아보니 웬걸, 우리 보험사다. S급 공업사에 입고하시면 어쩌고 저쩌고 홍보전화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지만, 호객은 사절이다. 이래서 100대 0 사곤데 우리 보험사를 부르기 싫었다. 공식 현대차 서비스 센터에 입고할 거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상대방 보험사로 부터의 연락은 일절 없다.




나는 피해자다. 연차를 내고 차량을 맡기러 가야 하고, 충격에 놀라 뻐근한 허리통증 때문에 병원에도 가야 한다. 다만 보험회사 놈들이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차수리비+렌트, 그리고 치료비뿐이란다.

아니, 멀쩡한 차를 공업사에 맡기게 해서 렌트를 해주는 건 해주는 거고, 멀쩡한 내 차를 고장내서 맡기러 가는 시간은? 하던 일은? 내 사용된 연차는? 불합리하다.

대인이라고 다른 건 없다. 병원비야 보험회사에서 병원이 알아서 지급되겠지만, 그 병원을 방문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 밀리는 업무, 강제 연차사용 등은 전혀 보험회사에선 고려되는 부분이 아니다. 심지어 입원하지 않으면, 합의금 마저 적다. 회사가 바쁘니까 입원 못하고 통원치료를 하는 건데, 그런 건 1도 고려되지 않는다. (안 아픈데 입원하는 나이롱환자는 되고 싶지 않다.)




허리통증 때문에 한의원을 다닌 지 며칠이 지났다. 대인담당자가 전화해서 되도 않는 xx만원의 금액을 합의금이라고 불러댄다. "아니 제가 병원 다니느라 연차를 몇 개를 쓰고, 아파서 일 못해서 업무는 밀려있고, 같이 교대근무하는 동료한테 피해까지 끼치는데, xx만원이 말이 됩니까? 진짜 너무하시네"  화가 나서 전화를 끊었다. 생각할수록 꽤씸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말단 대인담당자에게 화내봤자 별 수 없다. 높은 직급의 담당자로 바꾸라고 다시 전한 후에 몇 번의 밀당 끝에 나름 합리적이라 생각되는 가격에 합의를 했지만, 계속 생각해 봐도 급작스럽게 해를 당한 피해자는 마른하늘의 날벼락이다. 돈으로 보상받는 것 말고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연말이라 밀린 업무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담당자가 되도 않는 금액을 불러대면 더 상위직급의 담당자로 바꿔달라하자


사실 자동차 보험이야 어찌어찌 해결되었지만 더 열받는 사실은 운전자보험이었다. 다이렉트로 운전자 보험에 가입한 나는, 이번 사고가 났을 때 삼성화x 고객센터에 전화로 문의를 했었다. 상담원은 "같은 보험사니까 기다리시면 알아서 처리해 줄 겁니다. 걱정 마세요."(개구라)그렇게 말하고 2개월이 지나도록 운전자보험 담당자로부터의 연락은 1도 없다. 결국 지친 내가 먼저 담당자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고객응대 정신이라곤 1도 없는 심드렁한 목소리로 기계처럼 대답하며, "네 조회해 보겠습니다. 12월 6일 사고건이시죠? 20만 원 지급되고요. 계좌 불러주세요" 2달째 소식도 없던 보험금이 전화를 마치자마자 입금되었다.

입금된 운전자보험 보상금

알아서 해주긴 개뿔. 만약, 전화하지 않고 기다렸다면, 내가 잊을 때까지 아마 입금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분명 꿀꺽한 돈도 제법 될 것이다. 보험회사란 그런 놈들이다.

대인사고도 내가 병원 가기가 귀찮아서 대충 넘겼으면, 연차를 사용한 만큼의 손해도 메우지 못했을 것이다. 50만 원도 안 되는 금액에 합의를 종용했던 놈들이다. 차량 역시 점검 안 하고 미수선으로 넘겼다면, 역시나 푼돈을 불러댔을 것이다. 눈앞에 맛없는 당근을 흔들어 대면서.


사고가 몇 번 나 보진 않았지만, 사고 발생 시마다 느끼는 건, 보험회사는 절대 고객 편이 아니다. 내가 낸 보험금만큼의 권리는 오히려, 내가 보험사와 투쟁해서 얻어내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 공부를 해야, 호구가 되지 않는다.

호구 잡으면 그건 보험사 실적이 될 뿐이고, 내 통장의 돈은 보험사의 수입이 될 뿐이다.

믿을 게 없어서 보험사를 믿고 기다리다니, 참 어리석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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