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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롱 Feb 28. 2023

누군가 저를 노리고 있습니다.

표적이 된 것 같아요.

"아니 왜 또 나입니까?"

세상은 참으로 불공평하고 이상하다.




내가 제법 좋아하는 래퍼 중에 정상수라는 래퍼가 있다.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지만, 그의 정직한 스타일의 랩이 마음에 들기에 한 번씩 그의 음원을 듣곤 한다. 그의 노래들 중에 특히 귀에 팍팍 꽂히는 곡이 있는데, 바로 [명사수]라는 곡이다.

나는 정상수, 백발백중하는 명사수


이 노래는 최근엔 잘 듣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떤 이벤트가 발생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귀에 맴돌며, 입으로 분노를 씹어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날도 어김없이 헬스장에 가기 위해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그 찰나, 내 눈에 들어온 세워둔 오토바이 오른쪽 사이드 미러 위 한 줄로 새겨진 달갑지 않은 하얀 자국. 명사수의 미사일이 정확히 표적에 적중한 자국이었다. 도대체 광활한 하늘에서 조준을 하고 쏘는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정확하리만큼 절묘하게 내 오토바이사이드미러(그것도 거울 중앙)에 투척할 수 있는 걸까? 새들의 스나이핑 감각에 감탄이 나왔다. 그리고 나선 절로 나오는 한마디와 귀에 맴도는 정상수의 명사수. "아니, 왜 또 나입니까?"


우측 사이드 중앙에 샷.


결국 오른쪽 사이드 미러 위 새똥의 흔적은 헬스장에 운동을 마치고, 3일이 지나서 지우게 되었다. 물티슈가 없었기에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었고, 결국 방치되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눈에 거슬리는 건 당연한 이야기. 3일째에 돌입한 순간, 고뇌 끝에 침을 묻혀 장갑으로 문대서 지웠다.(물티슈는 결국 가져오지 않았다.) 그리고는 찝찝한 손가락을 몸에서 강제 격리시키며 집으로 귀가했다. 집에 가자마자 손을 빡빡 씻어냈다.




하루 전 새똥을 제거한 , 헬스장에 가기 위해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그리고 왼쪽 사이드 미러 위에 선명한 하얀 자국. "또냐..."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나의 혼잣말과 함께 귀에서는 정상수의 명사수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좌측 백미러. 이번엔 9점.

세상은 참으로  불공평하고, 이상하다.

나는 왜 새들에게 노려지고 있는 걸까? 그들을 쫓아내거나 막대한 기억이 없는데... 생각해 보면 여행지에 놀러 가서도 그 드넓은 주차장에서 내 차 위에만 똥을 흩뿌려대는 새들이었기에, 의심이 커지는 건 더했다.(물론 기분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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