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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롱 Mar 19. 2023

술은 너를 구원하지 않아.

오히려 고립시킬 뿐이야.

가볍게 기분 좋은 정도로 마시는 술은 친구 간의 우애를 돈독하게 만들고, 사회생활에 있어 주요한 징검다리가 되기도 하지만, 과하게 들어간 술은 오히려, 우정을 파괴하며, 사회에서 스스로를 고립되게 만들기에 충분한 요소이다. 

오늘의 이야기는 내 친구 J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그가 이 글을 볼지 안 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친구 J는 술을 좋아했다. 음주가무 모두 그가 좋아하는 단어였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군대라는 고립된 조직에서, 원만한 사회생활 인맥을 형성하지 못했고, 취미라고 말할 만한 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퇴근 후 하루하루를 술로 지새웠다. 퇴근 후 홀로 마시는 술 한잔이 그의 유일한 낙이었고, 그가 술을 마심으로써 외로움과 현실을 잊는 것을 스스로 구원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에게 이대로 묻는다면 "개소리고?"라고 대답할 테지만.)


그는 예전부터 매우 염세적인 성격이었으며, 교우관계에 있어 수동적이었고, 스스로 변화를 추구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홀로 무엇을 하는 것을 어려워했고, 타인과 함께하길 원했다. 그렇다고 주변의 조언을 듣는 것은 아니었고, 막무가내인 성격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 그에게 혼자서 하는 타지생활은 너무나 어려운 적응환경이었음이 틀림이 없다.


게다가 그는 가족력이 있는데, 아버지께서 간암으로 병환을 겪으셨기에, 거기서 깨달음을 얻어, 술과 멀어져야 했지만, 어차피 "혼자 사는 인생 빨리 죽으면 되지"라는 마인드로, 고독을 안주삼아 매일 술을 마셨다. 친구들이 아무리 말려도 소귀에 경읽기였다.




근 7년 만에 만난 J는 여전했다. 그의 주사는 7년 전보다 더 심해졌으며, 술 한잔 따르는 데 수전증도 생겼다. 주사 입도 험해졌으며, 모임의 분위기를 깨며, 스스로의 인생을 비관하고, 입으로 일하며 몸하나 꿈쩍하지 않는 게으른 성격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자신의 포지션에 하소연을 끊임없이 해댔다. 폐쇄적인 그의 군대라는 조직이 그를 더 망가뜨렸다. 다만, 하소연해대는 그를 달래줄 친구는 이제 더 이상 없었다. 20대의 대학생 때처럼 모두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가 아닌, 이젠 스스로가 각자의 짐을 짊어지고 걸어 나갈 30대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친절하며, 그룹에 중심을 잡아주었던 친구조차, 이젠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철들 날이 있을까?


 다음 날이 되어 전날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그를 보며, 친구들은 아연실색했다. 모임이 끝나고 그가 떠나고 난 뒤, 친구들은 잠정적으로 모두 같은 결론을 내렸다. 아무도 선뜻 말하지 않았지만, 이기적이고, 융화가 어려운 그를 보며 우리는 묵시적인 눈빛교환을 통해, 우리는 서로가 말하지 않아도 그와 지금보다 더 거리를 두는 것을 선택했다.  


 어쩌다 보니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나와 상극임을 느꼈었지만, 어찌 보면 동류이기도 했던 그와 친구가 되어 무리를 이룬 것 하늘의 뜻이었는지, 신이 다른 의도가 있었는지, 무엇이었지는, 여전히 생각해도 아이러니하지만, 이미 형성된 교우관계를 쉽사리 내칠 순 없다. 하지만, 15년이나 지난 지금, 그때보다 더욱 악화된 상태로 나타난 그를 보면서, 마음 한편에서의 씁쓸함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아마 모두 같은 생각과 감정이었을 것이다.




그가 이 글을 볼리 만무하지만, 혹시나 그가 이 글을 본다면 상처받지 말고, 이 말을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J. 술은 너를 구원하지 않아. 오히려 고립시킬 뿐이야. 네가 마지막 남은 인간관계를 스스로 걷어차 버리고 싶지 않다면, 이제 그 술병을 놓는 건 어떨까? 내가 이번 모임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에 너와 싸우지 않은 건 나 스스로도 성장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너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있었기 때문이란다. 15년의 우정 때문에 말이지. 다만,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우린 너와 더 이상 같이 가긴 쉽지 않을 것 같다. 미안해. 네가 꼭 변하길 바란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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