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롱 Mar 24. 2023

나만 고양이 없어!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

비가 억수같이 오던 날, 대만의 고양이마을이라고 불리는 허우통에서 만난 방울 달린 고등어 무늬의 고양이는 뭐가 좋은지 팔다리를 쭈욱 펴고 대합실 바닥에 누워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석의 팔자 좋은 모습이 왜이렇게 부러운지 모르겠다. 나도 고양이 마을의 고양이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나는 고양이를 좋아한다. 제법 많이.

다만, 부모님께서는 동물을 키우는 걸 선호하지 않으시기에, 부모님의 자가에 얹혀 살고 있는 나는 고양이를 키울 수 없다. 언젠가 독립을 하면 고양이를 키우고 싶지만, 스스로도 잘 챙기지 못하는데 반려동물이라니, 어불성설이다. 나는 내 스스로를 잘 안다. 무언가를 키울만한 능력은 없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고양이를 키우는 것 대신, 고양이를 보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항상, 길에서 고양이를 보면 슬쩍 다가가 한번 정도 스다듬어 보고 싶어 살살 다가가 보지만, 녀석들은 쉽게 곁을 내주지 않는다. 카메라만 슬쩍 들어도, 손을 사포시 내밀어도, 후다닥 빛과 같은 속도로 사라지는 녀석들이다. 녀석들에게 츄르라던가 고양이용 참치캔으로 유혹하려고 물품을 구비하면, 녀석들은 언젠가 부터 내 주변에 보이지 않는다.

고양이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제법 많이.




아파트에 뚱한 표정의 노란색 고양이가 있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 다른 고양이들과는 달리 경비아저씨가 키우시는(?) 것으로 추정 되는 "나비"라는 녀석은 어째서인 가끔 곁을 내어준다. 뚱뚱한 몸통을 스다듬어 주어도, 뭐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날 휙 처다보더니, 냐옹 소리를 내며 어디론가 슬슬 걸어서 사라진다. 가끔 녀석에게 먹이를 주고 싶기도 하지만 그녀석의 몸매를 보면 다이어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으로 추정된다. 며칠씩은 또 안보이다가도, 또 언젠가 나와있기도 하다. 대체 어디를 다니는걸까? 가끔 차 밑에서 녀석이 슬슬 기어나오는 걸 보면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나만 고양이가 없어!!  고양이를 기르고 싶지만 그것이 허락되지 않는 나의 고양이를 보는 것에 만족하던 삶은 고양이 책을 읽는 삶으로 변했다.


나는 고양이가 없지만, 다른사람들은 고양이 도서 책장이 없다!!


나의 책장 한편에는 고양이 도서 책장이 있다. 내가 독서편향이 있지만, 내 독서편향을 깨부수는 장르를 타지 않는 책장이 바로 고양이 도서 책장이다. 서점에서 고양이 관련 도서를 득템할 때마다, 왠지 기쁜 마음에 책장을 채워 넣어가는 재미가 있다. 벌써 12권의 고양이 도서가 모였다.(+1권의 함정카드)

여담이지만,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들고 살지말지를 1시간 넘게 고민한건 안비밀.(결국 못읽을 것 같아 사지 않았다. 살껄)


책장리스트
- 고양이 다이어리 북
- 고양이 여행 리포트
-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 나쁜 고양이는 없다.
-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 명랑하라 고양이
-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 고양이가 왔다. 머물다. 떠났다. (책은 아니고 어딘가에서 사은품을 받은 특전노트)
- 이제 고양이와 살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 검은 고양이 카페
- 슬픔의 밑바닥에서 고양이가 가르쳐준 소중한 것(+이별의 순간 개가 전해준 따뜻한 것)

어쩌다 보니 고양이 도서 부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