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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기술의 실천

아. 쫌 내 말 좀 들어줘요

by 닥터브룩스

“우리는 듣기의 기술을 실천했다. 그것은 공동 작업의 시작으로서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었다.”

—『세계 끝의 버섯』, 애나 로웬하웁트 칭




잘 듣는다는 것은 꽤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한자로 ‘써 이(以), 들을 청(聽), 얻을 득(得), 마음 심(心)’으로 구성된 이 말은 단순히 소리를 듣는 것을 넘어,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어 그들의 의도와 감정을 이해함으로써 상호 공감과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표현은 춘추시대 노나라 군주가 예쁜 바닷새를 궁궐로 데려와 자신이 좋아하는 술, 음식, 음악, 춤으로 극진히 대접했으나, 바닷새는 낯선 환경에 어리둥절해하며 슬퍼하다 사흘 만에 죽고 말았다는 일화에서 유래되었다. 이 이야기는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해도 상대방의 입장과 맥락을 고려하지 않으면 무의미하거나 해가 될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출처: Pexels.comⓒ2025 Gundula Vogel


우리는 왜 상대방의 말을 잘 듣지 못할까? 아마도 자신의 말을 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화자의 성향, 지식 과시 욕구, 또는 대화의 프레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심리와 관련이 있다. 사람마다 대화 방식이 다르다. 특히 외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대화에서 에너지를 얻으며, 새로운 경험과 사람들과의 교류를 즐긴다. 이들은 말을 많이 하고, 때로는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이런 성향은 때로 중언부언, 즉 불필요하게 반복하거나 핵심 없는 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친구와의 대화에서 최근 본 영화에 대해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며 핵심을 흐리거나, 회의에서 자신의 의견을 장황하게 늘어놓아 다른 사람의 발언 기회를 줄이고, 사소한 일상 이야기를 길게 설명해 듣는 이의 흥미를 잃게 할 수 있다.

또한, 일부는 대화에서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상대방보다 더 많이 안다는 우월감을 느끼거나, 대화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시도로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면, 동료와의 토론에서 자신의 학문적 지식을 과시하며 상대방의 의견을 묵살하거나, 친구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여행 경험을 과장해 말하며 상대방의 이야기를 무시하고, 회의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강조하며 다른 팀원의 제안을 듣지 않을 수 있다.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종종 자신의 권위를 확인하려는 심리와도 연결된다. 이는 대화가 상호 교류가 아닌, 한쪽이 주도하는 프레임으로 흐를 때 두드러진다. 가령,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거나, 부모가 자녀에게 설교하는 경우, 대화는 듣기보다는 말하기에 치중된다.

잘 듣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신의 말을 줄이고,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말하는 동안 고개를 끄덕이거나, 적절히 맞장구를 치며 호응하는 것은 효과적인 대화의 핵심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를 실천하지 못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화자의 성향이나 지식 과시 욕구 때문일 수 있다.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며 중간에 끼어들지 않는 자세를 유지하거나,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해 부드러운 톤으로 질문하고 응답하며, 대화 후 상대방의 의견을 요약하며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많더라도, 상대방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간결하고 명확하게 정리해 전달하는 연습도 중요하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적극적 경청은 단순히 듣는 것을 넘어 상대방의 말과 감정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태도를 뜻한다. 이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그들의 관점을 공감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과정이다(Carl Rogers, On Becoming a Person, 1961). 또한, 말하는 이의 표정과 톤을 관찰하며 적절히 반응하는 것도 적극적 경청의 일부다. 이런 방식은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가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쏟아내는 것은 상대방이 내 말을 기억하거나 공감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간결하고 핵심적인 메시지가 더 강렬하게 전달된다. 예를 들어 회의에서 3분 이내에 자신의 의견을 간결히 정리해 전달하거나, 친구와의 대화에서 한 주제를 5분 이상 늘어놓지 않도록 주의하고,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며 대화의 균형을 맞추는 연습이 필요하다. (출처: Chris Anderson, TED Talks: The Official TED Guide to Public Speaking, 2016).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 존배다. 우리의 말이 바닥에 흩어지지 않고 상대방의 마음에 닿으려면, 먼저 상대방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고 싶은 말을 줄이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상대방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오늘부터 잘 들어보자.


“내 말을 마저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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