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무엇을 좋아하나.
"개인의 핵심가치는 개인적 도덕관의 기초가 되고 때로는 개인의 목숨을 버리더라도 지키려는 것이다. 개인에게 핵심가치는 위기 해결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방해가 되기도 한다. 핵심가치는 삶에서 다른 부분의 변화를 고려할 때 명확한 기준과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역할을 한다. 그러나 변화된 환경에서는 더 이상 적절하지 않아 위기를 해결하는 데 방해가 되는데 계속 고집한다면 그 핵심가치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대변동,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정체성(正體性, identity)이라는 것은 내가 누구인가를 정의해 주는 표현이고, 핵심가치는 내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 정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선 글 중에서 ’ 정체성, 관계와 경험의 집합‘ 이란 글을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은 자신 스스로 경험한 것들을 통해서 끊임없이 형성되고 변화되는 가소성 있는 성질의 형태로 보았다. 즉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것을 겪었으며 어떠한 환경과 관계에 놓여있는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스스로 경험한 것들을 통해서 이루어진 정체성은 대한 것과 그 정체성이 가지고 있는 핵심가치는 어떤 것으로 보아야 할지를 살펴보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러한 흩어진 생각의 조각들을 맞추다 보면 퍼즐을 완성하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정체성과 생각하는 핵심가치를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처: Lummi.aiⓒstacy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자문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하는 이런 다소 철학적인 질문을 통해서 괴로워하고 힘들어한 적이 있을지 모르겠다. 또한 성장과정을 통해서 유의식과 무의식 속에서 이런 의문을 던진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즉 자아가 형성되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시기를 맞이하면서 반항의 시기를 지난다. 흔히 ‘사춘기‘, ‘중2병‘이라는 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는 사고의 바이러스로 인해서 전염되었을 때 (아마도) 처음으로 자신의 대해서 고민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 고민들을 주제, 소재, 범위, 한계 등을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제멋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시기다. 왜 이런 생각의 고난의 시기를 빨리 찾아오게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한 적 있다. 치열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그저 그때가 제일 버텨내는데 수월한 때이지 싶다.”라는 어이없는 결론이었다. 그리고 또 생각한 것은 그 나이 때는 아직 인격이 미성숙된 시기다. 미성숙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다양한 경험과 주변인의 관계를 통해서 행동과 사고를 형성시켜 나아가는 좋은 때이지 않나 싶었다. 더욱이 어떤 것을 형성시키는 데 주제, 소재, 범위, 한계 따위가 있다면 어떤 사람이 될지도 모르는데 이른 나이부터 제한하고 한계 짓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싶기도 하다. 상품기획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통섭적인 사고를 필요로 한다. 이기종 간의 연계된 특성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상품기획의 궁극적인 목표고 지향점이다. 이런 상품기획도 그런데 하물며 인격 형성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누구에게나 저 시기는 온다. 다만, 잘 넘기기를 바라는 마음에 마지않는다.
정체성은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다. 정체라고 하는 것은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특징일 것이다. 구별되는 특징이 바로 차별점이다.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이 차별점이고 그것이 바로 '정체성'이라는 의미다. 어린 시절을 지나 학창 시절을 보내고 하는 것은 정체성을 수립해 나가는 시절이다.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끊임없이 증명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잠재된 가능성이 있음을 주장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 시기가 지나면 형성된 일차적 정체성을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세월이 흘러, 불혹과 지천명을 지나게 되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된 단계에 이르렀다고 느끼는 순간이 다가온다. 사고가 변하지 않는 확립된 자신만의 가치관, 즉 자신만의 요새를 짓고 그 요새를 지키기 위해서 세상과 싸우기도 한다. 그러나 그 요새를 지키는 게 덧없음을 깨닫게 된 순간이 이미 자신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기도 할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 정체성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를 강하게 주장하는 것은 정체성의 혼란을 맞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체성의 요새화보다는 소통 가능한 정체성의 울타리를 만들어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 인간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더 있다. 정체성이 현재의 자신을 알려주는 지표라고 하면, 핵심가치(core value, 의사결정과 행동의 기준)는 미래의 자신을 알려주는 이정표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경험과 주변인의 관계를 통해서 형성된 현재의 정체성이 미래의 정체성으로 나아가려면 자신이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의미 있다고 하며 이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서 노력하며 애쓰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과 방향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주장에 동의한다. 우리가 상품기획을 시작할 때에도 필요한 것이 명확한 기준과 방향(목표)이다. 이 상품의 포지셔닝(대상이나 가격 등)은 어떻게 되며, 그것으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규명해 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과 방향 설정이 필요한 법이다. 이런 것들을 통칭하여 ‘핵심가치‘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핵심가치를 찾아내고 정의하는 것은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성숙해지고자 하는 의지의 표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상품의 핵심가치를 찾아내고 정의하는 것은 이 상품이 고객에게 호평받는 제품이 될지 아니면 혹평받는 제품이 될지는, 핵심가치가 무엇인가 하는 것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자전으로 하루가 가고 공전으로 계절이 변하며 이 둘의 합작으로 인생이 흘러간다. 열심히는 살고 있는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계속 제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는 삶에서 그 삶 속에서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려면 자신이 누구이고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사는 지를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가볍게 맥주 한 잔 하며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봄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