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심리적, 철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인간의 균형
항상성(homeostasis)은 생물체가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내부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생리적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생태계에서 생물들이 생존을 위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메커니즘으로, 단순히 생물학적 차원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의 정신, 사회적 행동, 사고방식에까지 확장하여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사막의 선인장은 혹독한 환경에서도 수분을 저장하며 생존하고, 변온동물인 도마뱀은 체온을 조절하며 적응한다. 인간 역시 체온, 혈당, 심리적 안정, 그리고 사고의 틀을 유지하거나 변화시키며 항상성을 추구한다. 이 글에서는 생물학적 항상성을 넘어 인간 본성의 철학적 항상성, 심리적 항상성, 그리고 사고의 항상성에 대해 살펴보고, 특히 AI 시대를 맞아 사고의 유연성이 왜 중요한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서 항상성이 단순한 생존 메커니즘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핵심 원리임을 주장해보고자 한다.
출처: Lummi.ai ⓒ Cayetano Gros
항상성은 생물체가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여 내부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과정이다. 인간의 체온 조절은 대표적인 사례다. 체온이 36.5°C에서 0.5°C만 상승해도 신체는 땀을 분비하고 혈관을 확장해 열을 방출하며, 체온이 낮아지면 근육을 떨게 하거나 혈관을 수축시켜 열을 보존한다. 이는 자율신경계와 내분비계의 정교한 협력으로 이루어진다. 혈당 항상성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과 글루카곤에 의해 조절된다. 혈당이 높아지면 인슐린이 포도당을 세포로 이동시켜 혈당을 낮추고, 혈당이 낮아지면 글루카곤이 간에서 포도당을 방출해 혈당을 높인다. 이러한 생리적 항상성은 건강한 신체가 외부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준다. 그러나 항상성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생리적 과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간의 정신적, 심리적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가?
우리는 음식을 통해 신체적 에너지를 얻지만, 사고력, 감정 표현, 의지, 긍정적 태도와 같은 정신적 에너지는 단순한 생리적 메커니즘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인간 본성과 심리적 항상성, 그리고 사고의 유연성이라는 더 깊은 차원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 본성의 항상성은 성선설과 성악설이라는 두 가지 철학적 관점에서 논의된다. 성선설은 인간의 본성이 선하며, 외부의 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선한 마음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본성으로 본다. 반면, 성악설은 인간의 본성이 악하더라도 사회적 조화를 위해 선한 행동을 추구하는 노력, 즉 교육과 예로 본성이 교정되는 본성으로 간주한다. 두 관점 모두 인간이 내부와 외부 환경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려는 항상성을 지닌 존재임을 증명해 주는 주장으로 볼 수 있다.
동양 철학, 특히 유교와 도교는 항상성을 조화와 균형의 개념으로 삼는다. 맹자의 성선설은 인간이 본래 선한 마음(인의예지)을 가지고 있으며, 외부 환경의 부정적 영향에도 이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본성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맹자는 '측은지심'과 같은 선한 본성을 통해 인간이 타인과 공감하며 사회적 조화를 이룬다고 보았다. 도교는 자연과의 합일을 강조하며, 인간이 외부 환경에 지나치게 저항하지 않고 자연의 흐름에 따라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항상성의 핵심으로 본다. 장자는 '무위자연'을 통해 인간이 억지로 외부에 맞서지 않고 내면의 평정을 유지할 때 진정한 항상성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서양 철학에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항상성을 이성과 자아의 균형으로 설명한다. 플라톤은 인간의 영혼을 이성, 감정, 욕망의 세 부분으로 나누고, 이성이 감정과 욕망을 조화롭게 통제할 때 항상성이 유지된다고 보았다. 그의 국가에서는 정의로운 사회가 각 계층이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개인의 내면도 이성이 주도하는 조화로운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의 개념을 통해 지나침과 부족함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인간 본성의 항상성이라고 보았다. 이는 현대 심리학에서도 '자기 조절'로 이어지는 개념이다. 이처럼 동양과 서양 철학은 인간 본성이 내부와 외부 환경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려는 항상성을 추구한다고 본다. 이는 단순히 선하거나 악한 본성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사회적, 환경적 변화 속에서 내면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본질적 노력임을 보여주고 있다.
심리적 항상성은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삶의 질과 신체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심리적 평정심이 깨지면 스트레스, 불안, 우울감이 발생하고, 이는 신체적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만성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분비를 증가시켜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높인다. 반대로, 명상이나 Mindfulness와 같은 심리적 안정 기법은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여 심박수를 낮추고 스트레스를 완화한다.
매일의 삶 속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명상을 통해 마음을 진정시키고, 밖으로 나가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시간(예: 산책)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활동은 심리적 평정을 유지하도록 돕고,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적 증상(예: 두통, 소화불량)을 완화할 수 있다. 이는 심리적 항상성이 신체 건강과 삶의 질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보여준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몰입(flow)' 상태가 심리적 항상성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몰입은 개인이 자신의 능력과 과제의 난이도가 균형을 이루는 상태에서 완전히 집중하며 만족감을 느끼는 경험이다. 이는 심리적 안정과 긍정적 에너지를 제공하며,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고 봤다.
사고의 항상성은 때로는 해로울 수 있다. 인간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은 나이 들면서 고정되기 쉽다. 예를 들어 나이 든 사람은 젊은 사람에 비해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업무 방식을 고수하며 새로운 소프트웨어 학습을 거부하기도 한다. 이는 사고의 항상성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게 만드는 사례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고정된 사고방식은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조화를 방해하며, 특히 AI와 기술이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의 유연한 사고방식(예: 원격 근무, 공유 경제)을 이해하지 못하고, "옛날 방식이 더 낫다"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사고의 항상성이 세대 간 대화와 타협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반면에, 새로운 기술(예: LLM 챗봇 서비스 활용)을 배우고 젊은 세대와 대화하려 노력한다면,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더 조화로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불현듯 출현한 AI 시대는 인간의 항상성에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했다. 생물학적, 심리적 항상성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사고의 항상성은 유연성으로 대체되어야 할 것이다. 사고의 유연성은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예를 들어 Vibe Coding(자연어를 활용한 프로그래밍 방식)을 배우는 것은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Vibe Coding은 직관적이고 다양한 분야(AI, 웹 개발)에 활용되므로, 사고의 경직성을 깨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데 적합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음식을 시도하거나,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사고의 틀을 확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사고의 항상성을 깨고,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촉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몸과 마음의 항상성은 인간이 생존하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사고의 항상성은 AI 시대에 맞춰 유연성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생물학적 항상성은 환경 변화에 적응하게 하고, 심리적 항상성은 삶의 평정심을 유지하며, 철학적 항상성은 인간 본성의 조화를 추구한다. 하지만 사고의 경직성은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가 AI 시대를 살아가는 핵심 열쇠이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