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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와 점유에 관하여

그 경계선은 어디인가.

by 닥터브룩스

우리는 가끔 소유와 점유라는 용어를 혼동하곤 한다. 두 개념은 일상과 법적 영역에서 자주 사용되지만, 그 의미와 적용 방식은 꽤 달리 적용된다. 이번 글에서는 소유와 점유의 정의를 시작으로, 이들의 일상적·비일상적 사용과 권리적, 지배적, 경험적 관점에서의 차이와 의미를 살펴보자.




소유(所有)는 한자로 ‘가질 소(所)’와 ‘가질 유(有)’로, 어떤 물건이나 권리를 법적으로 자기의 것으로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점유(占有)는 ‘차지할 점(占)’과 ‘가질 유(有)’로, 어떤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는 상태를 뜻한다. 쉽게 말해, 소유는 법적 권리, 점유는 사실상의 지배 상태를 의미한다. (출처: 위키백과).


출처: Lummi.ai ⓒ rena


우선, 권리적 관점에서의 소유는 법적으로 인정받는 권리로서 부동산 등기나 계좌처럼 명확한 소유권을 포함한다.

소유와 점유는 둘 다 권리를 가지지만, 그 성격은 좀 다르다. 소유는 문서적으로 시스템에 등록되거나 공식 기록으로 남는 명시적 권리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 등기부등본은 소유자가 해당 부동산에 대한 법적 권리를 가진다는 증거다. 이는 배타적이고 영속적인 권리로, 소유자는 이를 자유롭게 처분, 이용, 수익화할 수 있다. 그래서 집을 소유한 사람은 이를 매매하거나 임대하여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지적재산권은 창작물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보장하며, 이를 통해 특허나 저작권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권리는 법적인 보호를 받으며, 만약 소유자가 권리를 침해받을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반면에, 점유는 문서적 증거보다는 실제적 지배 상태에 기반한 실질적 권리를 의미한다. 이는 주로 사용 권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전세 계약자는 집을 소유하지 않지만, 계약 기간 동안 그 집을 사용하고 거주(점유)할 권리를 가진다. 이는 법적 소유권 없이도 일정 기간 동안 실질적 지배를 가능하게 한다. 또 다른 예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경우, 사용자는 책의 소유자가 아니지만 일시적으로 그 책을 읽고 지식을 얻을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점유권은 소유권에 비해 제한적이며, 계약이나 관습에 따라 종료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세 계약이 만료되면 임차인에 대한 점유권은 소멸하고, 집은 원소유자에게 귀속되는 형태다.


소유는 법적 권리의 안정성과 영속성을 보장하며, 점유는 일시적이고 실용적인 사용 권리를 제공한다. 이러한 차이는 재산권 분쟁이나 계약 관계에서 중요한 법적 기준이 되기 때문에 부동산 소유권 분쟁에서는 등기부등본이 결정적 증거로 작용하지만, 점유권 분쟁에서는 실제 사용 상태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지배적인 관점에서의 소유는 대상물에 대한 완전한 지배 상태를 의미한다.

소유자는 마찬가지로 대상물을 자유롭게 처분, 이용, 수익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소유자는 차를 판매하거나 개조할 수 있으며, 부동산 소유자는 건물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할 수 있다. 이는 소유가 대상물에 대한 배타적이고 영속적인 지배권을 가진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배권은 법적으로 보호되며, 소유자는 제삼자의 간섭 없이 자신의 의지대로 대상물을 관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 소유자는 주식을 매도하거나 배당금을 받을 권리를 가지며, 이는 소유의 완전한 지배력을 보여준다.


반면, 점유는 사용에 국한된 제한적 지배권을 가진다. 예를 들어 버스, 기차, 비행기의 좌석을 이용할 때는 이를 점유하지만 소유하지 않는다. 표는 일시적인 기간 동안 좌석을 지배할 권한을 부여하며, 그 기간이 지나면 권한은 원소유자에게 귀속된다. 렌터카를 빌리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용자는 차를 운전하고 이동할 권리를 가지지만, 차를 판매하거나 개조할 권리는 없다. 이러한 점유는 대여의 형태로 나타나며, 점유자는 소유자의 권리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행동한다. 또한 호텔 투숙객은 객실을 일시적으로 점유하지만, 객실의 구조를 변경하거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것도 점유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지배적 관점에서 소유와 점유의 차이는 권한의 범위와 지속성에 있다. 소유는 대상물에 대한 전적인 통제권을 가지며, 점유는 일시적이고 제한된 통제권을 제공한다. 이는 실생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공유경제 서비스(예: 공유 자전거, 카셰어링)는 점유를 기반으로 한 대여 서비스로 이용자는 일시적(일정기간) 사용 권리만 가진다. 반대로, 개인 소유 자전거는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관리하고 처분할 수 있다. 이것은 소유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적 형태다.


앞서, 살펴본 권리적 측면과 지배적인 측면과는 달리, 경험적 관점에서의 소유와 점유는 각기 다른 심리적, 정서적 경험을 제공한다.

소유는 대상물을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며 소속감과 안정감을 얻는 과정이다. 예컨대, 주택 소유는 경제적 여유와 주거 안정성을 제공하며, 이는 심리적 안정감으로 이어진다. 지식 축적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능력을 주며, 넓은 인간관계는 사회적 연결성과 신뢰를 강화한다. 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전문성을 인정받아 자신감을 얻고, 부동산 소유자는 자산 가치 상승으로 미래에 대한 안정감을 느낀다. 자산 가치의 상승은 옛말에 “인심은 곳간에서 난다”라는 말이 있듯이, 자산의 풍부함은 여유와 관용을 낳는다. 이러한 소유의 경험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만족감을 제공하며, 이는 개인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점유는 일시적인 사용을 통해 즉각적이고 접근 가능한 만족감을 준다. 어떤 것을 대여하는 행위는 어떤 개체의 총합을 빌리는 행위다. 예를 들어 책은 지식과 생각의 총합이고 자동차는 이동수단의 총합이며, 공연티켓은 문화생활의 총합이라 이해해 볼 수 있다. 또한 교통수단은 편의성의 총합이다. 그리고 전세나 월세집은 주거안정의 총합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자가 소유는 주거안정뿐만 아니라 주거 이동의 걱정의 총합을 덜어주기도 한다.

점유는 소유에 비해 비용과 결정의 부담이 적어 낮은 장벽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일 것이다. 예를 들어 월세 주거는 자가 소유만큼 영속적이진 않지만, 주거 안정성을 일시적으로 보장하며 유연한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특히 젊은 세대나 경제적 여건이 제한적인 사람들에게 매력적이다. OTT 스트리밍 서비스(예: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것은 영상 콘텐츠를 소유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음반 소유 없이도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점유의 형태다.


소유와 점유의 경험적 차이는 실생활에서 선택의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은 소유의 안정감을 주지만, 유지비와 세금 부담이 따른다. 반면,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면 점유를 통해 이동의 편리함을 얻으면서도 유지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점유가 소유의 대안으로, 자원과 상황에 따라 실용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점유는 현대 사회에서 카쉐어링과 같은 공유경제와 스트리밍과 같은 구독경제의 확산으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점유가 제공하는 유연성과 접근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경험적 관점에서, 소유가 점유보다 낫거나 점유가 소유보다 나쁘지도 않다. 사용자의 목적과 편익에 따라 소유와 점유를 구분하여 사용하면 분명 도움이 된다. 장기적 자산 축적을 위해 부동산 구매(소유)를 고려할 수 있지만, 유연한 생활을 위한다면 전세나 월세(점유)를 선택할 수 있다. 또한, 경제적 여건이 제한적이라면 구독 서비스나 공유경제를 활용해 점유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소유와 점유를 적절히 활용해 보면 어떨까 싶다.

현대 사회에서는 소유와 점유를 상황에 맞게 조합하여 사용하는 지혜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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