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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법칙

한 번의 성공이 다른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by 닥터브룩스

플라톤이 전한 소크라테스의 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날카로운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각자가 자신이 뛰어난 기술을 가진 것처럼 다른 중요한 문제들에 있어서도 매우 지혜롭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착각은 실제로 그들이 가진 지혜까지 오히려 흐리게 만들었습니다.”

-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 플라톤, 소크라테스 지음


이는 단순히 고대 철학자의 관찰이 아니라, 현재 우리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목격되는 보편적 현상에 대한 예리한 분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종종 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이 전혀 다른 영역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와 신뢰를 보인다. IT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 성공한 CEO가 정치나 환경 문제에 대해 전문가처럼 의견을 피력하며 대중의 지지를 받는 경우, 또는 스포츠 스타가 비즈니스나 정치에 진출하며 자신의 훈련 루틴을 성공 비결로 홍보하는 경우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처럼 우주 탐사와 자동차 분야에서 성공한 후 다른 사회적 이슈나 정치 분야까지 의견을 내세우는 사례는 이러한 현상의 전형을 보여준다.


더 구체적으로, 직장에서는 영업 부서에서 고객과의 사적인 유대감을 강조해 계약을 따낸 사람이 이를 마케팅 전략이나 인사 관리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하려 하거나, 과도한 친목 도모와 불필요한 친절, 쓸데없는 잡담을 통해 친분을 과시하는 행위를 모든 업무 영역의 핵심 전략으로 삼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을 넘어,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저해하는 심각한 함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하나의 성공 법칙으로 성과를 내게 되면, 그 법칙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법칙의 본질은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대상이나 목적만 바꾸어 적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는 업무적 전문성보다는 소위 '잡기술'에 의존한 성공으로 이어지곤 한다. 옛말에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라는 표현이 있듯이, 자신을 흥하게 한 법칙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다 보면 결국 그 법칙 자체가 쇠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는 과거 아날로그 필름 시장과 백과사전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코닥과 브리태니커가 보여준 '성공의 함정' 사례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이들은 기존 사업의 엄청난 성공에 도취해 디지털 카메라와 온라인 정보 서비스라는 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외면하거나 대응이 늦었으며, 과거의 성공을 이끌었던 강력한 사업 모델과 영업 조직이 오히려 미래를 향한 혁신의 발목을 잡는 '역량의 함정'이 되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근본적 이유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여러 인지적 편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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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Lummi.ai ⓒ Amino


첫째, '후광 효과(Halo Effect)'가 핵심적 역할을 한다. 이는 어떤 대상의 한 가지 긍정적 특성이 다른 특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편향으로,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낸 사람은 그 성공의 '후광' 때문에 지혜롭고 통찰력 있으며 다른 어떤 일이든 잘해낼 것이라는 과대평가를 받기 쉽다. 이는 타인의 평가에만 국한되지 않고, 성공한 당사자 스스로도 자신의 능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경향으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과잉 자신감 효과'가 작용한다. 개인의 주관적 자신감이 객관적 능력을 초월하는 현상으로, 한 분야에서의 성공이 전체적인 자아상을 부풀려 다른 영역에서도 유능하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성공 경험은 개인의 자신감을 높이지만, 때로는 자신의 판단력과 지식을 과신하게 만드는 '과잉확신 편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자신의 성공을 오롯이 자신의 능력 덕분으로 돌리고, 운이나 외부 환경 등 다른 요인을 무시하고 간과할 때 이러한 편향은 더욱 강화되어 자신을 고립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의 변형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무능한 사람이 자신의 무능을 인식하지 못하는 반면, 전문가조차 한 분야의 지식이 다른 분야로 과도하게 일반화되는 경우에 적용된다.


넷째, '사후 과잉 확신 편향(Hindsight Bias)'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이 벌어진 후에 결과를 알고 나면, 마치 처음부터 그 결과를 예측했던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다. "내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생각은 과거의 성공 방식을 절대적인 법칙처럼 여기게 만들고, 그 방식이 특정 상황에서만 유효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무시하게 한다. 어쩌면 결과론적인 주장에 갇혀있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심리적 기제들은 사회적 지위 향상 욕구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성공 후 높은 지위를 얻은 사람은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더 넓은 영역에서 발언하려 하며, 이는 과잉 자신감을 부추긴다. 또한, 인간의 학습 패턴도 문제의 한 축을 이룬다. 성공 공식을 반복 사용하려는 것은 뇌의 에너지 절약 메커니즘으로, 새로운 학습을 피하고 익숙한 패턴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메인이 다르면 이 공식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뇌과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이러한 현상은 뇌의 '보상회로'와 관련이 깊다. 특정 행동이 성공이라는 보상을 가져오면, 뇌의 도파민 분비가 그 행동과 긍정적 결과를 강하게 연결시킨다. 이 연결은 '시냅스 가소성'을 통해 강화되어, 동일한 상황이 아니어도 무의식적으로 같은 전략을 반복하도록 만든다. 여기에 '확증 편향'이 결합하면,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받아들이고 불리한 신호는 무시하게 된다. 전두엽이 상황 판단과 전략 전환을 담당하지만, 과거의 성공 기억이 강할수록 이 전환 기능이 억제된다. 결과적으로 뇌는 변화보다 익숙한 성공 패턴을 고수하는 쪽으로 기울어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성공의 함정을 어떻게 피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 무엇보다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다.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이 분야에서 나의 지식은 어디까지인가?", "나의 성공 공식이 여기서도 통할까?"라고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의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섣부른 판단을 막을 수 있다. 정기적인 자기 반성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습관을 들이고, 매일 자문을 해 본다.

"과연 이 분야에서 나는 정말 전문가인가?"


또한, '초심자의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새로운 역할이나 분야에 들어섰을 때는 의도적으로 자신을 낮추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과거의 성공 경험은 잠시 내려놓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다양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구하고, 멘토나 동료로부터 객관적 의견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조정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 내에서 TF팀 미팅을 통해 다른 분야 전문가의 관점을 배우는 식이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의 생각이나 계획에 동조하는 사람이 아닌, 건전한 비판과 다른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어야 한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검토하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보는 습관은 과잉확신을 막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의사결정 과정에 자신과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을 참여시켜, 시야를 넓히는 인지적 마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1원칙 사고'를 적용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해결책을 그대로 복제하는 대신, 문제의 본질과 근본 원리부터 파고드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상황과 맥락이 바뀌면 문제의 구조도 바뀐다. 문제의 근원을 분석하면, 과거의 방식이 아닌 현재 상황에 최적화된 새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성공의 '방법'이 아닌 '원리'와 '태도'를 학습하는 것이다. 과거의 성공을 분석할 때, "어떤 '방법'을 썼는가"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성공에 이르기까지 어떤 '자세'와 '태도'로 임했는가"를 연구해야 한다. 초심, 열정, 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집요함과 같은 근본적인 태도는 다른 분야에서도 유효한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런 다음,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도메인별 전문성을 쌓아야 한다. 한 분야에만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는 것은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이는 자신의 전문 분야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준다. 온라인 강의나 책을 통해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여, 자신만의 성공 공식을 유연하게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마지막으로, 과거 성과보다 현재 환경 분석과 학습에 더 많은 뇌 자원을 배분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성공 패턴이 아니라 '판단하는 방법' 자체를 끊임없이 갱신하는 능력이 진정한 지혜의 핵심이다. 패턴은 다를지 몰라도 방법론 자체는 조금만 변경하면 그대로 써 먹을수도 있는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착각은 옳은가, 그릇된 것인가 하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전문성은 특정 도메인 내에서만 유효하기 때문에, 한 분야의 성공이 다른 분야의 지식을 보장하지 않아서 그릇된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완전히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감은 혁신을 촉진할 때, 예를 들어 벤처 창업자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경우 유익할 수 있다. 한 분야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다른 분야로의 도전 자체가 그릇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성공 경험을 '만능 열쇠'처럼 여기고, 다른 모든 문을 열 수 있다고 착각하는 데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는 옳고 그름의 판단을 넘어서서,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판단력'을 유지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균형 잡힌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다.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명확히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플라톤의 지적처럼, "실제로 그들이 가진 지혜까지 오히려 흐리게 만드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할 착각인 것이다.


궁극적으로, 한 분야의 성공이 다른 영역으로 확대되는 착각은 인간의 본능적 편향에서 비롯되며, 이를 인식하고 방지하는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소크라테스의 지혜처럼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것이 진정한 지혜의 시작이다. 진정한 지혜는 만능 열쇠를 가졌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문 앞에서 어떤 열쇠가 맞을지 신중히 고민하고, 때로는 맞는 열쇠를 가진 이에게 겸손히 도움을 구할 줄 아는 태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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