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을 단련하듯이 생각도 단련할 수 있는가
최근 헬스장에서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근육은 반복적인 자극과 회복을 통해 성장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인데, 그렇다면 우리의 사고력도 근육처럼 체계적으로 단련할 수 있을까?"
이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인공지능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현재 시대에 매우 현실적이고도 절박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요즘 인공지능의 답변을 마주하는 일이 잦아져, 예전보다 스스로 생각하는 일이 조금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언어는 논리의 집약체라고 한다. 언어를 제대로 다루려면 논리적 사고가 필수적이며, 사고의 힘이 뒷받침되어야만 언어 역시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을 점점 덜 하게 되고, 기계가 제공하는 답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습관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편의성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인간이 35억 년의 진화 과정을 통해 획득한 고유한 생존 능력, 곧 '사고력'이 약해지면서 스스로 판단할 힘을 잃어버린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인간이 모든 판단을 AI에 의존하며 외부 정보에만 의존하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면, 미래에는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면서, 근육 단련의 원리와 사고력 향상의 메커니즘 사이에 존재하는 근본적 유사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현대인이 어떻게 사고의 근육을 체계적으로 단련할 수 있을지, 그리고 AI 시대에 인간 고유의 사고력을 유지하면서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도 더불어 살펴보려 한다.
먼저, 육체 근육의 성장 원리를 살펴보자. 인간의 근육은 명확하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원리에 따라 단련된다. 무거운 물체를 반복적으로 드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근육의 크기를 키우고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근성장 과정의 핵심은 근섬유의 파괴와 회복에 있다.
근육 단련의 메커니즘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운동을 통해 근섬유가 미세하게 파괴된다. 근섬유는 근육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로, 우리가 운동 후 느끼는 근육통의 원인이 바로 이 근섬유의 미세한 손상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파괴는 결코 부정적인 현상이 아니다. 파괴된 근섬유는 휴식과 적절한 영양 공급(단백질 섭취)을 통해 회복되는데, 이때 이전보다 더 강하고 큰 상태로 재생된다. 특히 단백질을 적절히 섭취하면 단백질 분자가 근섬유로 흡수되어 회복과 함께 근육 성장을 촉진시켜 준다.
다만 단백질 섭취에는 적정선이 있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몸무게에 0.8을 곱한 수치가 일반인의 적정 단백질 섭취량으로 권장되며, 운동하는 사람은 이보다 더 많은 단백질이 필요하다. 하지만 과도한 단백질 섭취는 신장과 간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균형이 중요하다. 이처럼 파괴와 회복, 그리고 적절한 영양 공급의 과정이 반복되면서 근육은 이전보다 더 강하고 큰 상태로 성장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과부하 원칙'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근육에 이전보다 더 큰 자극을 주어야만 성장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처음 헬스장에 간 사람이 5kg 덤벨로 시작해서 점차 10kg, 15kg으로 무게를 늘려가는 것도 이 원리 때문이다. 근육은 현재 수준에 적응하면 더 이상 성장하지 않으므로, 지속적으로 새로운 자극을 주어야 한다. 결국 근육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패턴을 꾸준히 실천하고, 적정한 회복과 영양이 동반될 때 비로소 성장하는 것이다.
출처: Lummi.ai ⓒ Steph Meade
그렇다면 '생각의 근육'은 어떨까? 모든 인간은 생각한다. 진중한 것이든 사소한 것이든, 머릿속에서 대상을 골몰히 떠올리는 과정이 바로 생각이다. 하지만 사고력을 단련하는 것은 단순히 '많이 생각한다'는 수준을 넘어, 체계적이고 의식적인 훈련을 필요로 한다. 마치 일상적으로 달리는 것과 마라톤을 위해 체계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전혀 다른 차원의 활동인 것처럼 말이다.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가장 대표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독해 능력 향상이다. 글을 읽는 순간, 우리는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이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정교한 인지 과정을 요구한다. 우리는 글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작은 단위부터 차례대로 파악해 나간다. 먼저 개별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문장 속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모르면 전체 문장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다음에는 단어들 간의 관계와 각각의 역할을 파악하여 문장 전체의 의미를 도출한다. 주어와 서술어, 목적어와 보어의 관계, 수식어의 역할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 문장의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있다. 문장을 이해했다면 이제 문장들이 모여 이루는 문단의 주제와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각 문장이 문단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주제문은 무엇이고 뒷받침 문장들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단들의 흐름을 통해 글 전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논리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어휘력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다. 어휘는 사고의 도구이자 재료이기 때문이다. 풍부한 어휘력을 가진 사람은 더 정확하고 섬세하게 사고할 수 있고, 복잡한 개념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반대로 어휘력이 부족한 사람은 아무리 깊이 생각해도 그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거나 발전시키기 어렵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철학서를 처음 읽는 독자를 생각해 보자. '존재론', '형이상학', '선험적', '초월론적', '현상학적' 같은 전문 용어의 의미를 모르면 문장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 "칸트의 선험적 관념론은 현상과 물자체를 구분함으로써 형이상학적 독단론과 경험론적 회의주의를 모두 극복하고자 했다"는 문장을 읽더라도, 핵심 용어들의 의미를 모르면 그냥 의미 없는 단어의 나열로만 보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용어들을 반복해서 접하고 의미를 파악하는 과정을 거치면, 점차 복잡한 철학적 논증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사전을 찾아가며 하나하나 의미를 확인해야 하지만, 반복 학습을 통해 이러한 용어들이 자연스럽게 이해되면, 더 복잡하고 추상적인 철학적 개념들도 소화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마치 처음 헬스장에 간 사람이 가벼운 무게부터 시작해 점차 무거운 중량을 다룰 수 있게 되는 것과 정확히 같은 원리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수학 학습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미적분학을 처음 배우는 학생에게 "함수 f(x)가 x=a에서 연속이려면 lim(x→a) f(x) = f(a)이어야 한다"는 정의는 매우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극한의 개념, 함수의 개념, 연속성의 개념을 차례대로 이해하고 반복 연습을 통해 숙달되면, 나중에는 이러한 정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더 복잡한 정리들을 증명할 수 있게 된다. 각각의 개념과 정의를 이해하는 과정이 바로 '사고의 근섬유'를 단련하는 과정인 셈이다.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고 훈련 방법들도 있다. 기사를 읽을 때 주장과 근거를 구분하고, 근거가 타당한지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습관이 그 첫 번째다. 또한 '5 Why' 분석법처럼 문제의 원인을 다섯 번 이상 거슬러 올라가며 분석하는 습관은 생각을 더 깊게 파고드는 연습이 된다. 단순히 표면의 이유에 머무르지 않고 더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사고의 깊이가 확장된다. 독서 후 요약하기도 훌륭한 훈련법이다. 긴 글을 읽고 자신만의 언어로 재정리하는 과정은 단어와 문장을 재구성하는 훈련이자, 글 전체의 맥락을 다시 한번 이해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사고 훈련의 효과는 단순한 추측이 아니다. 신경과학 연구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물리적 운동이 뇌의 신경가소성을 촉진해 인지 기능을 향상한다고 한다. 이는 운동이 새로운 신경 연결을 형성해 기억과 학습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생각 단련과 유사하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인지 훈련이 뇌 구조를 변화시켜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인다고 밝히고 있다. 노인 대상의 인지 훈련 프로그램에서 퍼즐 풀기나 언어 학습이 뇌의 해마 영역을 활성화해 기억력을 개선한 사례가 관찰되기도 했다. 이처럼 반복적 인지 자극이 뇌를 '단련'하는 메커니즘은 근육 성장과 평행한다.
다시 정리를 좀 해보면, 육체의 근육과 사고의 근육 사이에는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점들이 많다. 먼저 기본 구성 요소를 비교해 보면, 육체 근육의 기본 단위가 근섬유라면 사고력의 기본 단위는 어휘라고 할 수 있다. 근섬유가 모여 근육을 이루듯, 어휘가 모여 사고력을 구성한다. 자극 방법도 유사하다. 육체 근육은 무게를 들거나 반복 운동을 통해 자극을 받는다면, 사고 근육은 모르는 단어를 만나 그 의미를 파악하고 반복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자극을 받는다.
회복 과정도 비슷하다. 육체 근육은 운동 후 휴식과 단백질 섭취를 통해 회복되고 성장한다. 마찬가지로 사고 근육은 새로운 개념을 학습한 후 복습과 다양한 텍스트 읽기를 통해 그 개념이 완전히 자신의 것이 되고 더 발전한다. 성장 결과도 대응된다. 육체 근육의 경우 근력 증가와 근육량 증가가 나타나고, 사고 근육의 경우 어휘력 향상과 전반적인 사고력 증진이 나타난다.
이러한 유사성은 단순한 비유를 넘어선다. 실제로 학습과 사고 과정에서 뇌의 신경망이 물리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새로운 것을 학습할 때 뇌의 신경세포들 사이에 새로운 연결이 만들어지고, 반복 학습을 통해 이러한 연결이 강화된다. 이는 운동을 통해 근섬유가 강화되고 새로운 근섬유가 생성되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은 과정이다. 근섬유를 파괴하고 회복시키는 과정이 근육 성장의 핵심이듯, 기존의 사고 틀을 벗어나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고 이를 자신의 사고 체계에 통합하는 과정이 사고력 향상의 핵심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과정이 모두 능동적 자세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근육 운동에서 수동적으로 기계에 몸을 맡기는 것만으로는 효과적인 근육 성장을 기대할 수 없듯, 사고력 향상에서도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진정한 사고력 증진을 이룰 수는 없다. 무언가를 알기 위해 애쓰는 행위, 그 과정에서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논리적 사고력을 증진시키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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