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의 근육 성장은 운동을 통해서 생각의 근육 성장은 어떻게?
고대 인류의 진화 과정에는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뛰어난 점은 생각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었다. 초기 인류가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신체적 능력 때문만이 아니었다.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고, 사냥 전략을 세우고, 복잡한 사회 구조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먹을 것을 찾고, 위험을 피하며, 동료들과 협력하는 모든 과정에서 지속적인 정신적 노력이 요구되었다. 이러한 끊임없는 사고와 실험의 습관이 인간의 뇌를 발달시켰고, 결과적으로 현재의 고도한 사고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원시 환경에서는 환경 자체가 사고력을 강제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오히려 기술이 사고력을 대신해 주고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사고의 근력을 단련하지 않으면 점점 그 능력을 잃어버릴 위험에 놓이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사고의 근육을 단련할 수 있을까?
실질적인 실천 방법들에 대해서 좀 살펴보고자 한다.
앞서 '생각의 근육 1'의 편에서 강조했었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인 독서, 즉 책 읽기다. 많이 읽어야 하지만 단순히 많이 읽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신의 현재 수준보다 조금 어려운 책을 선택해서 능동적으로 읽어야 한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아보고, 이해되지 않는 문장은 반복해서 읽어보며, 글의 논리 구조를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고의 근섬유가 자극받고 강화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해마다 세우는 계획으로 '열심히 운동하기'라는 것이 매번 들어갈지도 모른다. 계획의 한 부분으로 넣어놓긴 하지만 실천이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책 읽기도 그렇다. 요즈음 쇼츠나 틱톡 등 짧은 영상들이 너무 많아져서 이런 영상들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긴 영상을 보기 힘들다고 하소연하곤 한다. 30분짜리, 1시간짜리 영상 하나 보기도 힘든데, 책 읽기란 언감생심인 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읽어야 할 가치고 충분한 행위인 것은 자명하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으리라 생각된다.
사고력을 키우는 방법 중 글쓰기도 중요한 훈련 방법이다.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정교해진다. 말로는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애매한 부분들도 글로 쓰려면 명확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토론이나 논쟁도 좋은 훈련이 된다. 상대방의 주장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의 논리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과정에서 사고력이 향상된다.
수학 문제 풀이도 훌륭한 사고 훈련이다. 수학은 순수한 논리의 체계이기 때문에 수학적 사고를 기르는 것은 곧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는 것과 같다.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문제의 구조를 파악하고 해결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체계적 사고 능력이 발달한다. 언어 학습도 효과적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사고 체계와 문화적 관점을 접하게 되고, 이는 사고의 유연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두 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인지적 유연성이 더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학업과는 별개로, 취미로 수학문제를 푸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문제풀이를 통해서 사고의 건재함을 확인한다고나 할까.
퍼즐이나 수수께끼 풀기도 사고 훈련의 좋은 방법이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창의적 연결을 반복적으로 연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설을 읽을 때 등장인물의 감정을 분석하는 훈련도 유용하다. '그는 창밖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라는 문장에서 '한숨'이 피로나 후회를 암시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이처럼 단어를 연결해 감정 맥락을 추론하면 이해가 깊어진다. 논문이나 에세이를 읽으며 주요 주장과 근거를 요약하는 습관도 논리 구조를 파악해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출처: Lummi.ai ⓒ West Kast
이러한 방법들을 통해서 사고력을 키우는 동시에, 인간 스스로 사고하고 답을 찾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가 새로운 신약과 단백질 구조를 발견하는 데 활용되고 있지만, 이는 AI가 인간의 사고를 완전히 대체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를 보조하는 도구로 활용된 결과다. 연구자들은 여전히 가설을 세우고, 결과를 해석하고,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하는 핵심적인 사고 과정을 담당하고 있다. 이것은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생각하는 힘을 AI에게 완전히 맡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AI는 목적이 아니라 도구일 뿐이다. 계산기가 수학적 사고를 대체하지 못하듯, AI도 인간의 창조적이고 비판적 사고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오히려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수준의 사고 능력이 필요하다.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결과를 해석하는 능력 말이다. AI가 아무리 정교한 답변을 제공해도, 그 답변이 맥락에 적절한지, 논리적으로 타당한지, 실제 상황에 적용 가능한지를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따라서 AI를 지렛대 역할로만 활용하되, 핵심적인 사고 과정은 인간이 담당해야 한다.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패턴을 찾아내는 능력을 활용하면서도, 그 결과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창조적 통찰을 도출하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사고의 근육을 꾸준히 단련해야 한다.
결국 생각의 근육을 단련한다는 것은 단순히 지적 능력을 기르는 차원을 넘어, 인간이 스스로 능동적 존재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언어를 다루고 논리를 구축하며, 스스로 답을 찾으려 애쓰는 습관은 인간다움의 핵심이다. 근육이 사용하지 않으면 빠르게 위축되듯, 사고의 근육도 사용하지 않으면 빠르게 퇴화한다. 반복적 훈련과 꾸준한 노력 속에서만 사고력은 유지되고 성장할 수 있다.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는 오히려 더 의도적으로 사고력을 훈련해야 한다. 글을 읽고, 쓰고, 토론하며,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 자체가 생각의 근육을 기르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어휘를 늘리고 문장을 분석하며 논리 구조를 파악하는 일상적 습관들이 결국 사고의 근섬유를 강화시킨다. 이렇게 단련된 생각의 근육은 파괴된 근섬유가 단백질을 통해 회복하듯, 다양한 글과 경험을 통해 더욱 강화된다.
"근육을 단련하듯 생각도 단련할 수 있다"라는 주장은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사고력이라는 생각의 근육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뉴턴 제1법칙,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 하고,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려 한다는 관성의 법칙처럼, 근육 단련도 물론이거니와 생각 단련도 관성화 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생각 단련의 관성 법칙'은 이렇다. 한번 생각하는 습관이 몸에 배면, 그 관성에 의해 계속해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AI에 의존하여 생각을 멈추는 순간, 그 정지 상태의 관성이 작용하여 점점 더 생각하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사고에도 관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고력도 마찬가지다. 꾸준히 사용하면 더욱 활발해지고, 사용하지 않으면 점점 둔화될 것이다. 사고력을 키우지 않는다면, AI 시대에도 인간 고유의 가치를 지킬 수 없고 또한 AI 기술을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사고력 단련은 생존의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인의 지적 성장을 위해서라도,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근육을 단련하듯 생각을 단련하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점 때문이다. 매일의 작은 노력이 쌓여 사고의 근육을 만들고, 그 근육이 AI 시대를 살아갈 힘이 된다.
인간다운 삶이란, 결국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창조해 나가야 하는 삶일 것이다. 인류가 35억 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유일한 가치를 스스로 버리지 않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