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정말 맞냐 ?
앞의 글에서 계속 말씀드린 대로 정밀 분석을 진행하게 되면 '중증외상센터' 드라마에 대한 스포는 불가피할 예정이므로, 추후에 드라마를 시청하실 분들 중에서 스포를 원하지 않는 분들은 여기에서 멈춰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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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중증 외상 센터 4화의 의학고증 실패에 대한 정밀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4화에서는 차량내 교통사고 (In car) 를 당하고 응급실에 들어올때부터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던 젊은 여자 환자 이야기가 나옵니다.
심폐 소생술로 알려진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CPR) 에 관한 묘사중에 몇가지 틀린 것이 있습니다. 일단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후에 계속 진행되고 있는 CPR 중인데도 호흡관이 확보 안되어서, 누군가가 (극중에서는 백강혁 선생이 지시합니다) 호흡관 확보를 지시하는 것 자체가 심폐소생팀 전체가 지리멸렬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Airway 를 담당하고 있는 의료진은 심폐소생술 시행중이라고 하더라도, 중간에 맥박 확인등 움직임이 좀 덜한 순간에 빠르게 움직여서 호흡관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으므로, 응급의학과이든 마취과 이든 기회만 되면 바로 호흡관을 넣어야 되는 것이 ACLS (Advanced Cardiac Life Support) 과정을 다 마친 의료진이라면 당연히 알아야하고 바로 시행해야 할 과정입니다.
다음 장면에서는 백강혁 선생이 환자 리듬을 보고는 V-Fib (브이 핍)이라고 하고 제세동기로 충격을 가합니다. 그런데 Ventricular Fibrillation (심실세동) 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뚜렷하게 QRS complex 가 보입니다. 즉 백강혁 선생이 V-Fib 이 아닌데도, 다른 리듬으로 잘못 읽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환자의 심전도상 QRS Complex 가 있는데도 맥박이 안 잡히는 것이라면, V-fib 이 아니라, PEA (Pulseless Electrical Activity) 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제세동기로 전기 충격을 가하면 안되고 심폐 소생술을 계속 이어나가야 합니다.
처음에는 백강혁 선생이 200 J 로 전기 충격을 주는 것을 보고 의학 고증 오류라고 생각했는데, 작중에 나온 Nihon Koden Cardiolife 라는 제품을 검색해본 결과, Biphasic Defibrillator 라서 360 J 이 아니라 200 J이 맞습니다. (이 부분은 드라마 의학고증이 의외로 정확합니다)
제세동기로 전기 충격 이후에 계속 심폐소생술을 이어 나가면서 아미오다론 150mg 정맥주사로 주라고 백강혁 선생이 말하는데, 아미오다론 최초 용량은 150 mg 이 아닌 300 mg 이 맞습니다.
심폐소생술(CPR) 로 젊은 여자 환자의 리듬이 돌아오고 응급 심초음파상 좌심방 파열이라는 진단으로 수술실로 옮겨집니다. 이과정에서 환자의 보호자가 진단명에 이의를 제기하고 응급 수술에 의문을 제시합니다.
이에 백강혁 선생은 수술 동의서에 관한 규정중 보호자의 심신 미약이 있는 경우, 2명의 의사 동의하에 수술을 진행 시킬 수 있다라고 주장하면서, 펠로우인 양재원 선생에게 동의를 하라고 윽박지릅니다.
이 부분은 의학 고증의 오류 라기보다는 좀더 상식 수준의 고증 오류라고 할 수 있는데요...
미국에서도 환자 보호자에게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 2명의 의사의 동의하에 수술을 진행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에서는 2명의 의사가 각각 독립적으로 다른 진료과목의 의사이어야 하고, 최소 전문의 혹은 교수급 이상이어야 자격요건이 주어집니다.
따라서 백강혁과 양재원 선생이 둘다 동의한다 하더라도,
양재원 선생은 수련의 레벨인 펠로우인데다가, 백강혁 선생 영향력 아래에 있는 사람이라
애석하게도 1인분의 역할로 쳐 줄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환자를 그대로 수술실로 데려가서 수술을 해버리면, 두명의 의사의 동의라는 최소한의 조건도 맞추지 못한 불법 수술행위가 됩니다.
또한 백강혁 선생은 자신은 동의했다고 하면서 자신의 지도 영향력 아래에 있는 양재원 선생에게 직접적으로 '너도 동의해'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으므로, 자발적이고도 정당한 동의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수술방안에서의 감염방지에 관해서는 '중증외상센터' 드라마에서 벌써 여러번 지적하는 것 같은데, 이런 가장 기본적인 것들은 좀 알아서 좀 지켜줬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 있습니다. 세계 어디를 가나, 수술방 안에서의 기본 예절은 어딜 가나 다 똑같은데, 이런 기본적인 것도 고증을 못하나 싶습니다.
아무리 보호자가 막무가내라고 하더라도, 환자의 수술부위 감염방지를 위해서 무균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신성한 수술실에서 수술모자 혹은 간이 수술복 같은 최소한의 예의도 안 갖추고 수술실에 들어오게 한다는게 말이 됩니까 ?(조폭, 너는 호칭만 조폭이지 제대로 하는 일은 왜 하나도 없냐 ?)
평소에 환자만 생각한다던 백강혁 선생은 이런때야말로 욕을 한바가지 쏟아 부어야 되는거 아닌가요 ?
어떻게 외과의사가 저런 꼬라지를 보고 그냥 놔두는지...?
극중 이 장면에 대해서 원작자가 수술실에 그냥 일반 옷을 입고 들어오는 장면에서 고증을 하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하는 것을 유튜브 생방 캡쳐본으로 봤습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을 그리려고 수술복으로 갈아 입는 부분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것 같아서 생략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 보면 현장감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수술방의 감염방지라는 예의를 지켜주는 장면도 충분히 가능했는데, 원작자가 의료 현장에서 너무 오래 떠나 있어서 그렇게 현실적인 방법이 있다는 것 자체도 몰랐던 것이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수술방에 비의료인이 출입을 해야 하는 경우가 가끔씩 있는데, 그럴때에는 일시적으로 밖에서 입고 있던 일상 복 위에 덧입는 임시 수술복을 착용하고 수술방에 들어갑니다.
그렇게 하면 수술방에서의 감염방지라는 원리 원칙도 지키면서, 임시적으로 수술실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어느정도의 편의 (입고 있는 옷 위에 덧입기가 가능) 도 챙겨주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임시로 덧입는 옷을 Bunny Suit 이라고 보통 표현한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더라면, 웹소설이나 웹툰에서도 충분히 현장감을 살릴 수 있었지 않았을까요 ?
백강혁 선생은 드라마에서 이미 외상외과의로 근무한지 연차가 꽤 되는 베테랑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쟁터이던 수술방 이던 산전수전 다 겪어본 외과의일텐데, 왜 자신을 보호하는 기본적인 장비인 고글이나 Eye Protection 도 없이 수술에 참여하고 있습니까 ?
응급상황에서 수술시에는 환자의 기본병력에 대한 파악이 되어있지 않으므로, 환자가 어떠한 감염병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을 밥먹듯 겪었을 외상외과 초천재 백강혁 선생은 왜 가장 기본적인 자기 보호 장비인 고글이나 Eye Protection 도 없이 환자의 혈액을 뒤집어쓰고 계십니까 ?
당장 혈액을 통한 감염병만 하더라도, B형 간염 바이러스, C형 간염 바이러스, HIV 혹은 각종 세균이나 진균등등...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감염병이 환자의 혈액내에 존재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고, 이러한 혈액이 눈으로 튈 경우, 바로 본인의 중추 신경계로 바로 감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백강혁 선생정도 되는 베테랑 외과의사라면, 기본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장비 정도는 당연할 정도로 스스로 갖추어 입는 것이 기본중의 기본입니다.
극중의 양재원 선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수련의 신분인 펠로우라고는 하나, 그래도 외과 레지던트 수련을 거치면서 역시 수많은 임상경험을 했을 텐데, 아무리 안경을 끼고 있다고는 하나 왜 고글이나 기본적인 Eye protection 하나 없이 감염의 주원인이 될 수 있는 환자 혈액을 죄다 뒤집어 쓰고 앉아 있습니까 ?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감염병 예방에 대한 개념과 관리도 한층 강화되어서, 요즘에는 마취과가 호흡관 삽관하거나, 외과의사가 수술들어 갈때에도 보호용 고글을 착용하는 것이 좀더 보편화되었습니다.
이런 것을 의학 고증의 오류라고 하기에는 약간의 무리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만...
3화에서 외상으로 간기능 부전에 빠져 뇌사자인 아버지의 간을 이식받은 환자의 회복속도가 빠르다고 간호사가 말하는 장면이 4화에 나옵니다.
가족간의 장기 기증이 호전이 더 빠르다는 것은 그냥 의학 비전문인이 가지는 환상같은것에 불과합니다.
제가 직접 해봤는데 가족간 기증이 호전이 절대 더 빠르지도 않았습니다.
(Been there, Done tha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