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4일 차
남편이 돌아가는 날이다.
비행시간에 맞춰 공항까지 태워다 주는 차 안에서 남편이 전에 없이 아들에게 잔소리를 했다.
엄마 말 잘 듣고 너무 까불거나 장난 심하게 치지 말라고 당부를 하고 있었다.
아이의 키와 덩치가 이제 나를 넘어서니 내가 힘에 부칠까 봐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보름 남짓 떨어져 지내야 하는 나로서는 혼자 지낼 남편이 더 걱정이었다.
공항 출국 게이트에서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우리는 아들이 원했던 초콜릿 박물관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초콜릿을 직접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어서 가기로 한 것이다.
간당간당하게 체험 시간에 맞춰 도착해서 부랴부랴 체험장 안으로 들어가니 아이들이 꽤나 많았다.
날씨가 안 좋으니 실내 체험 시설로 아이들이 많이 오는 것이다.
손을 깨끗이 씻고 머리에 모자를 쓰고, 설명을 들으며 절차에 따라 초콜릿을 만들었다.
아들은 꽤나 집중해서 열심히 만들었다.
블랙과 화이트 초콜릿을 각자 원하는 비율로 조합하여 틀에 부어 놓는다.
냉동고에 15분 정도 넣어 두면 저렇게 예쁘게 굳어서 완성된다.
카카오 함량이 높은 좋은 재료를 쓰기 때문에 많이 달지 않으면서 맛 좋은 초콜릿이 만들어진다.
먹기가 아까울 정도로 예쁘고 고급스럽게 완성되었다.
상자에 잘 담아서 차에 타자마자 하나씩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었다.
아들은 두 개를 더 먹고는 숙소로 가져와서 나중에 먹겠다고 했다.
먹기에 아깝지 않으냐 했더니 아끼다 똥 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초콜릿 박물관 근처에 우주항공박물관이 있다.
예전에도 한 번 다녀왔었지만 한 번 더 가자고 한다.
항공기 모형도 전시가 되어 있고 직접 항공기를 타 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곳이다.
또, 실내 놀이터도 잘 되어 있어서 유아들을 데려가기에도 좋다.
아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항공기를 시뮬레이션으로 운전해 보는 체험이었다.
나도 해 보긴 했는데 보기보다 어려웠다.
그래도 처음 해보는 경험이라 신선했다.
항공박물관에서 2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고 서귀포 숙소로 향했다.
오는 길에 연돈에 들렀다.
3년 전엔 웨이팅 앱으로만 예약을 받았는데 나는 한 번도 성공을 못했었다.
다들 어찌나 손가락이 빠른지 제주도에 오래 있으면서도 먹어보지 못했었다.
지금은 현장에서 키오스크로 예약을 해서 기다렸다 들어가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많이 기다릴 줄 알았는데 30분 정도 대기했다가 들어갈 수 있었다.
치즈돈가스는 품절이라고 해서 안심돈가스로 주문했다.
엄청 놀랄만한 맛은 아니었지만 고기가 상당히 부드럽고 잘 튀겨낸 돈가스였다.
한 번 먹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아들은 맛있다고 잘 먹었다.
펜션으로 오면서 내일은 날이 개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남편이 자기가 떠나면 날이 갤 거라고 농담처럼 말하고 갔는데 그게 실현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쨌든 어서 날씨가 좋아져서 바다로 나가 맘껏 수영할 수 있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