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5일 차
남편의 예언이 적중했다.
드디어 비가 그치고 해가 나기 시작했다.
가고 싶었던 태웃개에 가기로 한다.
물놀이를 하기 전엔 잘 먹어야 한다.
남원에 유명한 물회집이 있다.
공천포식당이라는 가게다.
바닷가 바로 앞에 위치해 있었다.
유명한 가게답게 사람들이 많았다.
다 물회를 먹고 있었다.
회전율이 빠르기 때문에 대기시간이 길지 않다.
한치 물회, 전복 물회 하나씩을 시킨다.
전복 양이 미쳤다.
그리고 너무 싱싱하다.
한치는 사진을 안 찍었네.
(미안해 한치야ㅠㅠ)
아들은 별로란다.
왜냐면 제주도는 물회 육수를 된장 베이스로 맞춘다.
속초에서 즐겨 먹던 상콤한 물회 맛에 익숙해서인지 맛이 없게 느껴지는 것이다.
공깃밥이랑 밑반찬도 곁들여 나오기에 밥을 먹고 전복만 건져 먹고 있다.
나야 땡큐다.
나는 맛있게 먹었다.
식사 후 태웃개로 갔다.
태웃개는 태우(떼배)를 매어 두던 포구라는 뜻이다.
산에서 내려오는 용천수가 바다와 만나면서 천연의 수영장이 형성된다.
요즘 스노클링의 성지로 인기가 많은 곳이다.
이렇게 포구 방파제 안쪽으로 용천수와 바다가 만나는 풀장이 만들어진다.
다만, 바닷물이 들어오는 만조시에만 물이 차고 간조가 되면 물이 쭉 빠진다.
우리가 갔을 때는 오후 1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물이 허리 아래 정도까지 차 있었다.
만조 시간이 11시였다고 하셨다.
만조 시간에 맞춰 오면 수영하기 딱 좋은 물 높이가 될 것 같았다.
물에 처음 발을 넣었을 때, 진짜 너무너무 차가워서 깜짝 놀랐다.
용천수는 지하에서 암반을 뚫고 흐르기 때문에 정말 차다.
아들도 첨에 들어가 보더니 다시 나와서는 너무 차갑다고 했다.
그래도 시원해서 좋다면서 슬슬 적응해 가기 시작했다.
물 만난 고기인 아들은 신이 났다.
물이 조금 더 깊어야 수영하기 좋은데,,,
그래도 물속에서 잘 놀았다.
대학생 형들이 물속에서 캐치볼을 하면서 놀고 있었는데 하고 싶었는지 자기도 해보면 안 되냐고 묻는다.
형들이 흔쾌히 빌려 주면서 아들에게 볼을 던져 받게 해 준다.
형이랑 둘이 물속에서 한참을 볼을 주고받고 있다.
형이 잘하네!라며 칭찬도 해 준다.
그 사이 나는 방파제에 올라 주변 풍경을 감상한다.
멋진 곳이다.
비가 갠 하늘도 바다도 멋지다.
한 참을 바라본다.
물이 빠지고 나면 수심이 낮아져서 오른쪽 방파제 끝 쪽에서 수영을 하거나 스노클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직은 위험한 수위라서 그곳으로 들어갈 수 없다.
오후 3시가 넘으니 천연풀은 물이 다 빠져서 물놀이를 할 수 없게 된다.
아들은 바닷 쪽 방파제로 가고 싶어 했으나 풍랑이 심한 것 같아 내일 만조 때 다시 오자고 설득해서 숙소로 돌아온다.
안전 요원한테 물어보니 내일은 10시쯤 오면 물이 차 있을 거라고 한다.
이제 물 때를 알아보고 바다로 오기로 한다,
이렇게 섬사람이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