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솜반천

-제주살이 9일 차

by 박드레

제주도는 연일 폭염 특보가 뜨고 있다.

한낮에 외부는 다닐 수가 없다.

바다도 물에 들어 가 있지 않으면 타 죽을 것 같이 뜨겁다.

제주도에도 계곡이 있다.

오늘은 서귀포 시내 가까이 있는 솜반천에 가기로 했다.

아침에 숙소를 나서면서 드라이브 겸 해서 보목항에 들렀다.

너무 맑다 못해 눈이 부셔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다.

아들은 차에서 잠깐 내려 있는데도 너무 덥다고 투덜투덜 난리다.

하늘이 어떻게 저렇게 깨끗할 수가 있는지 마냥 신기했다.

도시에선 볼 수 없는 하늘이다.

아들 때문에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점심은 효돈동에 있는 효돈식에서 깔끔한 떡갈비 정식으로 한다.

푸짐하면서도 정갈했다.

물회까지 나와서 좋았다.

가성비 좋은 가게라 만석이었고, 우리 다음으로 온 손님들은 재료가 다 소진되어 돌아가야 했다.

요때 아들과 살짝 다퉈서 아들이 계속 삐져 있었는데 밥을 먹고 나니 다 풀렸다.

단순한 녀석!


솜반천은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계곡이다.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고 화장실도 있어서 이용하기 편했다.

시내에 이런 계곡이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물에 들어갔는데 물이 진짜 차가웠다.

발이 시릴 정도였다.


계곡 위쪽으로 돗자리를 깔고 쉬거나 발을 담그며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혹은 연인이나 부부끼리 와서 쉬는 분들이 많았다.

음식과 술을 가져와서 즐기는 분들도 있었다.

우리도 나무 밑에 돗자리를 깔고 음료를 포장해 와서 마시고 과자도 먹고 했다.

이곳에 있으니 더위를 느낄 수가 없었다.

접근성이 좋은 위치에 이런 계곡이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아들은 시원하다고 물에서 나오지 않았다.

나도 계곡과 돗자리를 왔다 갔다 하며 놀았다.


오후 4시가 넘어가니 물이 차갑게 느껴졌다.

아들과 자리를 정리하기로 한다.


아들이 월드컵 경기장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축구에 진심인 아들은 경기장에 가 본 적이 없다.

멀지 않으니 가 보기로 했다.

경기가 없으니 문이 잠겨 있을 거라고 얘기했다.

그래도 괜찮다고 그냥 한번 가보고 싶을 뿐이라고 한다.

역시나 개방되어 있지 않았으나 아들은 사진을 찍고 싶어 했다.

다음엔 아들을 데리고 축구 경기를 관람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녁을 먹고 하효항으로 갔다.

우리의 저녁 루틴이다.


또, 이렇게 섬에서의 하루가 저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스누피 가든, 표선 해수욕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