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살이 16일 차
지난번에 남편과 셋이서 산책하러 갔다가 폭우가 쏟아져 입구에서 돌아왔던 큰엉해안경승지를 가기로 했다.
남원에 있는 해안가 절경을 볼 수 있는 언덕 같은 곳이다.
'큰엉'은 큰 언덕을 뜻하는 제주도 방언이다.
오전에는 ATV 체험을 하려고 미리 예약을 했다.
우리가 방문한 업체는 남원 숲 속에 있는 곳인데, 승마장과 ATV를 같이 운영하고 있었다.
그 시간대에 우리 밖에 예약팀이 없어서 조교님과 셋이서 숲길을 달리게 되었다.
아들과 나는 둘이 바이크 하나를 타고 내가 운전을 했다.
미리 운전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 주시고, 시운전을 하며 연습하고 나서 출발했다.
프리미엄 코스로 예약을 했기에 1시간 정도 타는 데, 처음엔 포장된 숲 속 길을 한참을 달렸다.
날이 정말 더웠는데 울창한 삼나무가 심어진 한적한 숲길을 달리는 것이 너무 시원했다.
처음엔 약간 겁이 나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조심조심 달렸다.
아들은 뒤에서 너무 신난다며 계속 속도를 내라고 하면서도 경사가 있는 길을 달리면
또, 속도 좀 줄이라고 소리쳤다.
조교님이 앞에서 연신 뒤를 보시며 리드를 엄청 잘해 주셨다.
한참을 오르막 길을 달려 오름 근처로 올라가서 휴식을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조교님이 사진을 정말 많이, 잘 찍어 주셨다.
거의 사진작가 수준이었다.
날씨와 풍경이 다했다.
오름을 내려와서는 비포장 도로였는데, 이것이 진짜 ATV의 진정한 맛을 경험하게 했다.
너무 재미있었다.
아들은 엉덩이가 아프다고 소리치면서도 신나 했다.
속도도 내면서 달리니 엄청 스릴이 있었다.
마지막에는 승마장으로 내려와 말 구경도 하면서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왔다.
짜릿하고 즐거운 체험이었다.
점심은 큰엉해안 근처에 있는 로빙화라는 이탈리안 식당에서 했다.
이곳은 바닷가 앞이라 뷰가 너무 좋았고, 인테리어나 분위기도 정말 좋았다.
한바탕 에너지를 쓰고 난 후라 배가 고팠는데, 너무 맛있었다.
식당에서 나오면 바로 큰엉해안경승지 입구가 오른쪽에 있었다.
해안가 나무 숲길을 따라 걸었는데 데크도 잘 설치되어 있고,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어서 너무 시원했다.
어떻게 바다 색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싶었다.
제주도 바다는 동서남북의 색이 다 다르다.
남쪽 바다는 서쪽의 바다와는 달리 더 짙고 깊은 느낌을 주었다.
한참을 걷다 보면 SNS에서 많이 등장하는 한반도 모양의 포토존에 이르게 된다.
이런 건 무조건 찍어줘야 한다.
막 찍어도 사진이 정말 잘 나왔다.
숙소로 오면서 위미항에 잠깐 들렀다.
남원에 왔으면 당연히 거쳐 가야 한다.
작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항구이다.
예전엔 없었는데 바다 사이를 걸어 항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다리가 생겼다.
다리를 올라 걸어가는 동안 바닷바람이 장난 아니었다.
그래도 올라가서 보니 너무 아름다웠다.
제주도에서 너무 비현실적인 하늘을 매일 보고 있다.
진짜 무슨 CG 같다.
이제 섬에서의 생활이 끝나가고 있다.
근데 벌써 너무너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