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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1 파크

-제주살이 15일 차

by 박드레

남은 기간 동안 그동안 하지 못했던 액티비티를 즐기기로 했다.

제주에 예전엔 없었던 최첨단 놀이 시설이 생겼다.

9.81 파크다.

MZ들이 가장 많이 방문해 보고 싶어 하는 곳이다.

제주도에 카레이싱을 할 수 있는 카트장이 많지만, 중력가속도만으로 달릴 수 있는 무동력 카트는 처음이다.

9.81이라는 이름은 중력가속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9.81 파크는 레이싱장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서바이벌 게임, 범퍼카, 각종 스포츠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도록 방대한 규모로 자리 잡고 있었다.

모든 시설은 팔찌에 부착된 QR로 이용할 수 있고, 어플을 깔면 내가 레이싱 하는 영상이 자동으로 저장되며 실시간으로 주행속도와 순위가 집계되어 보이기에 팀으로 경주하기에도 좋다.

야외 레이싱 코스도 초급부터 상급 코스까지 다양하게 있어서 쫄보들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첨단 시설답게 이용료가 비쌌다.

1인당 57000원인데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할인이 되었다.

우리는 얼리버드 시간대를 이용하고 아이와 함께하는 세트 상품으로 예약해서 60% 정도 할인 적용을 받아 저렴하게 이용했다.

아침 9시에 들어가야 해서 서귀포 숙소에서 8시에 출발을 했다.


9시 전에 도착했는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중국 관광객이 참 많았다.

입장해서 설명을 듣고 카트장으로 바로 내려갔다.

14세 미만은 1인용 카트를 이용할 수 없고 보호자와 동반해서 타야 한다.

그리고 코스도 2인은 가장 쉬운 3 코스만 타야 했다.

그게 쫌 많이 아쉬웠다.

나는 속도를 즐기는 사람인데,,,

일반 카트는 달릴 때 소음이 많이 나는데 이 카트는 그런 게 하나도 없었고 달리는 주변 풍경도 너무 아름다워서 달라는 동안 너무 즐거웠다.

아들이랑 소리도 맘껏 지르면서 신나게 탔다.

내 핸드폰으로 영상이 바로 업로드되고 기록도 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내리 3번을 타고는 실내로 들어왔다.


실내에 승마, 탁구, 농구, 양궁, 야구 등 다양한 게임존이 있었는데 역시 아들은 축구 게임을 계속했다.

나랑 2인으로 승부차기 게임도 할 수 있어서 둘이 하기도 했다.

그동안 저녁마다 아들과 축구를 하다가 안쪽 허벅지 근육에 무리가 와서 통증이 느껴졌다.

두 번 하고 혼자 하라고 하고 나는 농구 게임을 했다.

다른 게임도 좀 하자고 해도 축구 게임을 떠날 줄을 몰랐다.

그래도 좋은 건, QR을 찍어 미리 대기를 걸어 두면 대형 전광판에 내 번호가 뜨고 그걸 보면서 순서를 체크할 수 있었다.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다른 게임을 하고 올 수 있는 시스템이라 너무 좋았다.

축구 게임만 5번 이상을 했다.

대기를 기다리는 동안 범퍼카도 타고 다른 게임도 했다.

모든 게임의 이용 기록을 핸드폰으로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고, 범퍼카는 나와 같이 경기하는 팀의 개인별 점수와 순위가 바로 올라왔다.

모든 것이 젊은 층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시스템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하루 종일도 놀 수 있을 것 같았다.

축구 게임을 더 하고 싶다는 아들에게 사람이 점점 많아서 대기 시간이 길어지니 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안덕에 가성비가 좋으면서 구성이 알찬 백반집이 있다.

남편이랑도 왔었는데 감탄을 했던 곳이다.

고은물식당이라는 곳이다.

집 반찬 느낌이 물씬 나는 반찬들에 생선까지 해서 10000원이다.

물론, 게장은 아들이 원해서 추가한 건데 게장 정식도 13000원이다.

제주도에서 이런 가격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 것은 관광지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지인들도 많이 가고 입소문이 많은 가게들 중엔 가격이 저렴한 곳도 많다.

바가지 논란이 많은 제주이지만, 실상 잘 알아보고 찾아다니다 보면 육지보다 괜찮은 곳도 제법 있다.

이 가게도 소문을 타서 언제나 사람이 많다.

하지만, 회전이 워낙 잘 돼서 많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대부분의 재료를 직접 농사 지어 만드신다고 했다.

나이 드신 사장님 부부가 운영하시는 곳이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숙소 근처로 돌아온다.

오는 길에 조금 색다른 디저트를 파는 카페에 들르기로 한다.

리타르 스튜디오라는 카페이다.

음악 하는 사장님이 운영하는 카페인데 아주 깔끔한 수제 쿠키를 파는 곳이다.

도착해 보니 문이 잠겨 있었다.

문에 메모가 붙어 있었다.

2층에서 음악 작업을 하고 있으니 전화를 주면 내려오겠다고 붙어 있었다.

전화를 했더니 바로 내려오셔서 커피를 내리고 쿠키와 디저트를 내어 주셨다.


이렇게 달팽이 모양의 귀여운 쿠키들이 13종이 있었다.

버터, 시나몬, 초코, 흑임자, 쑥, 말차, 얼크레이, 모카, 땅콩, 호지차, 레몬, 펄솔트...

다양한 맛의 쿠키가 개별 포장되어 있고, 선물용으로도 구입할 수 있었다.

포장용은 요렇게 옛날 도시락 재질의 깡통에 담아 주시는데 너무 예뻤다.

아들이랑 초코 파운드 케이크도 하나 시켜서 먹었는데 고급스럽게 맛있었다.

내부가 넓진 않지만 음악 소품들과 잔잔히 흐르는 음악이 더해져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카페였다.

사장님도 엄청 친절하셔서 쿠키와 디저트에 대해 설명도 해 주시고 입에 맞는지 반응도 물어봐 주시고 아들한테도 말을 많이 걸어 주셨다.

바깥에 고양이가 있어서 아들이 다가가려 하니까 요즘 녀석이 예민해져서 자기도 살며시 밥만 주고 있다면서 다칠지 모르니 가까이 가지는 말라고 하셨다.

편안히 쉬다가 사장님과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숙소로 와서 쉬다가 우리의 마지막 저녁 루틴으로 마무리하려고 나왔다.

어김없이 바다.

매일 봐도 또 새롭고,

또 좋은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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