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의 역사 2

-첫 조공 참여

by 박드레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던 중 나는 소심하게 눈팅만 하고 있었는데, 마침 배우의 생일이 있었다.

카페에서는 생일 조공을 한다고 스텝을 모아서 조공팀을 만들고 조공 준비를 하고 있었다.

'조공'이라는 사대주의에서 유래한 굴욕적인 단어를 쓰는 것이 이상했지만, 팬덤에서는 흔히 쓰는 용어인 듯했다.


계좌를 오픈하고 서포트를 받았는데 나도 참여하고 싶었다.

내 닉으로 계좌에 이체를 하고 나니, 내가 진짜 누군가의 팬이 되어 활동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다.

그렇게 모아진 자금으로 케이크랑 물품 몇 개, 팬들의 응원을 담은 메시지북도 만들어 전달한다고 했다.

생일날이 지나고 오프 스텝들이 직접 배우를 만나 선물을 전달하고, 배우가 촛불을 불어 끄고 간단히 감사 인사를 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TV나 극장 화면으로 볼 때와는 다른 배우의 모습이었다.

수수한 차림에 앳된 얼굴, 팬들을 대면해서 수줍어하는 모습 등이 인상적이었다.

카메라 밖의 배우는 그냥 인간적인 모습을 지닌 평범한 이십 대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더 좋았다.

화려한 모습 뒤에 저런 면이 있구나 싶어서 더 호감이 갔다.

팬들을 상당히 조심하면서도 한편으론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아마도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팬들을 직접 만나니 더 그런 것 같았다.

스텝들 목소리도 영상에 들어가 있어서 들을 수 있었다.

배우를 눈앞에서 보면서 긴장하고 설레하는 것이 느껴졌다.

말을 건네면서도 어쩔 줄을 몰라했다.

배우도 그런 걸 감지하면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팬들도 배우도 귀엽게 느껴졌다.

아직 순수하다는 증거였다.

그런 모습들이 마음에 들었다.

팬이라고 너무 편하게 대하거나 가볍게 대하려고 하지 않는 면이 좋게 보였다.


스텝들은 자신들이 참여했던 조공에 대해 생생한 후기를 써서 전해 주었다.

현장에 없었던 다른 팬들에 대한 배려이면서 자신들의 경험을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일터였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글로 써서 전해주려고 했다.

후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현장에 있었던 것 같이 생생함을 느낄 수 있었고, 너무 재미있었다.

선물을 전달받은 다음날엔, 배우가 카페를 방문해 인증글을 남겼다.

챙겨줘서 너무 고맙다는 내용과 감사를 짧게 전할 수밖에 없어서 죄송하다는 글이었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점이라도 찍으러 다시 오겠다고 약속도 했다.

다들 인증글을 보고 열광했다.

바쁜 촬영 일정에도 잊지 않고 글을 남긴 배우가 참 좋은 사람이라고 여겨졌다.

눈팅족으로서 그런 과정을 지켜보며 난생처음 경험하게 되는 덕질의 세상이 참 신기했다.

생소하면서도 재밌는 세상이었다.

다양한 팬들의 글을 읽으며 비슷한 생각들을 하고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걸 느끼면서 동질감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은 그 사람들처럼 적극적으로 덕질에 매달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러기엔 현생의 일들이 바빴고, 아직은 배우에 대한 애정이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까지도 '조공'이란 단어 자체에도 거부감을 느꼈던 내가 조공 스텝이 되어 온 오프를 오가며 뛰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인생은 참 예측불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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