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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드레 Jun 17. 2023

지역아동센터를 가다

사회복지 실습을 지역아동센터에서 했다.

아무래도 교수 경험이 있으니 아이들이 있는 곳이 편할 듯 싶었다.

내가 간 곳은 센터장 한 명과 사회복지사 한 명이 있는 곳이었다.

실습장소를 정해서 신청을 하고 면접을 위해 방문했을 때, 센터장님이 장시간에 걸쳐 지역아동센터의 사업취지와 사업내용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을 해 주셨다.

지역아동센터는 돌봄이 필요한 아동들을 대상으로 기초학습 지도에서부터 음악, 미술, 컴퓨터 등의 프로그램진행, 야외 체험활동과 문화 활동 지원, 간식 및 저녁 급식 지원, 차량 지원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곳이었다.

대상 아동은 기초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한 부모나 다문화 자녀 등이 우선순위로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일반 가정 중 맞벌이 가정도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방과 후에 센터에 와서 학습 지도를 받고, 요일에 따라 칼림바 수업, 미술 수업, 컴퓨터 수업 등을 받고, 남은 시간엔 놀이를 하고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갔다.

내가 가게 된 곳은 총 29명의 아동들이 입소해 있었고, 전부 초등학생이었다.


아침 10시에 센터로 출근을 해서 아이들 책상과 손이 많이 닿는 곳을 소독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엔 그 주에 소비될 식재료들이 배송되었고, 그것들을 일일이 확인해서 보관법에 맞게 냉장고에 정리하는 일을 하고, 시에서 제공되는 과일들이 배달되면 사진을 찍어 복지사에게 전송시켜 주어야 했다.

슈퍼바이저인 사회복지사로부터 실습지도를 받고 쉬다가 점심을 먹고 나면, 아이들이 하교를 하고 센터로 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정말 정신없는 일과가 시작이었다.

아이들을 맞이하고 돌봄 교사를 도와 아이들 학습 지도를 했다.

센터 아이들은 학습이 부진한 아이들이 꽤 있어서 개별 지도를 해야 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아이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가서 설명을 해 주고 문제를 다 풀면 채점을 해 주어야 했다.

돌봄 교사는 센터에서 채용된 교사 한 명, 시에서 파견되는 교사 한 명 두 분이었다.

한 선생님이 14명 정도의 아이들을 담당하는 거였는데 아이들 학년도 다르고 개별 진도다르기에 손이 많이 필요했다.

2시 30분부턴 간식 시간이라 학습 지도를 하다가 간식을 배식하러 주방으로 나왔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간식을 가져가고 다 먹으면 쓰레기를 처리하도록 지도하고, 다 먹으면 간식 식판을 정리하고 씻어야 했다.


수, 목, 금엔 프로그램이 있어 외부 강사들이 오셔서 아이들 수업을 하셨다.

수업을 저학년, 고학년으로 나누어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안 들어가는 아이들은 기초학습을 하거나 놀이를 해서 실습생들은 그 아이들 공부를 돕거나 놀이를 같이 해 주었다.

5시부터 저녁 급식이 시작이어서 조리사가 만들어 놓고 간 음식을 세팅하고 아이들에게 배식을 했다.

아이들이 골고루 가져갈 수 있도록 옆에서 지도를 하고 간식을 못 먹은 아이들 간식을 챙겼다.

교사들, 센터장, 사회복지사, 공익 요원까지 식사를 마치면 급식판, 국그릇, 수저, 각종 조리 도구의 설거지를 해야 했다.

34명의 뒤처리를 해야 하니 설거지가 끝이 없었다.

설거지를 하노라면 아이들은 하원을 했다.

실습생 한 명은 남은 설거지와 뒷정리를 하고 한 명은 청소를 했다.

큰 교실 세 개와 거실, 주방을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로 닦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화장실 두 개 청소까지 끝내고 나면 온몸에 땀범벅이 되었다.

그러고 나면 6시 30분이 넘었다.

숨을 돌리고 있으면 저녁 미팅이 시작되었다.

전날 일지와 리포트 등을 검사받고 피드백을 받아야 했다.

7시에 퇴근을 하고 집에 오면 밥을 먹고, 집안일을 하고, 아이 숙제를 봐주고, 그날의 일지를 써야 했다.

처음 일주일 동안은 정말 너무 고단하고 힘들었다.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 밥맛도 없어 대충 먹었다.

거기다 센터에서의 일과를 기억해서 관찰한 내용과 개입한 내용, 느낀 점을 넣어 일지를 써야 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처음엔 오래 걸렸었는데 쓰다 보니 요령이 생겨 나중엔 금방 쓰게 되었다.


실습생이 나 말고 한 명이 더 있었는데 나이대도 비슷하고 집도 가까워서 같이 출퇴근을 하며 많이 가까워졌다.

그 선생님과 지역아동센터는 학교 방과 후 수업보다도 훨씬 프로그램도 좋고, 아이들 관리도 체계적이고 저녁까지 제공되니 참 좋다는 얘기를 많이 나눴다.

센터엔 한 부모나 다문화 아이들이 많았는데 그런 아이들은 센터에 와서 친구들이랑도 어울리고 놀이도 하고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다.

맞벌이 가정에선 아이들을 챙기기 어려운데 저녁 식사까지 해결되니 진짜 좋을 것 같았다.

다만, 질환이 있어서 약을 복용하고 있는 아이들, 발달이 느린 아이들이 꽤 있어서 그런 아이들로 인해 수업 분위기가 산만해지거나 다툼이 이는 경우가 종종 있어 그것을 통제하고 중재해야 하는 일이 많았고, 다른 아이들이 피해를 입을 때도 많았다.

그래도 오래 센터를 다녀서인지 아이들은 그런 상황에도 비교적 담담했다.


실습 기간 동안 아이들과 정이 들어서 헤어질 때쯤엔 마음이 쫌 그랬다.

아이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실습생이 교체되는 걸 봐와서 그런지 무감하게 느끼는 거 같았다.

하지만 몇몇 정이 많이 든 아이들은 선생님 더 있으면 안 돼요?라고 묻거나 살며시 다가와 손을 잡기도 하고 안기기도 했다.

특히 우리 아들과 같은 나이고, ADHD를 앓고 있는 *민이라는 아이와 많이 친밀감이 형성되었다.

그 아이는 부모 없이 조부모에게 양육되고 있었다.

첫날 아이는 간식 먹은 자리를 정돈하라는 나의 지시에 눈을 세모로 뜨며 대들었었다.

대답도 항상 퉁명스럽게 하곤 했는데, 포켓볼을 같이 치고 오목과 알까기, 보드 게임을 같이 하면서 많이 친해졌다.

어느 날, 실습을 삼개월도 할 수 있다며 내가 더 있었으면 한다고 말해 주어서 감동을 받았다.

자신이 키우고 있는 토마토 화분에 꽃이 피었다고 보여 주고 싶다고 해서 같이 밖에 나가 꽃을 보면서 선생님은 한 달 후에 가지만, 언젠가 다시 들러 *민이 토마토 나무에 토마토가 달리면 맨 오른쪽 열매 하나를 따 먹겠다고 그게 없어지면 선생님이 다녀간 줄 알라고 했더니 해맑게 웃으며 알았다고 했다.

실습을 끝내고 너무 후련했는데 아이들 얼굴이 아른거려 며칠은 마음이 허전했다.

지역아동센터가 일이 참 많고 고돼서 힘들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고 현장을 배울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되는 실습이었다고 생각한다.


*민이 토마토를 따 먹으러 스리슬쩍 한 번 다녀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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