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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드레 Jul 11. 2023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작년 말에 신춘문예에 도전해 보고 나서 '용기'라는 큰 것을 얻었다.

나는 내가 대단한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글쓰기 수업 한 번 수강한 적이 없었고, 유튜브에 널려 있는 작법 강의 한 번 들은 적이 없이 그냥 쓰고 싶은 대로 오로지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쓰는 스타일이다 보니 당연히 기본적인 틀도 잡혀 있지 않은 글이 될 터이다.

전문가들이 보기엔 얼마나 어설픈 글일까 싶다.


응모에 줄줄이 떨어지고 나서 심각하게 돈을 주고 글쓰기 수업을 수강해 볼까 생각했었다.

그래서 몇 사람의 유튜브 채널을 살짝 들여다봤는데 또 그저 그랬다.

신춘문예는 경쟁률이 어마어마하니까 웬만한 실력으론 어림도 없다는 것을 절감하며 이번엔 출판사 신인문학상이나 유명 작가들의 신인문학상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사실 그것도 경쟁이 대단하지만, 내겐 '용기'라는 무기가 생겼으니까. 

오래전에 써 놨던 소설을 다시 다듬고, 한 편은 창작하여 또 호기롭게 출판사 신인문학상에 응모를 했다.

<자음과 모음>, <창작과 비평> 신인문학상에 응모를 했고, <오영수 문학상>에도 응모를 했다.

자음과 모음, 오영수 문학상은 결과가 나왔는데 역시나였다.

창비는 결과가 여름쯤 나온다고 했다.  

워낙 유명한 출판사 공모이고, 상금도 크기에 이것 또한 되겠나 싶었다.

기대 자체를 안 하고 있었는데, 6월 말에 핸드폰으로 띵동! 문자가 왔다.

발신란에 <창비>라는 문구를 보자마자 혹시? 내가? 하는 기대에 가슴이 마구 뛰었다.

진짜 나야? 김칫국 드링킹을 하면서 문자를 읽어 내려갔다.



안녕하세요, 창비입니다.

창비 신인문학상에 뜨거운 관심을 보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창비는 향후 우리 문학을 이끌어 갈 젊은 역량에 대한 지원의 일환으로, 계간 <창작과 비평> 전자 구독권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무료 구독권을 희망하시는 분은 아래 홈페이지에서 전자 구독 신청서를 작성해 주세요.

(입금란에는 입금자 성함만 기재해 주시고 송금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메모란에 신인문학상 응모자로 표기하시면 확인 후 등록해 드립니다.

더불어 창작과 비평 200호 기념으로 6개월 유료 종이 구독 신청 시 특별 굿즈 패키지를 보내 드립니다.



이런 문자였다.

그럼 그렇지.

피식 웃음이 났다.

계간지 홍보를 이렇게 적극적으로 하는 걸 보니 독자가 점점 줄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긴 지금은 글 자체를 읽지 않는 시대이니까.

역사와 전통이 있던 창비도 예전 같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문자를 읽고 나니, 아직 발표는 나지 않았지만 '안 되겠구나'하는 마음이 커졌다.

신인문학상은 문창과 출신이나 작법 강의를 하고 있는 분들의 글이 많이 당선되고 있었다.

아마도 심사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요소를 많이 알고 있고, 심사위원들의 취향이나 그런 것들을 더 잘 파악하고 있어서 유리한 듯싶다.

나처럼 홀로 유유자적 제멋대로 글을 쓰는 사람에겐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

앞으로 나는 내 글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이나 평가를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가고 참신한 글을 쓸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 가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승산이 있다.

난 내 글이 늘 만족스럽지가 않다.

나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은데 어떻게 타인에게 감흥을 줄 수 있겠는가 싶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배워 가야 한다.

세상과 사람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여러 현상들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각이 있어야 한다.

시시각각으로 변해 가는 세상에 대해 수용적이고 유연한 태도를 지녀야 한다.

나만의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표현력을 얻으려면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고 그것들을 재창조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안일하고 편협한 사고와 태도로는 발전 가능성이 전혀 없다.

언젠가 스스로 만족할 만한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날이 오겠지.

올 거야.

와야만 돼.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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