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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드레 Aug 06. 2023

휴가

여름휴가를 왔다.

작년엔 언니네 내외랑 엄마까지 모시고 평창으로 갔었는데 올해엔 우리 세 가족만 오게 됐다.

엄마는 이제 연세가 드셔서인지 장시간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여행이 부담이 되신다 했다.

성수기에 수도권에서 강원도로 이동하려면 5시간 이상이 소요되니 그러실 만도 하다.

우리는 그래도 두세 시간 정도면 동해 바닷가로 이동할 수 있는 곳에 거주하고 있으니 덜 부담이 된다.

여름휴가 때마다 자주 왔던  속초로  왔다.

항상 해수욕장을 갔었는데 올핸 폭염으로 바닷가에 갈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았다.

양양이나 인제 쪽으로 가면 계곡이 많았다.

아이랑 갈만한 계곡을 검색해 보니 양양에 취사가 가능한 계곡이 있었다.

이름은 공수전 계곡이다.

야영장도 운영하는 곳인데 수돗가나 화장실도 바로 앞에 있고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마을 주민회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했다.

방갈로도 있었고 매점도 있었고 곳곳에 넓은 데크도 설치되어 있었다.

데크는 대여 비용이 하루에 6만 원이었다.

우리는 단출한 세 가족이라 데크를 빌리기엔 아까웠다.

입장료를 내면 데크 없는 곳 아무 곳에나 돗자리를 펴고 그늘막을 설치해서 머물 수 있다고 했다.

15000원을 내고 나무 아래 자리를 잡았다.

계곡 폭이 넓고 깊이가 낮아서 아이들이 놀기에 좋았다.

아들은 하루 종일 물에서 놀았다.

수영을 배우고 있어서인지 수영도 제법 하면서 신나게 놀았다.

남편도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에 들어가 아이와 같이 잘 놀았다.

계곡물에 캠핑 의자를 갖다 놓고 앉아 있으니 너무 시원했다.

물이 맑아서 안이 훤히 보였다.

자세히 물 밑을 보니 고기도 왔다 갔다 하고 다슬기도 보였다.

하루 종일 흐리고 비가 오락 가락 했지만 오히려 덥지 않고 시원하게 놀 수 있어 좋았다.

비를 맞으면서 물놀이를 하는 것도 재밌으니까.

점심으로는 중앙시장에서  사 온 닭강정과 컵라면을 먹었다.

밖에서 먹는 라면은 정말 꿀맛이었다.

3시를 넘으니 비가 많이 쏟아져서 정리를 하고 속초로 돌아왔다.

숙소로 들어가기 아쉬워서 속초 등대해변으로 갔다.

비가 조금 내리긴 했지만 바닷가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아들은 바다에 거침없이 들어갔다.

바다를 유독 좋아하는 아이다.

바다 앞에 서 있는 아이의 등이 부쩍 커 보였다.

어느새 저렇게 자라 있다.

거친 파도 앞에서도 이젠 두려워하지 않는다.

작년까지만 해도 겁이 많은 아이였는데 일 년 사이에 아이는 급속 성장을 했다.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내가 걱정하고 우려하는 것들이 모두 기우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하고 담대하다.

아이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며 잘 성장해 나갈 것이다.

아이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쓸데없는 근심들이 사라지고 마음 깊은 곳에 있던 불안함도 옅어졌다.


바닷가에서 놀만큼 놀고 물회를 포장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속초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다.

물회맛은 끝내줬다.

세상은 흉흉하고 좋지 않은 소식뿐이지만, 우리 가족은 감사하게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시간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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