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속

보고 싶었던 영화가 있었다.

극장에서 못 보고 TV에 뜨길 기다렸다가 봤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이라는 애니메이션이다.

재난 3부작이라고 불리는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에 이에 일본 대지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는 초기부터 워낙 평가가 좋았고, 덕후가 많다.

작화도 훌륭하고 OST도 참 좋다.

나는 다른 무엇보다 감독의 정서를 좋아하다.

느리고 섬세하며 고전적인 그 감성이 나와 맞는다.

이번 애니도 많은 관객을 동원하게 했고, 화제도 많이 됐었다.

<스즈메의 문단속>에는 감독이 일관성 있게 다루어 온 '사랑'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나는 감독의 초기작인 <초속 5CM>부터 그것을 애정해 왔다.

"사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자 하는 의지"

그것은 정말 클래식하고 오래된 사랑에 대한 주제이지만, 사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요즘 누가 그런 사랑을 하려고 하는가.

그렇기에 나는 마코토 감독의 사랑을 정의하는 그 방식이 좋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대지진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아픔을 그리고 있다.

재난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재난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물체를 찾아 그것이 나오지 않도록 문을 닫고, 봉인해야 하는 임무를 지닌 '소타'와 그 소타를 도우면서 사랑하게 되는 '스즈메'의 이야기다.

'스즈메'는 지진으로 엄마를 잃은 소녀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의 희생을 막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두 사람의 노력이 처절하게 그려지고 있다.

원래 봉인의 역할을 담당하는 '요석'이었던 고양이가 자신을 방해하려는 '소타'를, '스즈메'의 엄마가 만들어 선물했던 의자로 만들어 버리는 바람에 '소타'는 아동 의자가 돼서 고양이를 쫓아다니게 된다.

의자가 된 소타를 갖고 다니면서 고양이를 쫓아다니며 함께 지진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문단속을 해야 하는 임무를 '스즈메'도 담담하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여행을 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게 되는 스토리가 따뜻했다.

다리가 셋인 아동용 의자가 고양이를 잡기 위해 뛰어다니는 게 귀엽고 우스웠다.

그 고양이는 아주 사랑스럽지만, 두 주인공을 곤경에 빠뜨리는 녀석이다.

의자에 얽힌 사연이 마지막에 나오는 데 거기에서 나는 조금 울었다.

엄마를 잃고 찾아 헤매는 네 살의 '스즈메'를 소타를 구하기 위해 다른 세상의 문을 열고 들어간 소녀 '스즈메'가 위로해 주는 장면이 슬펐다.

자신의 의자가 됐다가 결국엔 '요석'이 되어 버린 소타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던지는 '스즈메'의 사랑이 참 아름다웠다.

"사랑의 힘으로 세상도 구한다"

는 내용은 영화의 단골 소재이지만, 언제나 감동적이기 마련이다.

사실 나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 중에 <초속 5CM>를 가장 좋아한다.

첫사랑의 감정에 대해 그만큼 섬세하고 아련하게 그린 작품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렇다.

애니메이션이지만 정말 수작이다.

느리고 여백이 많은 애니이지만, 정말 아름답게 사랑을 표현했다.

그런 감성을 지닌 감독이기에 사랑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한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문단속을 잘하자!"이다.

나쁜 것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내 가정의 행복을 지킬 수 있도록 문단속을 잘하자는 게 결론이다.

영화를 보며 항상 문단속을 철저히 하는 우리 아들이 떠올랐다.

우리 아들 같이만 한다면 예방은 충분히 된다.

그리고 또 하나의 교훈은 맨 마지막에 스쳐가는데,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아침 인사를 건네고 집을 나섰다가

"다녀왔습니다!"라고 무사히 하루를 마치고 돌아와 인사를 건넬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잊지 말자!"이다.

그것이 감독이 전하는 메시지였다.

사랑하자.

사랑하자.

내 가족을.

별일 없는 내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