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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드레 Oct 31. 2023

까다로운 고객

아들 머리를 직접 잘라 주고 있다.

아들은 소리에 예민해서 미용실에 갈 때마다 심하게, 아주 심하게 울었다.

다섯 살까지 미용실에 가야 할 때마다 보호자가 두 명이 필요할 정도였다.

미용실 간판을 보면 뒷걸음치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울기 시작해서 미용사가 가위를 놓는 순간까지 울었다.

어떤 미용실에선 이런 아이는 자를 수가 없다고 해서 들어가지 못한 적도 꽤 있었다.

아무리 사탕을 줘 가면서 꼬시고 좋아하는 영상을 틀어주며 회유해도 안 먹혔다.

하도 바둥거려서 내가 머리통을 꼭 잡아줘야 했다.

경력이 많은 미용사만이 아들의 머리를 자를 수가 있었다.

언니가 교회 권사님 미용실을 소개해 줬다.

나이가 많고 아이들을 잘 다루니 그 미용실로 가자고 해서 거기로 다녔다.

권사님은 아주 차분하신 분이어서 아이를 달래 가며 기다려 주고 아이의 요구를 받아주며  자르셨다.

특히 클리퍼(바리깡) 소리를 무서워해서 되도록이면 클리퍼를 안 쓰고 가위로만 잘라주셨다.

매번 갈 때마다 울기는 했지만, 다른 데서처럼 난리 부르스를 치지는 않아서 한동안 그 미용실에 정착해서 다녔다.

내가 미용을 배워야겠다 결심한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아들이었다.

아들은 내가 잘라 줄 때는 울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미용실 가기가 너무 귀찮고 부담될 때엔, 집에서 내가 끝부분만 다듬어 주곤 했는데 너무 서투르다 보니 안 이뻤다.

아예 미용을 제대로 배워서 아들 머리를 이쁘게 잘라주고 싶었다.

7개월 만에 자격증을 따고는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기에 한동안 가위는 쳐다보기도 싫었다.

아들도 크면서 미용실에 대한 거부가 많이 없어졌다.

그래서 자격증을 따고는 오히려 미용실로 아이를 데려갔다.

남자 커트는 익히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였다.

시험에선 여자 커트만 다루기에 자격증을 땄다고 남자 커트를 뚝딱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시험과 실제는 많이 다르다.

그걸 알고 나서는 그냥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편했다.

미용실에 가서 미용사가 아이 머리 자르는 걸 유심히 보곤 했다.

배우고 나니 확실히 잘 보였다.

미용실 갈 시간이 없거나 급히 손질이 필요할 때만 내가 가위를 들었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사회생활이 시작됐기에 외적인 부분도 신경을 많이 써 줘야 했다.

펌도 한 번 해 줬는데 아들이 아주 맘에 들어했다.

여학생들이 멋있어졌다고 했다고 좋아했다.

내가 자르는 것보다 미용실에서 자른 게 확실히 모양이 잘 나오기에 미용실을 애용했었는데, 봉사를 다니면서 나도 실력이 제법 늘고 해서 여름부터는 내가 잘라주고 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이런 말을 한다.

"아, 엄마! 미용실 사장님은 10분 만에 자르는데 엄마는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아니, 아들! 나는 더 이쁘게 자르려고 하다 보니까 오래 걸리는 거야.

 조금만 더 기다려 주면 안 되겠니?"

"그냥 빨리 자르라고요, 미용실처럼."

"알았어, 거의 다 됐어. 마무리만 하면 돼."

"아, 진짜 기다리기 힘드네."

매번 투덜댄다.

이번에 자를 때도 10분 만에 자르라고 하도 그래서 일단 알았다고 하고 시작했다.

하다 보면 당연히 그게 안 된다.

"아, 아직도 뒷부분이야? 왜 뒤만 하는데?

 빨리 옆이랑 앞 머리 자르라고."

"뒤가 가장 중요한 거야. 옆이랑 앞은 금방 해."

"벌써 10분 지난 거 같은데?"

"아니야, 아직 안 지났어. 머리 좀 똑바로 들어 봐."

이미 지난 지 오래다.

"아직도 안 끝난 거야? 그냥 대충 잘라.

20분도 지난 거 같은데?"

"......."

"왜 이렇게 오래 하는 거야? 거봐. 미용실 사장님보다 엄마는 너무 오래 걸린 다니깐?

너무 힘들다. 다음부턴 미용실 갈래."

"그래, 이번만 엄마가 자르고 그렇게 하자."

저번에도 저랬다.

"아니, 엄마 미용사 맞지? 자격이 없는 거 아니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나 미용사 맞거던?

그리고 미용실 원장님은 20년 했다는데 엄마는 본격적으로 가위 잡은 지 2년도 안 됐으니까 당연히 엄마가 원장님보다 늦지 않겠냐?"

"아니, 엄마가 10분 만에 자를 수 있다며? 그래서 자르라고 한 건데, 약속이 다르잖아."

"다 됐어. 이제."

"아, 봐봐 30분 지난 거 아냐?"

"아니야, 정확히 25분 걸렸어."

"다음부턴 미용실 간다고."

"알았다고."

진짜 아들이 젤로 까다롭다.

젤로 말도 많다.

그래도 아들 머리를 잘라 주는 그 시간이 나는 행복하다.

담달엔 20분으로 줄일 수 있겠어.

또 10분 만에 자른다고 일단 구슬려 놓고 의자에 앉혀야지.

지가 별 수 있나.

아들! 

네가 아무리 그래도 엄마 손바닥 위야.

잘라 놓고 이뻐진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

아들은 입이 나와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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