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드레 Nov 13. 2023

여행에 최적화된 아드님

아들과 지난주에 4박 5일 동안 다낭 여행을 다녀왔다.

언니와 조카, 나, 아들 이렇게 넷이서 한 여행은 처음이었다.

아들과 유난히 사이가 좋은 사촌 누나이다 보니 둘은 여행 내내 붙어 다녔다.

대학생인 누나가 잘 챙겨주니 아들도 너무 잘 따랐다.

이번에 아들이랑 여행하면서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더 놀라운 능력을 실감했다.

우리 아들은,,,

정말 잘 먹고 잘 자고 잘 다녔다.

행여라도 타국에서 아프기라도 할까 싶어 바리바리 약을 싸 갔는데 필요 없었다.

아침형 인간답게 7시면 기상을 해서 매일 바다에 나갔다.

현지인들은 새벽에 바다로 나와 수영을 했다.

낮엔 일을 해야 하고 너무 더우니 바다에 나올 수가 없다.

우리 아들은 이렇게 현지인들처럼 바다에 들어갔다.

수영을 하고 씻고 조식을 먹으러 가면 정말 잘 먹었다.

기본이 다섯 접시였다.

빵을 잘라 야무지게 버터를 발라 먹고, 매일 새로운 메뉴를 관찰해서 잘도 찾아다 먹었다.

다 알아서 해서 내가 해 줄 게 없었다.

누나나 이모, 엄마가 부탁을 하면 서빙도 해 주었다.

밖에 나가서는 더 잘 먹었다.

베트남 음식에 호기심이 많아서 먹고 싶다는 거는 다 주문해 봤는데 자기 취향을 확실히 찾아가며 잘 먹었다.

고수가 들어간 음식도 잘 먹었다.

낮에 너무 더워서 돌아다니기 힘들어 조금 짜증 낼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떼를 막 쓰거나 하진 않았다.

누나가 사진을 너무 많이 찍어서 기다려 줘야 할 때가 많았지만 잘 참아 주었다.

지켜야 할 규칙 세 가지를 아침에 알려 주면, 그대로 따르려고 노력했다.


1. 삐지지 않기, 엄마한테 대들지 않기

2.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 내지 않기

3. 기다려 주기


이 세 가지를 숙지시켜 지키게 했다.

생각보다 너무 잘 지켜서 매일 밤 칭찬 세례를 해 주었다.


아들은, 외향적인 성격답게 누구 하고도 쉽게 인사를 했다.

처음에 만났을 때 인사랑 감사 인사를 베트남어로 누나가 가르쳐 주었는데 그걸 외워서 잘도 써먹었다.

한국인들이 너무 많다 보니 어딜 가나 한국어로 말을 걸고 호객을 했다.

"온니~ 마사지 싸요! 5000원! 에어컨 빵빵!"

이렇게 호객을 하면서 접근해 오는데 내가, 

"이미 했어요."라고 거부 의사를 표시하는 걸 듣고는 사람들이 다가오면 

"벌써 했어요!"라고 했다.

너무 집요하게 달라붙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단호한 어조로,

"NO. NO!"

라고 외쳤는데 아들이 그걸 듣고는 사람이 다가올라 치면 손을 흔들며

"노! 노!"라고 해서 엄청 웃었다.

그랩 기사를 만나 차에 타서도

"하이!" 나 "헬로!"라고 인사를 했다.

아들이 낯을 안 가리는 성격인 걸 알았지만 이 정도로 현지에서 적응을 빠르게 잘하리라고 예상을 하지 못했다.

다섯 살 때 친가 어르신들과 패키지로 대만을 같이 갔을 땐, 아들 때문에 너무 힘들었었다.

아들이 어려서 힘든 걸 참아내지 못했고 음식도 거의 못 먹어서 고생했었다.

계속 남편이나 내가 업고 다니고 그랬었다.

아들은 이제 정말 어디에 데려가도 즐길 수 있는 아이가 되었다.

비행시간이 다섯 시간이라 내심 걱정을 했었다.

아들은 기내식을 기다리고 잘 받아먹고는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고 영화도 보고 그러다가 지루해지면 나한테 말을 걸고 하면서 다섯 시간을 잘 견뎌 주었다.

이번에 여행을 하면서 아들이 내가 판단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단단하고 유연한 아이이고, 자신을 자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언니도 조카도 이번에 아들과 5일을 같이 지내면서 너무 즐거웠고 행복했다고 했다.

우리 아이로 인해 많이 웃을 수 있었고, 매일매일이 새로웠다고 했다.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우기라서 비가 많이 올 거라 예상했었는데 첫날 비가 오락가락한 것 빼고는 날씨가 끝내줬다.

그것도 감사한 일이다.

아들에게 여행을 끝내고 오면서 이렇게 말했다.

"너랑 같이 한 모든 것이 좋았어. 너무 행복했고. 사랑해 아들!"



작가의 이전글 까다로운 고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