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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드레 Nov 25. 2023

피구왕 엄마

요즘 우리 아들이 빠져 있는 운동이 있다.

바로 피구이다.

학교에서 체육 시간에 팀을 나누어서 피구를 많이 하고 있는 모양인데 아들이 부쩍 승부에 집착한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과 이기기 위해 무척 열심히 경기를 하나보다.

피구를 한 날엔 온통 경기 얘기뿐이다.

1학기만 해도 아들은 피구를 못했다.

공을 잘 못 던져서 친구들이 자기에게 공을 안 준다고 너무 속상해했다.

그것 때문에 다른 친구와 다투기까지 했다고 했다.

집에서 내가 요령을 가르치고 몇 번 연습을 시켰더니 그다음부턴 잘하게 되었다.

아예 피구공을 사서 내가 시간이 될 때마다 같이 해 주었다.

지난주에 아들이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두 친구를 불렀는데 그 아이들은 둘 다 형제가 있었다.

동생을 데려와도 되냐고 했다기에 데려오라고 했더니 둘 다 동생을 데리고 우리 집으로 왔다.

우리 아들까지 남자아이 다섯이 거실에 앉아 있는데 그 모습이 낯설기는 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외동을 키우다 아이들이 북적대니 정신이 없기도 했다.

동생들은 하나는 8살, 하나는 7살이었는데 너무 귀여웠다.

점심으로 자장면과 탕수육을 시켜 먹이고 놀라고 했더니, 보드 게임을 한 판 하더니 가방에서 태블릿과 닌텐도를 꺼내 다 같이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남자아이들은 게임으로 대동단결이 된다.

다 같이 시끄럽게 게임을 하다가 뭐가 안 맞았는지 또 각자 원하는 게임을 하고 옆에서 관전 모드를 취하는 녀석도 있고, 유튜브를 보며 노래를 듣는 녀석도 있고 자신의 취향에 따라 달리 놀고 있기도 했다.

우리 아들은 완전 신이 났다.

코로나를 겪으며 우리 집에 이토록 많은 친구가 함께 모인 적이 없었기에 더더욱 신이 날 수밖에 없다.

한두 시간 게임에만 너무 몰두하는 것 같아 밖으로 나가 놀고 오라고 했다.

아이들이 다들 짝이 있는데 우리 아들만 짝이 없으니 나도 같이 나가서 놀자고 했다.

공원으로 나가니 남자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다.

한쪽 구석으로 가서 배드민턴과 캐치볼을 했다.

나는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쳤다.

나를 이기겠다고 다들 나랑 붙어보길 원했다.

그래서 동생들과 먼저 붙고 이기면 계속 올라와 나랑 붙는 거로 정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나는 운동을 꽤 잘하는 편이다.

동생들을 이기고 친구들을 이기고 올라와도 나한테 질 수밖에 없었다.

분해하면서 또 하자고 한다.

"그래, 그럼 다시 니들끼리 붙어 최종 승자가 나한테 도전을 해라."

특히 우리 아들이 나를 이기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나를 이기지 못했다.

이번엔 피구를 하기로 했다.

편을 둘로 나누어서 했다.

동생들보다 나와 편을 먹길 원했다.

내가 동생들을 데리고 한 팀이 되고 아들과 친구들이 한 팀이 되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학교에서 피구왕 OO이었던 사람이다.

셋이서 열심히 나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으나 나를 죽이기는 쉽지 않았다.

우리 편 애기들은 금방 공에 맞았고, 나는 공을 피해 다니며 공을 잡아 던져 차례로 하나씩 제거했다.

당연히 우리 편이 승리했다.

더 하자고 해서 3경기를 더 했지만 모두 내가 승리했다.

나는 아이들을 봐주지 않는다.

아기들만 봐준다.

스포츠의 세계는 냉정하고 승부는 실력에 따라 명명백백하게 가려져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아들과 친구들은 볼이 빨개지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또 하자고 한다.

사내아이들은 승부욕이 강하다.

이제는 서로 나랑 같은 편을 하겠다고 난리다.

나는 지쳐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10살이고 나는 50이 코 앞이다.

나는 아이들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얘들아, 우리 벌써 여기에 나온 지 3시간이 지났고, 이제 곧 어두워지고 있으니 집에 들어 가자.

봐봐, 동생들 추워하고 있잖아? 감기 들면 안 되잖아."

싫다는 아이들을 겨우 겨우 설득해서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집에 와서 게임을 조금 더 하고 저녁을 먹였다.

한 집은 집이 좀 멀어 아빠에게 아이들 픽업을 부탁하고, 나머지 형제 둘은 7시에 엄마가 데리러 온다기에 거실에서 놀게 했는데, 이 놈들이 '웃참 챌린지'를 한다면서 까불고 웃고 쿵쿵댔다.

"얘들아, 조용히 해야 돼. 안 그러면 전화 온다."

아니나 다를까 아래층에서 경비실에 전화를 했는지 전체 방송으로 아이들 뛰게 하지 말아 달라고 방송이 나온다.

때마침 형제 엄마가 도착했다고 문자가 와서 아이들 옷을 챙겨 입혀서 집으로 보냈다.

다 보내고 나니 녹다운 상태이다.

이번에 아들이 친구들과 노는 것을 보니 아들은 비교적 운동을 잘하는 편이었다.

배드민턴도 피구도 다른 친구들보다 잘했다.

아마도 나랑 많이 해서 실력이 늘었나 보다.

나는 아들이 항상 모든 면에서 조금 늦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어떤 면은 늦는 것도 분명 있지만, 작년 재작년에 비해 아들의 발달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집에선 진짜 애기 짓을 많이 하는데 친구들과 있을 땐 제법 의젓했다.

양보나 배려도 잘했다.

그래서인지 올해 절친이 많아졌다.

소통에 있어서 미숙하거나 매끄럽지 못할 때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무난하게 잘 어울리고 있었다.

그동안 꾸준히 치료를 해 왔고, 집에서 내가 많은 부분을 꾸준히 반복해서 학습시킨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듯했다.

나는 무엇보다 그것을 확인할 수 있어 기뻤다.


집에 도착한 아들 친구가 영상 통화를 했다.

"이모! 담주 토요일에 온천 공원에서 만나요. 

OO랑 이모랑 한 편하고 나랑 내 동생이랑 한 편 먹어서 붙어요!

나 지금 닌텐도로 배드민턴 연습하고 있어요!"

"그래, 그런데 내가 그날 시간이 안될 수도 있는데? 어쩌지?

 그냥 OO만 가면 안 될까?"

"안 돼요! 꼭 만나요!

 짝도 안 맞고, 이모 꼭 이겨보고 싶어요."

사실 아무 일정이 없다.

하지만 나는 너무 힘들다.

아들아, 내가 너에게 동생을 만들어 줬어야 하나보다.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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