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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드레 Nov 28. 2023

이런 문화 충격이라니

요즘 유일하게 보는 예능 프로가 있다.

기안 84가 하는 여행을 담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라는 프로그램이다.

시즌 1은 다 보진 못했고 인도 여행을 했던 시즌 2를 너무 흥미롭게 보고 나서 마다가스카르로 떠난 시즌 3이 시작했기에 보게 되었다.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웹툰 작가에서 예능인으로 자리를 잡은 기안 84에 대해 그전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냥 상당히 독특하면서 자기 개성대로 사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웹툰을 보지 않기에 그가 엄청나게 성공한 작가라고는 해도 나에겐 흥미를 일으키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랬는데 여행에 관심이 많다 보니 배낭 하나 메고 먼 세계로 떠나는 여행이 콘셉트인 그 프로그램에 관심이 가서 보기 시작했는데 거기에서 보이는 기안 84의 모습에 놀랐다.

나는 여행을 철저하게 준비해서 착오와 시간 낭비를 줄이고자 하는 유형의 인간에 해당한다.

물론 그 안에서 수많은 변수를 현지에서 겪게 되고 나의 계획대로 여행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많은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 내가 여행을 하고자 하는 곳을 미리 탐색하고 계획을 세우고 하는 그 준비 과정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그럼으로써 낯선 환경에 대한 불안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런 여행을 하는 나에게 기안이 하는 여행은 정말로 경이롭게 여겨졌다.

옷도 모자도 매일 같은 걸 입고 비가 오면 비에 젖고 필요하면 옷을 사서 입고 다니며, 현지에서 파는 음식도 뭐든지 그냥 사서 먹고 갠지스 강물을 받아먹고 그 강에 그냥 뛰어들고, 영어가 능숙하지 않아도 누구를 만나든 소통하려고 말을 건네는 그의 모습에서 놀라움을 느꼈다.

그게 어디든 그곳의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며 전혀 거부감 없이 현지의 문화를 받아들이려는 열린 마음이 부러웠다.

그건 정말이지 쉽지 않다.

머리로는 그렇게 해야지 하지만 막상 낯선 환경에선 일단 수동적이고 방어적으로 되고 만다.

단순히 성별의 차이가 아니다.

나도 상당히 열려 있는 태도로 여행을 하는 사람이지만 기안처럼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인도에서 망자를 태워 갠지스강으로 흘려보내는 광경을 직접 목격하면서 기안이 느낀 감정을 알 것 같았다.

기안은 무식해 보이고 단순해 보이지만 실은 누구보다 인간의 삶에 관심이 많고 예술가적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다.

그가 현지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태도에는 진심이 담긴다.

어차피 한 번 보고 말 사람들이지만 그들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고 정을 나누려고 노력한다.

이번 시즌 3은 동화 속에서 등장할 것 같은 천혜의 섬 마다가스카르를 담았다.

일단 풍광이 너무 아름답다.

1회에서는 그곳까지 가는 지난한 여정이 나왔고,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그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롭게 체험하게 되는 문화가 방송되었다.

그중에서도 나는 작살을 이용해 직접 물고기를 잡아 보고 싶어 미리 잠수 훈련까지 받고 와서 바다에 들어가서 사냥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 작업은 베테랑이 아니면 쉽지 않은 작업이다.

물속에서는 굴절이 심하고 물고기가 생각보다 더 빠르게 헤엄을 치기 때문에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시도하는 모습이 좋았다.

또 현지 친구들이 물고기를 얻어와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비늘을 제거하는데, 기안이 도와주다가 우럭 비슷한 생선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회로 먹을 생각을 하고 회를 치는 장면이 나왔다.

배를 젓는 노 위에 고기를 놓고 칼로 껍질을 제거하고 썰어서 가방에서 초장을 꺼내 찍어 먹었다.

그 과정에서 모래가 엄청 묻어 모래반인 회를 먹는데 너무 웃겼다.

마다가스카르인들은 고기를 날 것으로 먹지 않기에 그 모습을 지켜보는 현지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표정을 보는 내내 너무 웃었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회를 먹고는 동생들에게 하나씩 먹어보라고 권하는데 다들 엄청 꺼려하다가 결국엔 하나둘씩 회를 경험하게 된다.

그 표정이 너무 리얼해서 재미있었다.

현지인보다도 더 야생미가 넘치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제 1회기 방송됐을 뿐인데 남은 회동안 기안이 보여줄 기인스러우면서도 정감이 가는 모습이 상당히 기대가 된다.

누구보다 순수하며 어느 예능에서도 보여 주지 못할 여행의 모습을 보여 줄 것 같다.

기안을 보면서 나는 반성을 하게 된다.

나도 여행을 그렇게 많이 다니는데 나는 왜 기안처럼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기지 못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냥 그때그때 내가 마주하게 되는 현실에 순응하며 낯설고 두렵지만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지니고 어떤 문화든지 체험하고 느끼는 여행을 해 보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누군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손을 내밀어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꼭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겠다.

지극히 원초적이지만 그것이 또한 지극히 인간적인 것임을 기안의 모습을 통해 배우고 있다.

인간이 사는 세계의 모습은 다 다르지만 그 안에 정이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어서 이 프로그램이 좋다.

무엇보다 바다를 좋아하는 나의 취향에 시즌 3은 딱이다.

앞으로 마지막 회까지 애정을 지니고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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