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7일 토요일 이야기
간밤에는 미처 글을 쓴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정말 오랜만에 컴퓨터로 게임을 했다. 밤 여덟 시 정도에 켰다고 생각했는데, 게임을 마치고 나니 어느새 새벽 두 시. 순식간에 여섯 시간이 사라진 셈이다. 그대로 쓰러져서 숙면을 취했다. 아니, 숙면이라기엔 애매하다. 코를 엄청나게 골아댔으니까.
우리 집에는 데스크톱 컴퓨터가 없다. 몇 년 전인지 기억도 안 나는데, 결혼하기 전에 내가 개인적으로 구입한 게이밍 노트북이 있을 뿐이다. 배우자는 간혹 재택을 할 때 내 노트북을 사용하곤 한다-일터에 노트북을 아예 두고 오는 일이 꽤 잦아서다-. 집에 딱히 데스크톱을 놓을 공간도 없고, 내가 하는 게임들은 대개의 경우 그렇게 고사양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노트북이면 충분하다.
생각해 보면, 나는 게임을 하는 데 세 가지 원칙이 있다. 하나, 현질은 절대 하지 않는다. 둘, 게임이 내 일상을 방해하지 못하게 한다. 셋, 멀티 플레이를 위한 게임은 하지 않는다.
하나, 현질은 절대 하지 않는다.
게임을 하는 것은 내 즐거움을 위해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게임에서 과금 없이 즐거움을 얻을 수 없다면 굳이 그 게임을 하지 않는다. 내 월급은 거의 생활비와 저축으로 쓰이기 때문에, 허투루 쓸 여지가 별로 없다. 내가 허투루 쓰면, 그대로 집안 살림이 펑크가 난다는 각오로 돈을 관리한다. 그렇기에, 과금은 거의 하지 않는다.
내가 플레이하는 게임은 그래서 거의 '분재형'으로 알려진 게임을 한다. 과금 없이도, 그냥 하루에 물 주듯이 꾸준히 플레이하다 보면 언젠가는 과금 유저들이 누리는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게임을 한다. P2W 방식의 게임은 결국 내 지갑의 적이다.
심지어, 캐릭터 수집형 게임을 하면서도 이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역대 플레이했던 캐릭터 수집형 게임을 보면, 캐릭터는 다 얻었어도 소위 '스킨'이 거의 없는 편이었다. 딱히 거기에 집착하지도 않고.
둘, 게임이 내 일상을 방해하지 못하게 한다.
내 삶이 게임을 하는 것이어야지, 게임을 하는 일부의 시간에 삶을 보내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원칙이다. 내게 있어 게임은 자연스러운 일상의 한 부분일 뿐이다. 일상의 전체가 게임이 되는 순간 무슨 일이 있겠는가? 그게 게임 중독자로 가는 길이겠지.
그래서 내가 플레이하는 모바일 게임은 대개 게이지를 가지고 있다. 스테이지 출입을 위해서는 특정 게이지를 채워야 하는 방식이다. 그 게이지를 전부 소모하고 나면 다 충전되는 데에는 한참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고, 그 시간 동안 나는 자연스럽게 일상을 누릴 수 있다.
다만, 컴퓨터 게임을 하는 순간 이 원칙이 간혹 깨지곤 한다. 당장 어제도 밤 여덟 시에 시작해서 다음 날 새벽 두 시에 게임을 끝냈으니까. 그래서 나는 주말이 아닌 경우라면 컴퓨터로 거의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는다. 최소한, 그렇기 위해 노력한다.
셋, 멀티 플레이를 위한 게임은 하지 않는다.
멀티 플레이 중심이 되는 FPS나 MMORPG, AOS 장르 등은 거의 플레이하지 않는다. 멀티 플레이는 게임에 상호 교류라는 요소가 추가된다. 그 자체로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특히나 한국 게이머들의 문화를 생각해 봤을 때, 내가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쌍욕과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이 날아온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스트레스다.
게임은 즐겁기 위해 하는 것인데, 왜 내가 게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가?
내가 멀티 플레이 중심의 게임을 플레이할 일은 앞으로도 없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