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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레드넛 Jun 16. 2023

글 쓰는 하루 보내세요 7일 : 다이어트

2023년 6월 16일 금요일 이야기

오늘은 연차를 썼다. 하루종일 여유로웠다. 그걸로 족하지 않은가. 배우자는 출근했고, 나는 집에 남았다. 뭐, 그 덕분에 밀린 집안일을 해치우는 것은 내 몫이었지만, 나는 사실 전업주부 쪽이 더 어울리는 몸이다. 


사 와야 할 것들을 사 왔고, 설거지와 빨래를 해치우고서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한다. 건조된 빨래들을 스타일러에 넣어 주름을 펴고, 수건을 반듯하게 접어 수납장에 넣는다. 오랜 시간 아일랜드 식탁 위에 방치되어 있던 것들을 버리고, 간식거리로 고구마를 좀 굽는다.


이런, 좀 굽는다는 것이 네 개를 구워버렸다. 하나를 씹는다. 맛있다. 질 좋은 고구마다. 나는 고구마의 껍질을 다 깎아낸 뒤, 미니오븐에서 200도를 맞추고 45분 동안 굽는다. 이렇게 하면, 과육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고구마의 표면이 바싹 익으면서 하얗게 구워진다. 겉은 쫀득하고, 속은 촉촉한 고구마가 완성된다.


설명하고는 꽤 괴리가 있어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사진을 찍으며 했다


문제는 내가 이 고구마를 너무 많이 집어 먹었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 체중을 감량하고 있다. 180 중반을 넘는 큰 키 덕분일지, 때문일지 몰라도, 나는 지금껏 체중에 크게 개의치 않고 살아왔다. 하지만 대학을 끝마치고 취업의 첫 관문을 뚫었을 때 80을 기록하던 체중은 직장 생활 10여 년 만에 그 숫자에 20이 더해졌다. 코골이는 심해졌고, 배우자는 함께 자기 힘들어했다. 그래서 진지하게 체중을 감량하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됐고, 대략 숫자 5 정도가 덜어진 상태다.


이것 때문에 나는 아침에 오트밀을 구운 계란과 함께 먹고, 점심은 주문했던 식단용 도시락을 먹으며, 저녁에는 오트밀을 죽처럼 끓여 먹거나 시리얼을 먹은 뒤 간식으로 구운 계란을 먹는다. 간혹 바나나나 고구마로 저녁을 대신할 때도 있다.


이제 30대를 넘어 40대로 가고 있어서인지, 배가 그리 고프지는 않다. 오히려 속은 더 편해졌다. 먹는 양 자체가 줄어서일까? 아마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한다. 소화력이 떨어졌으니, 떨어진 소화력에 맞춰 먹어야 속이 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좋아하던 맥주도 이제 거의 찾지 않는다. 집에서는 요즘 거의 금주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럼에도 미식에 대한 욕망은 사그라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게 주말은 일종의 치팅 데이다. 배우자도 나도 체중 감량 중이지만, 주말에는 어지간해서는 먹고 싶은 것을 배달시키는 편이다. 지칠 대로 지친 채 휴식을 취하는 주말까지 식사를 놓고 고민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런데 연차를 쓴 오늘, 주말 같은 기분에 취해서인지 점심때 버거킹을 가고야 만 것이다. 하하하. 어쩌겠나. 트위터에서 통새우 와퍼를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봐 버렸는걸. 후배와 약속이 있어 배우자가 늦게 되자 나는 저녁으로 국밥을 배달시켰다. 점심과 저녁을 다 바깥에서 먹은 셈이다.


그러고서 고구마를 두 개나 먹어 치웠으니, 오호 통재라!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쉬는 날까지 먹는 것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 뿐인 것을. 다만 다음 주에는 회사에서 간식을 찾는 일을 최대한 줄여볼 생각이다. 당이 떨어지는 기분이 들면 견과류나 한 줌 집고 말아야겠다.


체중을 감량하고 있는 모두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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