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출발! 배에서 보내는 여행의 첫째 날.
이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출발합니다. 이번 이야기부터는 여행과 관련된 정보보다는 여행을 하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여행 도중 계획이 변경되었던 이야기도 있고, 계획된 예산에 맞추어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2015년 1월 25일. 모든 준비가 끝나고 출발하는 날입니다. 6시까지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해야 하므로 여유 있게 1시간 전인, 5시에 부산역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은 다른 지역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오기 때문에 찾기 쉬운 곳을 선택한 것도 있지만, 간단한 저녁거리도 준비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조금 일찍 부산여객터미널에 도착하여 주차를 한 뒤 부산역으로 걸어갔습니다. 걸었을 때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 파악해 두어야 했으니까요.
5시 전에 부산역에 도착해서 기다렸으나 아이들은 5시까지 오지 못했습니다. 부산에 살고 있지 않기에 늦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아이들은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시간을 여유 있게 계획하기 잘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될 수 없기 때문에 여행에서 시간계획을 너무 타이트하게 잡지 않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조금 늦게 만난 만큼 서둘러서 저녁거리 준비를 했습니다. 근처 김밥가게에서 김밥을 사고,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간단한 간식거리도 준비했습니다. 준비를 마치고 캐리어를 끌고 약 20분 정도 걸어서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새로 옮긴 여객터미널을 이번에 처음 이용하게 되었는데 깔끔하게 공항처럼 바뀐 모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리는 곧장 카멜리아 카운터로 가서 승선 수속을 했습니다. 수속을 할 때에는 승선 신청서와 여권, 부두세 7,300원이 필요합니다. 승선 신청서는 카운터 앞에 비치되어 있으니 필요한 사항을 기입해서 여권과 함께 카운터에 제출하면 승선권을 받게 됩니다. 승선 신청서의 경우 다른 선박의 것도 같이 비치되어 있으므로 자신이 타고자 하는 선박의 승선 신청서인지 잘 확인하고 작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때 지불하는 부두세는 카드로 지불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현금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수속을 다 마치면 아래와 같은 승선권을 받게 됩니다.
우리는 왕복으로 배편을 예약했기 때문에 이 승선권과 함께 주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후쿠오카에서 부산으로 돌아오는 배편의 예약권입니다. 이 예약권을 잃어버리면 후쿠오카에서 돈을 주고 다시 발급을 해야 하니 잃어버리지 않도록 잘 챙겨 두어야 합니다.
승선권 발급을 다 마쳤으나 배에 탑 승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우선 예약해 둔 데어터 로밍용 에그(포켓 WiFi)를 찾으러 갔습니다. 지난 이야기에서 핸드폰 데이터 로밍에 관해서 언급했던 포켓 WiFi를 사전에 예약해 두었습니다. 사전 예약한 포켓 WiFi는 출국하기 전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 있는 해당 업체 카운터에서 찾아가고 돌아와서 같은 카운터에 반납을 하면 됩니다.
부산국제여객터미널 내에도 약국과 편의점, 치킨가게 등이 있습니다. 상비약을 챙겨 오지 않은 탓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터미널 내의 약국에서 소화제와 종합 감기약을 샀습니다. 필요 없을 수도 있지만 만에 하나 필요할 경우에 없게 되면 기분 좋은 여행을 망칠 수도 있고 일본에서는 생각보다 비싼 금액을 주고 약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전 여행에서 일행 중 한 명이 감기에 걸렸을 때 꽤 비싼 금액을 주고 감기약을 샀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약을 사용할 일이 없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이번 여행에서도 소화제를 사용할 일이 발생해서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치킨가게가 있는 줄 알았다면 조금 더 일찍 와서 치킨 한 마리 튀겨 갔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미리 알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맥주에는 치킨인데 말이죠.^^
아직 탑승시간이 되지 않았지만 빨리 탑승하려면 줄을 서야 합니다. 공항의 경우 티켓팅을 한 후 짐을 부치고 출발 게이트로 여러 항공편의 승객이 순서에 상관없이 수속을 위해 들어갑니다. 하지만 선박의 경우 각 배편에 맞추어 탑승 게이트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빨리 타려면 줄을 서야 합니다. 직접 서서 계속 기다리지 않고 캐리어나 가방으로 줄을 세워둡니다. 아래 사진은 우리보다 먼저 떠났던 시모노세키행 배를 타려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탑승시간이 다가오면 자신의 가방 옆에 가서 사람들이 직접 줄을 서게 됩니다.
어차피 객실이 정해져 있는데 서두를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천천히 타도 내가 예약한 객실의 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나 비틀과 같은 쾌속선의 경우는 좌석이 정해져 있으니 더더욱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카멜리아 일반실의 경우 10명이 한 객실을 같이 씁니다. 같은 일행 10명이 한 객실을 사용한다면 상관없지만 운이 나쁘면 한 객실 내에서 일행끼리 떨어져서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또, 선박 내에 저녁 식사를 먹을 만한 테이블의 개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늦게 타게 되면 테이블의 자리 잡기도 어려워집니다. 객실에서 식사를 해도 되지만 다른 승객과 함께 잠을 잘 곳이니 가능하면 밖에서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로 탑승 게이트 앞에 우리의 캐리어를 놓아두고 처음 와 본 여객터미널을 돌아다녀 보았습니다. 테라스로 나갔더니 우리가 타고 갈 배가 정박해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탑승시간이 되면 게이트를 통과하고 나서 출국 심사를 거친 뒤 면세점이 있는 곳의 탑승구 앞에서 또 한 번 줄을 서야 합니다. 이 때도 짐으로 줄을 세워두고 면세점 구경을 하면 됩니다. 면세점에서 미처 준비하지 못한 일본에서 만날 친구에게 줄 선물을 하나 구입합니다.
모든 수속을 마치고 배에 올라서 탑승권에 나와 있는 객실을 찾아서 짐을 풀어놓았습니다. 그리고는 저녁을 먹을 테이블을 찾아 로비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예전에 테이블이 있던 공간의 일부가 식당 공간으로 바뀌어 있어 테이블 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이미 로비에 있는 테이블에는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다 잡은 뒤였습니다. 결국 우리는 다른 곳을 찾아 움직였습니다. 중앙 로비에서 뱃머리 쪽으로 가면 조타실처럼 배 앞부분을 볼 수 있는 휴식 공간이 있습니다. 탑승 초반에는 사람들이 여기를 잘 모르므로 혹시 중앙 로비에 자리가 없거든 빨리 이동해서 자리를 잡으시면 될 겁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조촐하지만 이번 여행의 첫 식사를 김밥과 컵라면으로 하게 됩니다.
카멜리아 내에는 목욕탕과, 자판기, 오락실, 노래방, 컵라면에 사용할 온수가 나오는 곳 등이 있으며 자판기의 경우 음료수뿐만 아니라 맥주, 아이스크림, 안주거리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자판기는 모두 엔화를 사용하니 이 점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배를 탑승한 후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배 안을 탐험(?)하면서 위치를 파악해 두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배가 출발하기 전까지는 갑판으로 나갈 수 있으니 출발하기 전에 한 번쯤 나가서 밤바다를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혹시, 객실과 배의 시설이 궁금하신 분은 고려훼리 홈페이지(www.koreaferry.kr)에 가셔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녁을 먹고 목욕탕에서 씻고 개운한 몸으로 로비에 모여 수다를 떨면서 베에서 보내는 여행의 첫 날이 끝이 납니다.
처음엔 이번 여행을 이렇게 글로 남길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리 많은 사진이 남아있질 않네요. 앞으로 적어 나갈 이야기에 사진이 많지 않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두세와 저녁 비용, 자판기 등을 이용한 간식비까지 합쳐서 대략 1인당 12,000원 ~ 13,000원 정도의 비용을 사용하였습니다. 첫날 예산으로 잡았던 17,300원보다 적게 사용하였으니 큰 금액은 아니지만 조금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제 자고 일어나면 우리가 탄 배는 후쿠오카에 있는 하카타항에 도착해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