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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거북이 Feb 17. 2020

심리치료자도 사람입니다.

심리치료에서 마법 같은 변화를 기대하는 이들이게 

심리치료자라는 직업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비칠까. 나란 사람은 평범하기 그지없다. 집에서는 누구의 아내이고 엄마이며, 딸이고 며느리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학교나 유치원에서는 한명의 학부모일 뿐. 나의 일상에서는 내가 참 평범하다. 그러나, 나의 일터에서, 내가 일하는 상담센터에서, 날 만나는 내담자들은 날 어떻게 바라볼까?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줄 해결사? 구원자? 답을 알려줄 선생님, 전문가?


절박한 고통을 안고 상담센터에 온 내담자들은 치료자인 나를 자신의 힘듦을 빨리 없애줄 마법사나 구원자 정도로 생각하진 않을까 모르겠다. '선생님은 전문가잖아요.'라는 말 안에는 수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당신의 전문성을 존중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그 전문성으로 나라는 환자 한명 못 고치면 전문가라고 할 수 없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으니까. '심리치료사는 해결사, 구원자, 마법사'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너무 안타깝게도 심리치료사는 구원자가 아니다. 해결사도 아니고, 마법사는 더더욱 아니다. 너무 미안하지만, 내 앞에 앉아 있는 당신의 심리적 고통이 완전히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줄 수도 없다. 미안하다. 치료자인 우리도 잘 모른다. 당신과 내가 직접 상담을 통해 만나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으니까...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그리고 당신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내 앞에 앉아있는 당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이며, 당신을 항상 존중하고 애정으로 대하려고 노력할 것이며, 당신이 정말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소위 '전문성'이라고 불리는 심리학과 정신분석 공부는 이 마음과 믿음을 더 잘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심리치료를 통해 자신의 심리적 고통에서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많이 실망스러울 것이다. 구원은 하느님이 미생인 인간에게 행하시는 은혜로움이지, 인간이 인간에게 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절대 몇마디의 말과 몇번의 만남으로 나를 만나러 오는 환자와 내담자를 치유할 수 없다. 치료자인 나도 환자인 당신도 모두 한낱 인간에 불과하다. 치료자가 당신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남들에 비해 자신과 사람들의 마음에 좀더 빨리 관심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그 조금의 차이로 인해 테이블 앞에서 치료자와 내담자로 만났을 뿐, 당신과 나는 똑같은 인간일 뿐이다. 내가 심리학과 정신분석을 통해 내 마음을 살펴보고 나를 이해하고 수용함으로써 마음이 건강해진 것처럼, 나 또한 나의 내담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하고 포용할 것이며, 이 과정을 통해 내담자도 자기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치료자의 전문성은 지식이 아니다. 전문성은 마음가짐이고 태도이다. 사람을 이해하려는 마음과 끝없는 노력이다. 어쩌면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진실한 무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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