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무기,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4월 6일이 생일인 단원고 2학년 9반 권민경에게 쓰는 편지

by 꿀벌 김화숙


슬픈 무기


박시하(1972~ )



그것은 몹시 슬픈 모양을 하고 있다.

당신은 그걸 무기로 이용하려고 하질 않는다.

물론 내가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건 내 가난한 이름에도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히 어떤 종류의 무기이기는 하다.

머리에 꽂거나 발에 신는 물건은 아니라는 말이다.


누군가 그걸 목격한다면

아마도 눈물을 흘릴지 모른다.


어제 가게를 다녀간 남자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저런 걸로 삶과 싸워야 하다니.....

너무 슬픈 일입니다."


가끔은 지기 위해 싸우는 싸움도 있다.


그것에 가격을 매길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은 진열대에서 빛난다.

팔 수 없는 상품,

싸울 수 없는 무기.


차마 말로는 할 수 없는 그 모습은

사람이 행복할 때 짓는 웃음과

그 웃음이 누군가의 뇌리에 각인되는 순간처럼

반짝 빛이 난다.


당신은 오늘도 오지 않겠지만.


슬픈 모양의 내 무기를 그곳에 두고

나는 가게를 지킨다.

손님들이 찾아오면 나는 그들의 무기를 하나씩

잘 포장해서 내준다.


모든 싸움은,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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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아 4월 6일, 네 생일 아침이야!

권민경~~~ 생일 축하해!

오늘 아침에 읽은 시 한 편이 너를 불렀어.

<슬픈 무기>에서 세월호가 떠오르는 거야.

생일 축하를 <슬픈 무기>로 시작해 버렸어.

이거야말로 패러독스 아니니.

이 세상에 없는 사람에게 보내는 생일 축하.

기쁜 축하 글에 슬픈 무기 시를 읊다니.

전에는 이런 상황이 늘 어색하고 불편했지.

이젠 익숙한 일상이자 현실이 된 지 오래야.

우리가 사는 삶의 현실이자 애도의 방법.

눈에 보이는 삶이 전부가 아니잖아 민경아.

삶과 죽음, 죽음을 품고 삶을 살아내는 것.

가슴속에 별처럼 빛나고 살아 있지만

만질 수 없고 보이지 않는 사랑도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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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아! 너를 생각하면 네 잎 클로버가 떠올라.

생일 선물로 받은 네 잎 클로버 씨앗.

씨를 뿌린 후에 나날이 자라는 네 잎 클로버.

그걸 살피고 기록한 네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었어.

새봄처럼 생기 있고 이쁜 민경이를 봤지.

네 잎 클로버가 마침내 잎도 꽃도 활짝 피웠구나.

네 이야기가 단원고 약전 9권 제목이 됐더구나.

<네 잎 클로버를 키운 소녀>가 바로 너잖아.

오늘 생일인 너를 기억하며 다시 읽었어.

밖에 나가면 네 잎 클로버를 찾아볼 거야.

찾으면 권민경~~ 하고 외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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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아! 네 사진의 공통점이 뭔지 아니?

빨간 립스틱!

과연 너는 빨간 립스틱을 아주 좋아했지.

워낙 넌 이쁜 얼굴에 고운 피부를 가졌잖아.

친구들에게 질투심을 유발할 정도로 이쁜 게

너의 유일한 흠이었잖아.

빨간 립스틱 참 잘 어울려 민경아.

나도 오늘은 너처럼 빨간 립스틱을 발라 볼래.

내가 가진 립스틱 중 가장 너랑 비슷한 걸로.

코로나 때문에 맨날 마스크 끼고 다니잖아.

립스틱 바를 일이 워낙 없는 거 아니?

심지어 화장품 업계 립스틱이 안 팔린대.

지금 네가 온다면 역시 빨간 립스틱 발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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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2014년을 맞으며 쓴 버킷리스트 좀 봐.


* 착한 엄마를 따라서 기부하기는 꼭!

* 자원봉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가서도 꼭!

* 엄마랑 심야영화 보기



엄마랑 심야영화 보기는 해 봤다고 체크했지?

엄마에게 쓴 편지는 지금 읽어도 울컥하는구나.

너를 보내고 엄마가 어찌 견디셨을지.....



To 우리 엄마.

편지 쓰려니까 또 눈물 나온다.

엄마 내가 미안해 전부다.

엄마 힘든 거 알면서도 내 성격 못 이겨서....

내가 울 엄마 닮아 센가 봐.

엄마 염치없지만 다음 생에도 우리 엄마 해라!

엄마가 아무리 튕겨도 난 엄마가 너무 좋은데 ♡ 매일매일 보고 싶고 사랑한다고 ♡

난 엄마 편이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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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아!

네 잎 클로버 소녀 민경아!

삼라만상이 푸르게 살아나는 4월이야 민경아!

네 버킷 리스트를 보며 나는 생각했어.

네가 하고 싶었던 일, 네가 살고 싶었던 삶을

남은 사람들이 살아내는 게 진정한 애도잖아.

오늘은 너를 생각하며 네 잎 클로버를 찾을 거야.

이 4월이, 아프고 슬픈 세월호 참사 7주기구나.

민경아 네가 엄마 편이듯, 나도 네 편이 될게.

416합창단과 함께 더 힘차게 노래할 거야.

내 작은 힘이나마 보태며 목소리를 낼게.

네가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들 수 있게 말이야.

민경아~~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함민복



배가 더 기울까 봐 끝까지

솟아오르는 쪽을 누르고 있으려

옷장에 매달려서도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믿으며

나 혼자를 버리고

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갈등을 물리쳤을, 공포를 견디었을

바보같이 착한 생명들아! 이학년들아!



그대들 앞에

이런 어처구니없음을 가능케 한

우리 모두는…

우리들의 시간은, 우리들의 세월은

침묵도, 반성도 부끄러운

죄다



쏟아져 들어오는 깜깜한 물을 밀어냈을

가녀린 손가락들

나는 괜찮다고 바깥세상을 안심시켜 주던

가족들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은

핸드폰을 다급히 품고

물속에서 마지막으로 불러 보았을

공기방울 글씨

엄마,

아빠,

사랑해!


아, 이 공기, 숨쉬기도 미안한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세월호 별이 된 단원고 2학년 9반 권민경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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