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7주기 아침에 하는 기도

주님, 언제까지 나를 잊으시렵니까? 영원히 잊으시렵니까?

by 꿀벌 김화숙


주님, 언제까지 나를 잊으시렵니까? 영원히 잊으시렵니까? 언제까지 나를 외면하시렵니까? 언제까지 나의 영혼이 아픔을 견디어야 합니까? 언제까지 나의 영혼이 고통을 받으며 괴로워하여야 합니까? 언제까지 나의 영혼이 내 앞에서 의기양양한 원수의 꼴을 보고만 있어야 합니까? 나를 굽어살펴 주십시오. 나에게 응답하여 주십시오. 주, 나의 하나님, 내가 죽음의 잠에 빠지지 않게 나의 두 눈에 불을 밝혀 주십시오.

-시편 13:1-3 표준 새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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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세월호 참사 7주기 아침입니다.


오전 비 소식이 있더니 흐린 중에 해가 살짝 보이네요. 오후 화랑공원에서 있을 7주기 기억식 행사를 생각하며 하늘을 보게 되네요. 아~~ 오늘 기억식에서 저는 416합창단으로 무대에서 노래하게 됩니다. 주님! 유가족들의 눈물을 보고만 있을 건가요? 이 아침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기도합니다. 어제 하루도 그랬습니다. 함께 한다는 것, 연대한다는 것, 이건 낭만적인 일이 아니라는 걸 느낍니다. 어제 종일 일이 손에 잘 안 잡히고 글도 써지지 않았습니다. 7주기 관련 기사만 찾아보게 되고 별이 된 아이들을 생각하는 하루였습니다. 오늘도 감히 어쭙잖은 위로를 하려 하진 않겠습니다. 우는 이들과 함께 곁에 있을 수 있는 힘과 용기 주세요. 같이 울면서도 버텨낼 수 있는 힘주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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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유튜브로 416그리스도인들과 함께 7주기 기억 예배 함께해서 감사합니다.


'기억 책임 약속 그리고 응답'이란 주제가 제 눈에 다시 보였습니다. 한 단어 한 단어 가볍지 않은 말이 없는데 네 개나 나열돼 있었습니다. 이런 말을 참 상투적으로 많이 대했구나, 새로운 깨달음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주님, 기억한다는 건 어떻게 하는 걸까요? 내 몫의 책임은 무엇일까요? 나는 어떤 약속을 할 수 있죠? 무겁지만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구석구석에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연대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청와대 앞에서, 거리에서, 교회에서, 단체에서, 일상을 살아내며, 눈물과 한숨으로 기도하고 싸워온 사람들 말입니다. 다윗의 기도 시가 다시 읽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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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주님! 탄식이 나옵니다.

언제까지 가야 하나요? 저 사람들의 탄식을 어쩌시렵니까?


저야 언제까지냐 따지기엔 부끄럽죠. 세월호를 회피하며, 침묵하며 오래 버텼으니까요. 몸 아픈 사람으로서 정당하게 무관심한 시간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계속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요. 안타깝고 답답한 맘도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걸 어쩔 수 없습니다. 주님, 사람들의 탄식이 들리나요? 어쩌면 저는 지금까지 세월호를 낭만적으로 바라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몸 하나 손 하나 곁에 있는 것만으로 자족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예배 주제에 '응답'이란 글자가 자꾸 눈에 박힙니다. 응답? 저는 정말 응답을 원하는 걸까요? 결과를 얻고 싶은 걸까요?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맞아요. 꼭 응답을 보고 싶습니다. 반드시 진상 규명! 끝까지 책임자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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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공연으로 장연호 님의 노래가 가슴을 울렸어요. 이 분도 416합창단원이죠. 직장 생활하면서 여기저기서 참여하고 노래하는 '길가는 밴드' 활동을 하는 분이잖아요. 수없이 실망하고 넘어지는 우리네 일상 속에, 희망을 붙잡고 행진하는 사람들을 중에 그가 있었습니다. 다짐의 노래로 부른 "희년을 향한 행진"도 그랬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의가 강물처럼 평화가 들불처럼

사랑이 햇빛처럼

하나님 주신 생명 보듬어

눈물로 씨를 뿌리며

지나온 수난의 세월

보아라 우리 눈앞에

새 하늘이 활짝 열린다

희년을 향해 함께 가는 길

주의 약속 굳게 믿으며

일곱 번씩 일곱 번 넘어져도

약속을 굳게 믿으며

아~ 넘어져도 약속을 굳게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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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촛불과 함께 지난 7년을 돌아보았습니다.


세월호와 함께 별이 된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기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성서 읽기와 기도와 모든 것에 기억 책임 약속의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미사여구와 허례허식으로 근엄하게 꾸민 종교의식이 아니었습니다. 세월호 7주기에 꼭 생각하고 기도할 점에 집중한, 간절한 응답을 바라는 예배였고 기도였습니다. 416합창단원 중, 박은희 안영미 오순이 임재옥 장순덕 조미선 최순화, 이분들을 기억하시나요? 어제 예배에서 노래했고 오늘 기억식에서도 노래할 것이고 내일도 할 거예요. 힘주세요. 이 엄마들을 단단히 붙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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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에서 세월호 별이 된 이름들을 부르는 순서 있었잖아요.


열세 사람이 304명의 이름을 나누어서 불렀어요. 세월호 선원에서 시작해서 일반인, 단원고 교사, 그리고 1반, 2반, 3반...... 10반을 마지막으로요. 매번 "미안합니다. 진실을 꼭 밝히겠습니다."로 마쳤고요. 5반 이름을 부를 때였어요. 이름을 부르던 박연미 님이 울먹이다가 그만 김민석을 빠뜨리고 김민성으로 넘어갔잖아요. 아~~ 가슴이 미어지더라고요. 김민석 김민석, 저 혼자 자꾸 불렀어요. 5반 순서가 그렇게 끝났어요. 그다음 방인성님이 6반 이름을 부르기 전에 5반 김민석 이름을 부르더군요. 아~~ 이번엔 감사의 눈물이 났어요. 이름이란, 그냥 기호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 그 한 사람, 그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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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라는 숫자도 아니고 활자만도 아닌 사람을 기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에 살아 있고 여전히 관계 맺고 존재하는 사람들을 부를 수 있어 감사합니다. 잊지 않는다는 말이 어떻게 행동이 되는지 볼 수 있어 감사합니다. 예배 순서가 목사님들만 맡은 게 아닌 점도 좋았습니다. 성서 읽기는 박시찬 엄마 오순이님이 했어요. 416합창단에서 저랑 같이 알토 하는 엄마죠. 시대의 증언이란 순서는 진윤희 엄마 김순길 님이 했습니다. 윤희 엄마 역시 행사에서 자주 만나 윤희 이야기하는 벗이랍니다. 이번에 416가족협의회 사무총장 책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 엄마들을 굳게 붙들어 주시고 건강과 힘주시길 간곡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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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7주기를 기억하는 사람들 인해 감사합니다.


길 지나면서 노란 리본을 단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이곳저곳에 펄럭이는 현수막들도 감사합니다. 세월호 관련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벗들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별을 품은 사람들'과 함께 <재난을 묻다>를 읽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우리 사회에 왜 재난이 반복되는지, 그 이면엔 어떤 구조가 있는지 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7주기를 잊지 않고자 카톡 프사에 노란 리본을 달고 기억하는 대화명을 쓰는 사람들 인해 감사합니다. 어제 하루 손에 일이 안 잡히는 중에 단체 톡 방마다 7주기 기억식 관련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같이 아파하고 같이 분노하는 마음들 감사합니다. 잊지 않고 기억하려 애쓰는 평범한 이웃들, 말없이 눈물 흘리는 마음들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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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오늘 7주기 기억식 합창 공연에 입을 옷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암 수술 후 7년간 몸이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직장 다니며 입던 옷들은 기분에도 몸에도 안 맞아 정리되더군요. 검은 정장을 딸 옷장을 기웃거리며 찾던 참인데 합창단 소프라노 재오기가 재킷을 주었습니다. 알토 코알라는 까만 블라우스를 가져왔고요. 감사합니다. 오늘 아침 샤워하고 공연 복장으로 입고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이제 잠시 후면 까만 신발까지 신고 리허설하러 나갑니다. 기억식에 관객이 아니라 416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그들 중 하나로 있게 인도해 주세요. 주님, 오늘 하루, 필요한 힘과 은혜 주세요. 제 몸과 마음이 416가족들과 별이 된 아이들 사이에 오롯이 있게 동행해 주세요.


주님, 언제까지 나를 잊으시렵니까? 영원히 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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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말

- 아이를 잃은 엄마가 쓴 시

리타 모란


제발 내가 그것을 극복했는지 묻지 말아 주세요

난 그것을 영원히 극복하지 못할 테니까요

지금 그가 있는 곳이 이곳보다 더 낫다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는 지금 내 곁에 없으니까요

더 이상 그가 고통받지 않을 거라고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가 고통 받았다고 난 생각한 적이 없으니까요

내가 느끼는 것을 당신도 알고 있다고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당신 또한 아이를 잃었다면 모를까요

내게 아픔에서 회복되기를 빈다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잃은 슬픔은 병이 아니니까요

내가 적어도 그와 함께 많은 해들을 보냈다고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당신은, 당신의 아이가 몇 살에 죽어야 한다는 건가요?

내게 다만 당신이 내 아이를 기억하고 있다고만 말해 주세요

만일 당신이 그를 잃지 않았다면

신은 인간에게 극복할 수 있는 만큼의 형벌만 내린다고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다만 내게 가슴이 아프다고만 말해 주세요

내가 내 아이에 대해 말할 수 있도록 단지 들어만 주세요

그리고 내 아이를 잊지 말아 주세요

제발 내가 마음껏 울도록

지금은 다만 나를 내버려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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