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덕분에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일 글쓰기를 매일한다
'100일 글쓰기 2기'가 어느새 6일차다. 13명이 매일 글 한 편씩 올리는 밴드가 날마다 날마다 북적댄다. 모두 글쓰기 열정이 대단한 분들인데 글마다 맛도 다르다. 캬~~ 난 전생에 나라를 구한겨. 이 열기에 묻어가며 하루도 빼먹지 않고 완주해보자, 은근히 다짐하고 있다. 덕분에 성실한 작가가 될지 누가 아는가.
오늘 6일차 글을 쓰려고 앉으니, 100일 글쓰기로 썼던 것 중 포스팅에 빠진 글을 가져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에 쓴 글로 그날치 글을 가름한 날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정리를 하고 6일차 글을 쓰려고 한다. 중간중간 이런 식으로 몇 편의 짧은 글을 함께 올리는 날이 있을 거 같다.
세 편의 글을 연속해서 올리고 보니, 큰 제목 '비커밍 아스트리드 앓이'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아스트리드 공부의 재미로 시간가는 줄 몰랐으니까. 글쓰기도 책읽기도 모두 아스트리드랑 했으니까. 한 제목으로 묶어 볼만하다.
#5일차
제주도 여행짐을 싸고
글벗님들께 공연히 인사합니다.
저는 내일부터 4박5일 제주도 여행이랍니다.
제주도에 집있는 친구한테 초대를 받았어요. 미국에서 다니러 온 친구 부부랑 우리부부 그리고 초대한 친구까지 다섯이 함께하게 되는 여행이죠. 오늘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인사글만 남깁니다. 내일 오전이면 저는 제주 올레길을 걷고 있을 거예요.
내일부터 100일 글쓰기는 불가항력 제주 이야기가 될 거 같아요. 안 빼먹고 몇 줄이라도 매일 쓰는 게 목표이긴 한데 어떨지 모르겠어요. 목요일 저녁 씨네 페미니즘 토론도 제주에서 줌 접속하고 진행하게 될 거고요.
이 코로나 시국에 4박5일 여행씩이나 가는 인간에게 글벗님들 좀 배 아픈가요? 흑흑 저도 비행기 탈 일 없이 코로나시대는 에코적으로 지내려했는데 살다 보면 이렇게 될 때도 있지 뭡니까. 어쨌거나 여행가방 간단히 싸고 몇 줄 썼으니 잠자리에 듭니다.
굿나잇!
#4일차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앓이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 토론을 준비하며 나는 아스트리드 앓이를 하고 있나 보다.
한 인간의 삶이 이토록 숭고할 수 있음에 깊은 감동에 젖어 있다. 그의 세계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다. 그의 대표작 <삐삐롱스타킹>을 다시 읽고 그의 전기 <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을 읽었다. 한 사람의 삶 전체를 동행하는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그의 연설과 시를 담은 얇은 최신간 <폭력에 반대합니다>도 놀라운 책이었다.
동화 작가, 문학가, 예술가, 작가, 아동인권운동가, 환경운동가에 민주주의자, 그리고 여성운동가, 휴머니스트, 용감한 사람, 사랑할 줄 아는 사람, 진실한 인간, 멋진 예술가, 아름다운 엄마, 자유로운 영혼, 춤추는 여자..... 그를 어떻게 한 단어로 규정할 수 있단 말인가.
다음 주 아스트리드와 함께 할 씨네 페미니즘 8강, 마지막 토론이 너무너무 기대된다. 씨네 페미들이 들려줄 이야기가 벌써 귀에 울리는 거 같다. 아~~ 한 사람을 깊이 생각하는 만큼 두 시간짜리 논제를 추리고 정리하는 게 어려움을 느낀다. 월요일부터 4박 5일 제주도 여행이라 미리 마무리하려니 시간이 너무 아쉽다. 그래서 나는 날마다 행복하고 괴로운 아스트리드 앓이 중이다.
그가 남긴 시 한 편 공유해 본다.
내가 신이라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내가 신이라면
나는 울리라
내 모습을 본떠
내가 만들어냈던
인간을 슬퍼하며.
나는 어떻게 울까
인류의 악과
비열함과
잔인함과
어리석음과
인간의 가련한 선함과
속수무책의 절망과
슬픔을 슬퍼하며.
그리고 나는 어떻게 울까
인산의 비통함과
영원한 굶주림,
불안과
죽음의 공포와
적막한 고독과
간의 운명,
그 비참한 운명과
눈이 보이지 않아 더듬거리며
누군가를..... 누군가를 찾는 모습을 슬퍼하며!
아마도 나를 찾는!
그리고 나는 어떻게 울까
모든 죽음의 비명과
헛되이
너무나도 헛되이 흐르는
모든 피를 슬퍼하며
굶주림과
절망과
곤경과
그리고 모든 광기 어린 고통과
고독한 죽음을 슬퍼하며
비명을 지르고 또 지르는
고문 받는 사람들을 슬퍼하고
고문하는 사람들을
훨씬 더 슬퍼하며.
그러고 나서 모든 어린이를,
모든, 모든 어린이를,
무엇보다도 그들을 위해
나는 울리라.
그래, 내가 신이라면
분명히 어린이들을 위해
많이도 울리라,
아이들이 이렇게 되리라고
나는 생각지 않았기에.
강물처럼, 강물처럼
나는 울리라,
내 눈물의 거대한 강물 속에서
내 모든 불쌍한 사람들이
삶을 마칠 수 있도록,
그리고 마침내
고요해지도록.
#2일차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일, 글쓰기
"글쓰기. 그것은 고된 노동이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가운데 가장 근사한 일이다. 아침이면 글을 쓰고 밤이 되면 생각한다. 아! 내일 아침이 밝아 오면 다시 글을 쓸 수 있겠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말에 격하게 공감하는 요즘이다. 세상에 재미나고 근사한 일이 많지만 글쓰기와 비교하랴. 아무리 살펴봐도 내 경험이 일천해서일까. 글쓰기 이상 더 근사한 일을 찾을 수가 없다. 아! 내일 아침이 밝아 오면 다시 글을 쓸 수 있겠지. 그런 설레임으로 잠자리에 들게 된다. 날마다는 아니지만.
'거룩한 글쓰기 밴드'와 함께 '100일 글쓰기 2기'가 시작됐다. 1기 마무리로 나는 고마움과 사랑을 글로 고백했더랬다. 함께 쓰고 읽으며 달려온 100일, 글벗들과 더 알고 친해진 100일이었다. 마지막 날 쓴 글번호는 100이 아니라 78이었지만, 나는 완주한 기쁨과 보람을 누렸다. 이건 무슨 조화일까? 글쓰기의 근사함 아니겠는가.
1기 마치고 2기 시작하기 전 우리는 모임도 가졌다. 서로의 글에 대한, 그리고 100일 글쓰기의 소감을 나눴다. 격려의 카드를 주고받으며 용기백배했다. 가까이에서 이렇게 같이 글을 쓰는 벗을 얻는다는 것, 무어라 말할 수 없이 좋았다. 나이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지만 우린 이제 반말하는 친구가 된 것 또한 근사한 일이겠다. 뒤로 빼는 사람 하나 없이 말이다.
"당신은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요"
"당신은 정말 특별한 사람이에요!"
"와우! 통찰력이 있네요!"
"내가 술 한잔 살게요."
"무슨 일에서든 희망을 찾는 분이네요."
"당신에게서 진정성이 느껴져요!"
"배움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네요!"
"생각이 열려 있는 분이군요!"
폭포같이 시원하고 힘찬 지지와 격려를 받았다. 모두 2기에 함께 하지 않을 이유를 찾지 못했으리라. 그렇게 9월 1일, '100일 글쓰기 2기'가 시작됐다. 6명의 새 벗들이 합류해 12명이, 100일간 하루도 쉬지 않고 글을 쓰겠노라, 의기투합 출발한 것이다. 이번엔 전국구에, 해외에 사는 사람까지 있다!
왜 부담이 없겠는가. 그러나 방점은, 100일에 있는 게 아니라 '글 쓰기'에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다. 1기 때 막 돼 먹은 화숙 씨였지만, 또 시작하는 힘이다. 함께 사서 고생하려는 벗들이 이리 많은데 못할 게 뭐겠나. 쓰며 놀고 쓰며 수다떨고 쓰며 생각하자. 즐거운 부담, 행복한 비명, 고달픈 즐거움,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일. 프로젝트100이다.
"글쓰기. 그것은 고된 노동이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가운데 가장 근사한 일이다. 아침이면 글을 쓰고 밤이 되면 생각한다. 아! 내일 아침이 밝아 오면 다시 글을 쓸 수 있겠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