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벗들과 함께 100일 글쓰기 달리기 오늘이 73일 차다. 100일간 14명의 글벗들이 밴드에서 매일 길든 짧든 한 꼭지씩 글을 쓴다. 봄여름 걸쳐 달린 1차 땐 '매일'이 무색하게도 내가 100일간 쓴 글이 70프로대였더랬다. 이번엔 좀 더 가볍게 가자, 하루씩만 살자, 그렇게 시작한 덕분일까. 힘든 줄 모르게고 계속 잘 놀고 있다.
오늘 내일 1박2일 여행이라, 또 자투리 글을 쓸 가능성이 높겠다. 이번 목적지는 상주다. 여행은 하는 것도 좋지만 준비하고 공부하며 알아가는 즐거움 또한 말할 수 없이 크다. 특히 나같이 길눈 밝지 못한 사람에겐 그렇다. 출발 전 가족 톡 방에 상주 이야기를 했더니 식구들이 한두 개씩 일정이며 경로 팁을 올려줬다. 이러고 노는 거다. 얼쑤다~~
이 아침 길 나서기 전에 지난 한 주간 100일 글쓰기에 올린 자투리 글을 몇 개 맛보기로 가져다 블로그와 브런치 포스팅도 했다. 100일 글쓰기를 하다 보니, 묘하게 이게 삶이고 여행이로구나, 무릎을 치게 된다. 삶도 여행도 어떤 거창한 것 보단 결국 매일 오늘을, 지금 여기를 즐거워하기. 계획대로 가건 예상 밖의 경로든, 지금 여기, 그게 얼마나 어려운 예술이던가.
매일 조금씩 글을 쓴다는 맛이 바로 그거로구나. 글을 쓸 수 있는 복이여! 블로그도 브런치도 내겐 말로 다 할 수 없는 복임을 고백하는 아침이다. 함께 글을 쓰는 벗들이 있음은 또 얼마나 좋은가. 여행 앞둔 시간도 요렇게 즐겼고, 이제 나는 작은 흔적을 글로 남기고 길을 떠나려 한다. 100일 글쓰기 73일 차 아침에.
1. 상주아리랑
글벗님들~~ 아리랑 좋아하시나요? 제가 국악 좋아하니 아리랑을 좋아하지 않을 리 없겠죠. 지역마다 아리랑이 있고, 조금씩 변주되는 가락과 가사는 알수록 참 매력적인 음악입니다. 그 중 상주아리랑은 또 독보적인 거 같아요. 어느 3.1절에 처음 알게 된 후 좋아하게 됐어요. 한 번 들어보실래요?
내일 제가 책모임 벗들과 상주로 1박2일 여행을 가걸랑요. 책벗 중 한 사람이 상주로 귀촌했지 뭡니까. 온라인 토론만 하다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얼굴 보자고 뭉치는 거랍니다. 여행 준비 공부하다 보니 여기저기 보게 되고 상주아리랑을 듣고 있어요. 아리랑 고개마다 눈물과 한이지만 결국 신명으로 넘어가네요.
아리랑 고개, 우리네 인생 고개겠죠. 소리 참 잘합니다. 말 깨나 허는 놈 재판소 가고 일 깨나 허는 놈 공동산 간다. 원수로다 원수로다. 아~ 이런 아픈 가사를 들으면서도 어깨는 실룩대니, 이건 또 뭡니까? 맨날 논다고 배아파하기 있기? 없기!
중앙도서관에서 나를 '2022 안산의 책 선정위원'으로 위촉했다. 올해 무지 바쁜 중에도 시민서평단에 끼어 떠들고 서평 쓰고 좀 놀았더랬다. 시민서평단 사람들이야 스물 몇 명이었던 거 같은데, 어떤 기준으론진 몰라도 내가 '시민' 책 선정위원이 된 거다. 지원해서 뽑힌 게 아니라 전적으로 '부름'을 받고 보니 기분이 색다르다. 내가 명색이 '독서 활동가' 아닌가. 기회가 될 땐 내 멋대로 나는 '페미니스트 독서활동가'라 소개하기도 한다. 누가 임명한 적 없는 스스로 활동가다. 암수술 후 삶의 지형이 대대적으로 바뀌면서 내 좋아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게 됐다. 내 돈 내고 여기저기 토론 공부하러 다니고 글 쓰고 책 읽고 영화 보며 놀다가 달게 된 이름이다. 몇 개 모임 토론진행자로 꼬박 5년을 채우고 있지만 지역 도서관엔 어쩌다 도서관 특강 들으러 가는것 외엔 활동이 없었더랬다. 하는 거라곤 뻔질나게 도서관 서가를 드나드는 게 전부였다. 도서관에서 회의에 오라고 나를 '부르니', 그 참 기분이 괜찮다. 근데, 선정할 책 목록이 장난 아니다. 읽고 볼 자료는 왜 이리 많다냐. 아무튼, 책 보는 일이야 뭐, 즐거운 비명이렸다. 놀아보는 거지 뭐!
3. 빌리 홀리데이를 아시나요?
개봉 영화 <빌리 홀리데이 Billie Holiday>를 강추합니다!
빌리 홀리데이를 아시나요? 영화가 자꾸 물으니 저는 빌리에 빠져 밤 깊도록 허우적대고 있어요. 글쓰기로 손이 쉽게 옮겨가질 못하겠어요. 빌리의 삶을 추적하고 빌리의 노래를 듣고 앉아있는 거죠. 빌리의 삶에 명예와 고통을 함께 가져다 준 노래 같이 들을까요? FBI의 타깃이 되어 44세에 빌리는 죽었어요.
세계의 민주주의 '형님'이나 되는 줄 착각하는 미국을 어떻게 혼내 줄 수 있을까요? 지금 하는 짓만 그런가요 어디. 아프리카계 흑인들에게 한 악행에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한 짓을 어찌 해야 할까요? 영화는 1930년대, 인종 차별의 무법천지인 미국 사회를 잘 담아냈어요. 특히 남부지역에서 자행된 백인에 의한 흑인 린치(lynch, 집단폭력)를 어찌 말로 할 수 있을까요. 그걸 고발하는 노래를 부른 사람이 바로 빌리 홀리데이죠. 아~~ 슬프고 아픈 영화지만 재즈는 너무 좋아요.
1939년 빌리 홀리데이(1915~1959)가 부른 <Strange Fruit이상한 과일>을 들어 보기로 해요. 나무에 매달린 이상한 열매란 무엇일까요? 이 노래는 당시 미국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겠죠. 그만큼 백인들의 불편과 미움의 대상이고 FBI의 사냥감이 되었어요. 마약을 끊기 어려운 이유였죠. 대부분의 라디오 방송에는 금지곡이 되었지만 빌리의 목소리는 막을 수 없었어요.
<살면서 꼭 해야 할 재미있는 일 10가지>(캐롤 제코우스키 수녀, 홍익출판사, 2019)는 짝꿍과 가을 여행하며 가볍게 읽은 책이다. 휴게소에서 가볍게 집어 들었고, 달리는 차 안에서 아무 꼭지나 가볍게 수다 안주로 떠들었다. 역시 인생 너무 진지하고 열심히 살면 안 된다. 이런 가벼운 책을 쓴 사람에겐 박수를 보내야지. 이런 책을 돈 주고 사서 본 우리에게도 박수치는 게 맞다!
왜? 나라는 인간은 가벼운 책을 못 견뎌하던 종족이었더란 말이지. 세상 재미있어 보이는데 다시 보면 별로였더라, 이런 이야기 말이다. 그래서 가벼운 책은 절대 안 사고 안 읽고. 크크 그래서 인생 오래 살고 볼 일이라 하나 보다. 허나! 가볍게 즐긴 책을 어느새 또 진지하게 서평이라도 쓸 각이라는 말씀. 그래, 재미있었으니 됐다 넘어가자. 가볍게 잘 쓴 작가 칭찬이나 하자.
잠을 부르는 시 '잠'이나 한 편 베껴 쓰기로 한다. 암암, 잠이지. 나는 소망을 품고 잘 자는 믿음이 있응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