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호랑이, 메리 자가격리스마스

'나홀로 집에' 크리스마스에 받은 특별한 새해 선물

by 꿀벌 김화숙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자가격리스마스!


무증상 코로나 확진자로 크리스마스도 '나 홀로 집에'로 지나갔다. 온라인으로만 세상과 접속하고 사는 생활 6일째다. 막내아들이 가족 톡에다 올린 인사말이 '메리 자가격리스마스!'였다. 무증상으로 멀쩡하게 갇혀 있으니 이런 우스개도 하는 거다. 평소처럼 줌으로 연결되어 교회 식구들과 크리스마스 축하 이벤트도 즐겼고 오늘은 주일 예배도 있었다. 자가격리자 셋이서 줌 연결해서 점심도 먹었다. 진정 메리 자가격리스마스 시즌이로다.


매일이 반복인 것 같으면서도 특별한 하루하루였다. 가장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으니 진정 메리 크리스마스였다. 호랑이 얼굴로 산타가 왔달까, 아기 예수가 왔달까. 이달에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 <불멸의 호랑이>(정석호, 마음의 숲, 2021)라는 만화책이 그저께 비대면으로 배달됐다. 웬 호랑이 만화냐고? 이런 심오한 시즌 선물을 생각해 낸 이 누구란 말인가! 내가 호랑이띠거든. 새해는 임인년(壬寅年), 즉 내가 환갑이 되는 호랑이해다. 놀라워라! 자가격리 중인 호랑이띠 엄마를 위해 새해까지 내다보며 딸이 보낸 대박 선물이었다.


우선 수묵화 그림이 너무 멋져서 가슴이 뭉클했다. 단번에 앉아 읽는데 그 내용에 또 한 번 감동이었다. 심지어 울컥하며 읽었다. 울컥과 눈물이야 뭐, 아무 때나 폭발하는 거라지만, 태어나서 내 띠에 대해 이렇게 마음으로 기쁜 적이 없었던 거 같다. 호랑이띠 가시나로 태어난 후, 내가 들은 말 중에 도무지 긍정적인 말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호랑이 수묵화 만화, 대가의 한국형 그래픽 노블 한 권이, 호랑이띠 중년을 깊이 위로하고 치유해 줬다. 아니, 이런 책은 새해에 누구에게나, 특히 호랑이띠 여성들에게 최고 선물이니 참고!


<불멸의 호랑이> 초판 한정 선물도 특별했다. 가로 47.5cm 세로 66cm의 '2022년 호랑이 캘린더 포스터'다. 책상 뒤 벽면에 붙여 두고 내년 1년간 호랑이의 기운과 함께 할 생각이다. 부제가 보여주듯 책은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고 성장한 용맹한 호랑이 이야기'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우리 민족이 신성시해 온 백호. 우리 역사와 문화 속에 함께해온 사신(청룡 백호 주작 현무) 중 실존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사족, 2022년 임인년(壬寅年)의 호랑이는 백호가 아닌 흑호란다. 그러거나 말거나, 호랑이해를 맞이하는 최고의 책기획이다.)



책머리에 나오는 '용맹한 호랑이, 그 기상과 혼을 당신에게'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모두가 힘든 코로나 시대를 이겨내며 어느덧 2022년, 우렁찬 호랑이해가 찾아왔다. 어미를 잃은 백호가 모진 역경과 고난 속에서 살아남아 당당히 숲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용기와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 앞에 놓인 눈보라와 비바람이 고통이 아닌, 먼 길을 갈 수 있게 해주는 이정표였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백호가 전해주는 힘찬 기백과 진취적인 기상이 긍정과 행운의 에너지가 되어 모두에게 가득하길 바란다."


호랑이는 착하고도 성스럽고,

문채롭고도 싸움 잘하고,

인자롭고서도 효성스럽고,

슬기롭고도 어질고,

엉큼스럽고도 날래고,

세차고도 사납기가 그야말로

천하에 대적할 자 없다.


연암 박지원의 글은 거의 호랑이 찬가다. 그림의 힘, 글의 힘이란 이런 것이었다. 호랑이를 이렇게 멋지게 여긴 민족이면서, 호랑이띠 여자는 왜 그리도 못 잡아먹어 난리였나. @##% 욕 나왔다. 가족 톡으로 생생한 감동을 나눴다. 재미있는 TMI 하나. 나랑 32년째 사는 짝꿍은 토끼띠 남자다. 그는 어릴 적 사내자식이 토끼띠라고 싫은 소리 들었단다. 자기 성격이 토끼처럼 순해서 더 자기 띠에 열등감이 있었단다. 할아버지 장례식 땐 장손인데도 매장하는 근처에서 밀려난 걸 잊지 못한다. 왜? 토끼는 눈 똥그랗게 잘 놀라니, 귀신이 놀라 일어난다나 어쩐다나..... 여남 모두 가부장제의 피해자인 게 보이는가.


나: 코로나 확진자로 갇힌 자를 위한 성탄 새해 선물이 왔네! 감동의 눈물이 울컥!

딸: 호랭이 화숙!!!

나: 용맹한 호랑이 어흥~~~ 내년은 환갑 호랭이대이~~

딸: 하모하모. 수묵화 호랑이 믓찌대이. 좋아서 입 찢어지네ㅋㅋㅋㅋ

나: 넘좋다 고맙대이 모야~~ 책 읽는다. 책도 매 쪽마다 예술이다. 책을 읽는데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용맹하고 신성하다고 호랑이를 높이고 호랑이띠도 쳐 만들어 놓고는 호랑이해에 태어난 여자는 억세니 팔자 드세니 쳐 개소리나 하고 태어나지도 못하게 숱한 여아를 죽이던 더러운 문화..... 여자가 그렇게 될까 봐 그렇게 무서웠던 게지? 박지원이 잘 아네. 호랑이는 착하고도 성스럽고, 문채롭고도 싸움 잘하고, 인자롭고서도 효성스럽고, 슬기롭고도 어질고, 엉큼스럽고도 날래고, 세차고도 사납기가 그야말로 천하에 대적할 자 없다. 딱! 알고 보면 여자들이 그렇다는 걸 알고 무서웠던 거지. 호랑이띠 여자들에게 모두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다 ㅋㅋㅋㅋㅋ 주변에 호랑이띠 여자 친구 있는 사람? 재석아 니 여친도 호랑이띠가?


딸: 그렇쥐. 호랑이띠 남자는 인물 났다고 추켜주고 여자는 눌러놓고

나: 긍께. 내가 어릴 때 귀 닳도록 호랑이띠 딸이라고 세뇌를 받았다. 너는 호랑이띠라도 아침에 나서 팔자 드세지 않을 거다. 호랑이는 밤에 활개 치고 날 새면 얌전해진다. 이런 개소리 듣고 컸다 아이가. 활개 치면 안 되는구나..... %$@## 눈치 보며 남자 기죽이는 여자 소리 들을까 봐 살짝 모자라는 척하고 씨발 좆같은 세상. 호랑이 책 보니 욕 나온다.

딸: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엄마가 호랑이 띠인 게 넘나 찰떡이라는 생각

나: 더러분 세상. 호랑이 해엔 정자만 가지고 아들만 쳐 낳아 보지 그래

딸: ㅋㅋㅋㅋ

나: 여자가 없는 세상이라야 남자만 활개치지 @##$


딸: 누구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친척 어른 중에 한 분이 나보고 말띠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얘기 한 적 있어ㅋㅋ 말띠 여자는 팔자가 사납댔나 드세댔나

남: 미쳐~~ 와 아이라. 말띠 용띠 소띠

딸: 말이고 호랑이고 덩치 크고 센 애들은 다 남자 꺼임 젠장

나: 자잘한 동물 띠라야 해 여자는. @#$ 뭐 하러 만들어 그럼 남자띠 여자띠 따로 만들지 개소리!

딸: 긍께로. 흥! 엄마는 호랭이처럼 살아야 해


나: 아직도 이런 편견으로 여자는 그저 품에 쏙 들어오고 말랑말랑 지보다 못난 게 확인돼야 안심되는 것 들은 전부 거세해 버려!

딸:ㅋㅋㅋㅋㅋ 싹둑

나: 긍께 그거 떼 버리면 안심. 남자들끼리 살든가. @#$% 내가 기펴고 목소리 내고 활개치는 호랑이 인간으로 사는 거 보여줬으면 너그가 어릴 때부터 훨씬 성평등 눈으로 여자를 볼 줄 알낀데 아쉽다 #%@%

딸: 이제부터라도 호랑이 인간

나: 이런 엄마는 중년에 미쳐버린 이상한 인간인 줄 알잖아 @##$$%

딸: 원래부터 엄마는 호랑이라는 걸 보여줬어야 하는데 말이지

나: 살짝 보여줘 보면 다 죽겠다고 난리니 씨발 순한 고양이인 척했지

딸: 호랑이 맛 좀 봐라

나: 호랑이띠 저주에서 구원받았다 내가. 진짜 기쁘다 구주 오셨네!

딸: 메리 크리스마스네!!!


짝꿍: 토끼는 호랑이 부르짖는 소리에 놀라 까무러쳐 기절했더라~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띠놀이 미신 얘기를 여성차별과 가부장제 이데올로기 경전으로 이용하는 천박한 무서움. 이게 실제 통했으니.... 호랑이 욕 나올만하지. 그러고 보면 온갖 여성차별 속담들도 그렇고 하늘 아래서 여자는 숨 쉬고 살기 힘들게...

나: 한쪽은 숨만 쉬어도 우쭈쭈, 한쪽은 숨만 쉬어도 드세대 @#$%

짝꿍: 나도 범띠 가시내 백말띠 이런 얘기 미신이라고 우습게 들었지만 다른 차별 코드와 묘하게 엮여 영향을 크게 받았던 거 같어

나: 어린 시절 세뇌가 얼마나 무서운데 씨발

짝꿍: 백말띠 얘기는 어릴 때 하도 많이 들어서 뭔가 진리가 있는 줄 알았지ㅋㅋㅋ 누나랑 여동생, 둘이 말띠.

나: 듣는 당사자들은 존재를 부정당하는데 다른 쪽은 그게 정상이라고 처 생각하게 되거든 @##$. 세월이 흘러도 아직 본데없어서 그런 은근한 차별이 정상 질서라고 깔고 있는 인간들이, 역차별 운운하고 설쳐대는 세상이라는 게, 이 성탄절 아침에 더욱 가슴 아프다 #%@%#

짝꿍: 잘못된 건 정상으로 돌려놓는 게 정상인데 적극적으로 돌려놓고자 하지 않는 건 무의식 내면이 이게 정상이라고 하는 거지. 이게 무섭고 여자가 깨어나는 건 방독면을 벗는 것과 같아. 여성차별은 어차피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지 않은 주장이니까 온갖 쓰레기 잡동사니 다 긁어모아서 그럴듯한 궤변을. 힘 가진 쪽이 계속 떠들면 개소리도 먹히니까. 호랑이해 화숙과 수많은 여성 호랑이띠 그리고 여성들 호랑이처럼 우렁차게 포효하길~~~~

나: 하모하모

짝꿍: 호랑이와 토끼가 장난치고 놀아도 물지 않고 해치지 않는 천국을 꿈꾸는 토끼 ㅋㅋㅋ


호보당당虎步堂堂

걸어라. 호랑이의 걸음처럼 당당하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영원히 존재한다.

당신의 소중한 가치를 찾아 걸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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