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겪어봐야 알고 강은 건너봐야 안다

무증상 코로나 확진자 격리해제 소회

by 꿀벌 김화숙


"사람은 겪어봐야 알고, 강은 건너봐야 안다."



이토록 적절한 속담이 있을까. 무증상 코로나 확진자로 자가격리당한 11일간 나는 날마다 생각이 달라졌다. 겪어 보기 전엔 생각하지 못했던 게 새삼 보였다. 처음엔 확진자라는 게 충격, 그 다음엔 나 때문에 자가격리된 밀접접촉자 이웃들에게 미안함. 그게 지나니 낯선 세상이 보였다. 자가격리 지침을 따르며 기록을 남겨야 했다. 도무지 내겐 아무 증상이 없었다. 의문이 스멀거렸다. 나는 진짜 확진자일까? 자가격리는 정당할까?....



겪어 볼수록 코로나 시국이 다시 보였다. 방역 시스템이, 검사 방법이, 사람들이, 자가격리까지 모두 그랬다. 나중엔 '방역 패스' 때문에 선제적으로 검사받은 게 후회스러웠다. 내가 너무 고분고했다. 뭐하러, 음성확인서가 뭐라고, 그토록 pcr검사를 충실히 받았던가. 갇힌게 약오르고 억울한 마음도 생겼다. 나같은 '착한' 사람한텐 상을 줘야 하는 거 아닌지. 무증상으로 돌아다니지 않고 자발적인 검사와 격리로 이렇게 협조적이건만 돌아오는 건 그게 아니었다.



겪으니 잘 보였다.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낙인'과 배제와 차별에 편견까지. 이게 뭔가, 이 정도일 줄 몰랐다. 그 사람이 내게 그런 반응을 보일 줄이야. 차가운, 비수같은 말도 들었다. 차마 글로 옮기진 못하겠다. 혼란스러웠다. 확진자라 쓰고 '불가촉 희생양'이라 읽으면 어떨까? 사람은 겪어 봐야 알고 강물은 건너 봐야 안다. 아픈 진실이었다. 내 인식의 확장이었다고 위로하면 될까? 확실히 코로나 이전과 이후라 할 만하겠다.


11일만의 격리해제 소회, 간단하게 기록을 남긴다..




1. 자가격리 시작과 끝을 알리는 문자메시지



'불가촉' 확진자 답게 확진을 전화로 통보받는 것부터 자가격리 과정과 끝 모두 온라인으로 이루어졌다. 나의 자가격리를 담당한 구청 공무원은 문자로 안내하고 한번씩 전화했다. 끝나는 날 마지막 격리해제 통지서도 사진으로 받았다. 나는 지침에 따라, 격리해제 후 쓰레기 정리까지 살뜰히 했다. 해제된 날 어플 두 개를 삭제했다. 주고받은 문자는 남겨뒀다. 제공받은 소독 스프레이를 뿌려 쓰레기를 밀봉해서 며칠 있다가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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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발신]

안녕하세요? 안산시청 직원입니다.

앞으로 김화숙 님의 재택치료 기간 동안 관리를 맡게 된 전담공무원 000입니다.

재택치료 관련 안내 드립니다.


1.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어플 설치

전화 및 위치서비스(GPS)는 항상 허용해야하며, 자가진단은 오전 / 오후 하루 2번 이상 입력하여 주십시오.

전담공무원 아이디는 12345 입니다. 전담공무원 아이디 입력하시고, 본인 정보 입력하시면 됩니다.

다운로드 링크 : m.safekorea.go.kr/idsiSFK/corona.jsp


2. 생활치료센터 비대면진료서비스 어플 설치

아래 주소로 들어가 설치하시기 바랍니다.

설치하시고 대기하시면 지정병원에서 연락하여 아이디 부여 예정입니다.

주소: https://hcms.mohw.go.kr/mobile/helper


3. 격리 수칙 준수

절대 격리장소(집) 밖으로 이탈해서는 안 되며, 격리장소(집)로 친구 및 친척 등을 초대해서도 안 됩니다.

집에 마당이 있어도 택배기사 등 타인과 마주칠 수 있으므로 절대 나가서는 안 됩니다.

갑갑하시더라도 집 안에만 계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무단이탈 시에 무관용 원칙에 의거 즉시 고발되게 되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며, 구상권이 청구될 수 있습니다.


4. 생활쓰레기(격리기간 동안 각자 별도의 봉투에 보관하셔야합니다.)

확진자의 생활쓰레기는 따로 모아 봉투에 잘 밀봉하여 보관해주세요!

재택치료가 끝난 후에 봉투 밖에 소독스프레이를 뿌려 종량제 봉투에 담아 잘 밀봉하고(이중포장)

종량제 봉투 배출기준에 따라 배출하시면 됩니다. (대기하실 필요 없음)


5. 물품을 수령하시면 안에 있는 안내문 꼼꼼히 읽어보시고, 격리통지서 수령증 및 생활수칙 안내문 서명란에 서명하셔서 010-2927-7204으로 문자보내주시기 바랍니다.


★ 발신처 ★

안산시 상록구 도로교통과

☎ 031481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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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발신]

안녕하세요.

김화숙님의 재택치료가 12월 31일 12시 해제됩니다.

12시까지 격리 유지하시고, 12시가 지나면 이용하셨던 어플 모두 삭제하시면 됩니다.


격리해제 안내문을 보내드리니 꼼꼼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확진자의 생활쓰레기는 봉투 안과 밖에 소독스프레이를 뿌려 종량제 봉투에 담아 잘 밀봉하고(이중 포장)

가족 중 가장 최종 격리해제자의 해제시, 바로 종량제 봉투 배출기준에 따라 배출하시면 됩니다.


격리가 끝난 후에도 방역수칙 철저히 지켜 생활하시기 바랍니다.


★ 발신처 ★

안산시 상록구 도로교통과

☎ 0314815426




2. 격리해제 확인서


아무리 생각해도 행정이 제대로 못 한 게 틀림없다. 내가 21~30일 자가격리였고, 31일자로 격리해제였다. 고로 해제 확인서를 미리 발행해서 30일 늦게 아니면 31일 아침에 받게 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나는 31일 오전 꼬박 갇혀서 기다려야 했다. 설레임과 억울함 속에 동네산 갈 옷을 입고 준비 완료하고 기다렸다. 11일만에 맡는 바깥 공기의 맛이란! 차가운 겨울 날씨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본 격리해제 확인서는 pcr 음성확인서를 대체합니다"라는 부분을 보며 나는 외쳤다.


"그래! 난 이제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의 몸이라고! 이제 내가 다시 pcr검사 하나 봐라!"




3. 생활지원비 신청



사람을 이렇게 맘대로 가둬둔다면 응당 보상이 따라야 하리라. 선제적으로 검사 받았다가 무증상 확진자로 갇힌 억울함, '생활지원 안내'나마 받아야지. "코로나 발생과 관련하여 입원 또는 격리된 분들은.... 지자체로부터 생활지원비를 받을 수 있습니다." 4인 가구 1,266,900원, 격리기간으로 1할계산. 나는 동주민센터를 갔고, 버벅대는 공무원에게 짜증을 내가며 신청서를 썼다. 신청자가 많아 두 달 걸려야 받게 될 거란다. 40만원 남짓, 그게 내가 무증상 코로나 확진자로 갇혀지낸 ''이다. 꼴랑, 진심 억울하다.





4. 격리해제 기념으로 선자령에 오르다



자유의 공기를 쐬어야 하리. 새해와 격리해제를 축하하고 기념해야지. 4일 아침 7시 차로 안산을 출발했다. 간만에 가족여행으로 다섯 식구가 함께 선자령에 올랐다. 재작년 말 다녀오고 다시 간 선자령. 춥고 칼바람 부는 정상을 기대했는데, 날씨가 싱겁게 포근했다. 영하 10도가 안 되다니. 정상에 그렇게 바람이 없을 수도 있다니. 더 추울 때 다시 가야하리. 성인 아들딸 셋과 짝꿍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대화와 사귐과 소통의 시간이었다. 지난 번 갔을 때보단 날씨가 맑아 강릉 시내와 동해바다도 더 잘 보였다. 젊은이들도 즐기는 게 보기 좋았다. 못보던 서로의 모습을 발견하는 시간도 됐다. 역시 갇힌 자에겐 해방을, 눌린 자에겐 자유를. 산이 주는 위로와 치유의 힘이여! 사람은 겪어 봐야 알고 물은 건너 봐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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