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7주년에 기쁨의 아리랑

중국 동포들이 광복의 한 주역이었음을 분명히 하는 공식 기념식이었다

by 꿀벌 김화숙

77주년 광복절이다.

오늘 기념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게 무엇이었을까?


대통령 기념사에 이은 경축공연 첫머리에서 차지연과 베이스 이준석, 그리고 합창단이 함께 부른 '기쁨의 아리랑'이었다. 대개 지역 이름을 딴 아리랑들과 달리 재목부터 새롭다 했더니, 역시 창작 아리랑이란다. 그것도 중국 동포들의 민족적 염원을 담은 곡이자 '장백산 아리랑'과 함께 조선족 동포들의 긍지와 항일의 자신감을 담은 대표 아리랑이란다.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 기쁨의 아리랑도 60곡 중 하나로 포함된 곡이었다. 이런 엄청난 곡을 공식 행사에서 처음 들은 건 참 아쉽지만, 중국 동포들이 광복의 한 주역임을 분명히 하는 기념식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본다.



기쁨의 아리랑


태극기 휘날리는 아리랑 고개

고향산천 찾아넘는 기쁨의 고개

다시오마 맹세하고 떠나간 사람

새나라의 살림꾼들 뛰넘어오네

어서 넘어라 어서 넘어라 에헤야

기쁨 싣고 돌아오는 아리랑고개


울며 넘던 피눈물의 아리랑고개

한번 가면 소식 없던 탄식의 고개

업고지고 쫓겨서 흘러가더니

기쁨 싣고 떼를 지어 뛰넘어오네

어서 넘어라 어서 넘어라 에헤야

기쁨 싣고 돌아오는 아리랑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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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이니 평소 자주 보면서도 쓰지 못한 이야기를 이제야 한다. 서울 성북천 분수마루 광장에 가면 만나는 소녀상 이야기다. 아무 데서나 볼 수 없는 한·중 소녀상이 거기 있다. 2014년 미국 글렌데일에 세워진 한국인 '위안부' 소녀상이 계기가 되어 세워질 수 있었다. 칭화대학교 교수 판위친과 영화제작자 레오스융이 소녀상 원제작자인 김운성·김서경 작가 부부에게 의뢰하여 진행된 프로젝트로 2015년 동소문동 가로공원 앞에 최초의 한·중 소녀상이 세워질 수 있었다. 2020년 3월 가로공원 부지에 창작연극지원센터 건립공사가 진행되면서 한중 소녀상은 철거돼야 했다. 따로 보관하다가 2021년 2월 성북천 분수마루 광장으로 이전설치되었다.


한중 평화의 소녀상에서 주목해서 볼 건 아무래도 소녀들의 손이겠다. 소녀라면 다소곳이 손을 포개든가 마주 잡고 있을 법 하지만 아니다. 두 소녀 모두 주먹을 꽉 쥐고 앉았다. 한국 소녀는 두 주먹을 아래로 엎었고 중국 소녀는 두 주먹을 마주 보게 세웠다. 꽉 쥔 두 손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소녀상이 설치되지 못하게 방해한 일본 정부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자 일본 정부로부터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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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소녀상에 가면 나는 바닥을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정면에서보단 소녀상 옆으로 그리고 뒤로 가야 더 잘 보이고 글도 더 눈에 들어온다. 한국인 소녀상 뒤 바닥에선 '위안부' 할머니 형상의 그림자가 왼쪽으로 구부러져 있다. 할머니의 가슴엔 노란 나비 한 마리가 보인다. 기억 나비 평화나 비다. 중국인 소녀상 뒤엔 중국 '위안부' 할머니의 발자국이 찍혀 있다. 그 옆엔 빈 의자가 하나 있으니, 다른 아시아 국가의 희생자를 위한 자리이자 기억의 의자겠다.


일상 곳곳에서 노랑나비를 발견하면 누구나 할머니들을 떠올릴 수 있도록,

100년이 지난 후에도 노랑나비를 보며 아픈 우리 역사를 기억할 수 있도록,

전 세계 사람들이 노랑나비와 한반도의 아픈 역사를 연결 지을 수 있도록,

지금, 당신이 있는 곳에 기억 나비를 날려주세요.-노란 나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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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아리랑은 광복의 기쁨을 노래한다. 피눈물로 넘어온 아리랑 고개를 기쁨으로 넘는 노래. 떼를 지어 넘어라 어서 넘어라 에헤~~ 노래한다. 이 창작 아리랑은 원래 중국 연변 길림시의 김세영의 노래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2011년 소리꾼 김용우가 일본 천황의 항복 선언 목소리를 음반에 삽입해 광복의 기쁨과 환희를 더욱 강조하며 새롭게 불렀다. 오늘 광복 77주년 기념식에서 사회자는 이렇게 소개했다. "망국의 설움을 안고 넘던 탄식의 아리랑고개가 새 나라 건설의 부푼 꿈을 안고 귀환하는 승리의 고개가 되었음을 기뻐하는 노래 기쁨의 아리랑~”



김용우가 부른 '기쁨의 아리랑'을 듣고 가사를 손으로 옮겨 본다.



기쁨의 아리랑


꽃도 피고 잎도 피는 아리랑 고개

우리 부모 뼈를 묻은 아리랑 고개

막대 끌고 돌아보며 흘러갔더니

원수 갚고 떼를 지어 뛰 넘어 오네

어서 넘어라 어서 넘어라 에헤이요

기쁨 싣고 돌아오는 아리랑 고개


붉게 붉게 무궁화 핀 아리랑 고개

웃음소리 넘쳐나는 승리의 고개

원수 피로 삼천리에 땅을 걸구고

원수 갚고 떼를 지어 뛰 넘어 오네

어서 넘어라 어서 넘어라 에헤이요

기쁨 싣고 돌아오는 아리랑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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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노래 아리랑이 너무너무 좋다. 올봄 장구를 사서 연습하면서 가장 먼저 부른 노래도 아리랑이었다. 우리 음악의 가장 기본 장단이라 할 수 있는 세마치장단을 아리랑으로 부르는 맛을 아는가. 국악기를 다루고 민요를 부르면서 나는 확인하곤 한다. 내가 이걸 무지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즐겁고 신나는구나. 내 정서와 몸에 맞구나. 아니면 이상한 거 아냐? 내가 나고 자란 이 땅과 이 문화와 나는 뗄 수 없이 연결돼 있으니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리랑’이라는 제목으로 전승되는 민요는 약 60여 종, 3,600여 곡으로 추정하고 있다. 추정일 뿐, 구석구석 민초들의 가슴엔 더 많은 아리랑이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아리랑만 해도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아리랑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상주아리랑 정선아리랑 강원도아리랑 홀로아리랑.... 누구라도 새로운 사설을 지어 낼 수 있고, 부를 수 있다. 얼마든지 변주도 가능하다. 계속 아리랑은 늘어날 것이다.



내친김에 중국 동포들이 항일 노래로 불렀다는 '장백산 아리랑'도 적어 본다.



장백산 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1. 문전의 국토를 내버리고

북만 땅에 떠도는 신세가 처량하다

2. 삼천리 금수강산 내버리고

씨비리아 타향살이를 하고 있다

3. 부모도 친척도 다 버리고

울며불며 압록강을 건너왔다

4. 장백산에 붉은 기 나부끼니

혁명군이 해방시켜주길 기다린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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