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갤러리, 빈하용 전시회를 보고

세월호로 별이된 단원고 2학년 4반 빈하용에게

by 꿀벌 김화숙

박영신

지상에서 심은 씨앗 중에

가장 멀리에 심은 것이 별이다.

떡잎 자라는 가슴이 푸릇푸릇해지는

오늘도 어느 별에서는 꽃이 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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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용별의 화가 하용아!


지상에서 가장 멀리 심어진 하용별 안녕? 네가 그린 알록달록한 작은별을 보며 네 이름을 불러 인사한다. 푸릇푸릇 나무가 자라고 꽃도 피었네. 아담한 오두막 곁 뚱뚱이 곰은 네 분신이라지? 왕관 쓴 걸 보니, 네 세상임에 틀림없구나. 볼수록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마력의 하용별이야. 거기서 보는 이 세상은 어떠니? 별에게 보내는 이 편지에 답해 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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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는 ‘빈하용 전시회 감상문'이라 할 수도 있어. 2014년 10월에 열렸던 네 전시회 말이야. 그 당시 나는 서촌갤러리에 직접 가 보진 못했어. 암 수술 후의 만신창이 몸으로 직장일까지 하던 때였어. 4년 후에야 ‘별을 품은 사람들’과 함께 네 약전을 읽고 알게 됐어. 그날부터 난 너를 하용별 화가로 기억하게 됐단다. 다시 5년 만에 네 전시회를 온라인으로 보았네. 아~~ 서촌 갤러리에 붙어있던 연두색 포스트잇 한 조각이 여전히 안내하고 있구나.


“벽에 붙어있는 모든 스티커도 하용이가 그린 작품입니다. 갤러리 구석구석 붙어있는 작품을 찾아 감상하세요.” -서촌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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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을 헤엄치는 하용아!


네 작품 중엔 유난히 물고기가 많이 등장하는구나. 너는 물고기를 워낙 좋아하고 많이 그렸지. 어디서나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는 자유로운 네 영혼의 분신 같아. 아빠와 함께 낚시하러 가서도 너는 낚시보단 물고기 보는 즐거움에 푹 빠지더구나. 반짝이는 비늘이며 매끈매끈한 지느러미를 보면 영혼이 충만해지곤 했다지? 도시의 빌딩이 수초 숲이고 딱딱한 도로는 물길이었구나. 2014년 새해 인사도 물고기 입으로 “Happy New Year!” 했더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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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아이 하용아!


너는 어렸을 때부터 종이하고 연필만 있으면 잘 노는 아이였지. 다른 장난감이 도무지 필요 없을 정도로 그림 그리는 아이였어. 공책이든 알림장이든 연습장이든, 여백이 있으면 어김없이 그림으로 채워졌어. 엄마는 스케치북을 한꺼번에 묶음으로 사다 주셨겠지. 화가의 꿈을 구체적으로 꾸며 너는 고1 때 처음 미술 학원을 갔구나. 그때부턴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성적도 쑥 올랐지. 미대 유망주 하용이었거든. 오도카니 전시관 한쪽에 놓인 네 전용 의자며 책상, 그리고 화구들.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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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에 대해서 꿈을 꾸고, 그 꿈을 그린다.”


빈센트 반 고흐가 한 말인데, 하용이 목소리처럼 들려. 나는 그와 동생이 주고받은 편지를 읽고 정말 많이 울었더랬어. 그림을 그리기 위해 고흐만큼 고생한 사람을 나는 아직 못 봤거든. 특히 ‘별이 빛나는 밤’ 좀 보렴. 별빛이 소용돌이치며 흐르는 그 신비로운 그림을 그릴 때 고흐는 정신 병원에 있었대. 세상은 왜 예술가에게 이다지도 가혹할까 하용아. 머리 위에 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고, 별나라로 이어지는 네 그림들 좀 봐. 꿈을 꾸고 그린 게 틀림없어, 그치? 네 꿈, 네 예술 세계를 지켜주지 못한 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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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릴 때 가장 행복했던 하용아!


전시회엔 액자로 걸린 작품도 엄청나지만 자잘한 종이 그림도 많이 있었어. 유리문에 다닥다닥 붙여놓은 그림들 말이야. 네가 아무 종이에나 그렸던 그림이 그렇게나 많다는 거야. 가로로, 세로로, 크기와 모양도 가지각색으로 달라. 한 영상에서 엄마가 네 방 책상 아래에 있는 그림 상자를 보여주셨어. 고1 때 선생님을 캐리커처로 그린 그림을 엄마도 나중에 보셨다는구나. 한 인물을 수십 가지 얼굴로 그린 하용 화가에 대해,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어.


“공부 잘해서 받아오는 상보다 그림 그려서 받아오는 상이 더 많았어요. 그림 그리라고 하면 행복했을 거예요. 돈보다도, 그리고 싶은 그림 그릴 때 제일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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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꾼 하용아!


작년 가을에 나도 삽화라는 세계에 빠진 경험이 있어. 내 책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가 출간됐을 때야. 책 표지에 두 팔 활짝 쳐들고 배낭 메고 걸어가는 흰머리의 인물이 있어. 나를 아는 사람마다, 딱 내 모습이라는 거 있지. 책 속에 나오는 삽화도 마찬가지였어. 작가의 개성을 삽화가가 잘 포착해 준 덕분이지. 네가 바로 그런 일러스트레이터였어 하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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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심은 씨앗 중에 가장 멀리에서 자라는 별 하용아!


네가 그린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5월에 보는 느낌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엄마아빠 가슴에 영원히 피어있는 네 꽃이겠지. 네 별에서 넌 꽃향기 속에 그림 그리는 나날이길 바라. 네가 남긴 그림으로 너는 이곳에 언제나 함께인 거 알지? 그래서 더 고마워! 하용아, 그래서 더 보고 싶구나! 안녕~~~


(세월호와 함께 별이 된 단원고 2학년 4반 빈하용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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