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고하다, 고백

416합창단 2023기획공연 아침에

by 꿀벌 김화숙


416합창단 2023 기획공연 날 아침이다.

2020년 봄 합창단에 들어왔으니 어언 4년이다.

공연예술이란 그런 거 같다.

무대에 서는 순간까지의 모든 준비 과정이 예술이다.

그리고 무대에서, 관객과 함께 완성되는 예술이다.

이 아침 긴장과 설레임도 이 예술의 한 부분.

세상의 모든 예술가들에게 존경을 보낸다.


1시 30분까지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 집합이다.

안산 집에서 전철까지 걷고 타고 도착까지 2시간이다.

2시부터 리허설, 본공연은 7시 30분에 시작한다.

하얗게 고하다, 고백의 하루가 될 것이다.

세월호 부모님들과 시민단원들의 고백을 담은 공연이다.

나도 짧은 고백의 말을 글로 쓰고 녹음했다.

공연 순서 어딘가에 나올 것이다.


이 기다림 이 고백, 짧게 남기고 길 나서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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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획공연 감동 포인트, 시민단원들과 함께 부르는 곡도 있다는 점이다. 약간의 퍼포먼스를 더해 길고도 어려운 곡 '조율'을 부른다. 지난 마지막 연습은 감동의 도가니였다. 나처럼 묻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진짜 노래 잘하는 분들이었다. 옛 직장 동료도 시민단원 중에 있었다. 14년만의 재회였다. 사람이 섞이고 움직이는 맛이 이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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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장소가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이란 게 내겐 또 하나의 감동 포인트다. 합창단원들은 나같은 개신교인도 있지만 카톨릭, 불자 등 종교적 배경이 다양하다. 서울 중심부에 있는 성공회는 그동안 행사로만 방문했는데 드디어 노래하러 간다. 성공회를 내가 좋아하는 건 성공회대 교수가 쓴 책을 통해서였다. 그리고 여신협에서 알게 된 여성사제들을 통해서였다. 교리, 그게 뭐라고 죽고 죽이고 척지나. 서로 만나고 섞이고 어울려야 종교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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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덕커플이 함께 서는 무대라는 점을 기뻐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의 기획공연엔 덕이는 시간이 안 맞아 늘 나만 섰다. 이번엔 작정하고 함께 했다. 몇 주 전 합창연습 날 이번 기획공연 리플릿에 들어갈 단체사진을 찍었다. 우리가 잊지 않을게, 가만히 있지 않을게, 늘 약속하는 아이들 앞에서 찍었다. 세월호로 별이된 단원고 250명 아이들 앞에서 말이다. 요런 사진, 감동이고 예술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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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합창단 정단원이 되고 단복을 받았을 때 숙덕이 함께 찍은 사진을 다시 보았다. 평소 합창단 공연 복장은 거의 티셔츠와 청바지에 운동화 아니던가. 노란리본이 그려진 검정티셔츠 아니면 까만리본이 그려진 노란색 티셔츠. 주로 기억의 활동이고 아프고 힘든 싸움의 현장에 연대하는 공연이라서다. 그러나 1년 한 번하는 기획공연에선 잘 모셔뒀던 개량 한복형 노란 긴조끼를 입는다. 아름다운 우리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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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획공연의 기본 의상은 흰블라우스/셔츠에 검정 바지/치마다. 내 옷장엔 완전 흰블라우스도 없고 정장 느낌나는 검정 바지도 없었다. 딸이 취업 면접용으로 입은 후 잘 안 입는 게 있었다. 까만 단추를 떼고 흰색 단추로 갈아달았다. 검정 치마는 소프라노 단원 써니가 자기한테 작아졌다며 물려줬다. 이렇게 공연복이 준비됐다. 오늘 부를 곡 중 어렵고도 아름답고 슬픈 노래 '두 개의 세계'를 흥얼거린다.



두 개의 세계


임정은 작사 노선락 작곡



눈을 뜨고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이런 일들이 낯설기만 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그렇게 흐르고 흘러

내게서 멀어진다


나는 위태롭게 걷는다

네가 있는 세계 내가 있는 세계

두 세계는 붙어 있고

두 세계는 너무 멀다

눈부시게 웃는 네 사진 한 장에 매달려

오늘을 산다


....


잊으라고 이제 그만 그만하라고

이런 일들이 낯설기만 하다

천번 만번을 찔려도 내 심장은 강철처럼 되지 않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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