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기의 즐거움, 새 책 2교를 보며
5 챕터 37 꼭지, 269쪽, A3에 2면씩 찍힌 책을 수정 또 수정
새책 2교를 보다가 <덧붙이기 숙덕숙덕 사모가 미쳤대>라는 브런치 메거진을 새로 만들었다.
마감한 연재 브런치북 30 꼭지에 다 담지 못한 꼭지들과, 후속 이야기를 덧붙이듯 쓰기 위해서다. 내가 지은 가제 '숙덕숙덕 사모가 미쳤대'는 브런치북 제목으로 끝날 거 같다. 종이책 제목을 출판사에서 회의 또 회의 중이란다. 덧붙여 쓰기 메거진으로 새 책 나오는 과정과 이후의 이야기를 모아보려 한다.
지난주 생각비행 조대표님과 우리 집 근처 가페에서 만나 책 2교 뭉치를 받았다. A3 한면에 두쪽씩, 5챕처 37꼭지, 총269쪽 책이었다. 출간 수다를 떨고 헤어진 후 내 마음에서 감사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세상에 모래알 같이 많은 사람들 중에, 많고 많은 작가와 출판사 중에, 이런 만남이라니. 딱 나를 위한, 내 인생을 치유하려 준비된 출판사였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람이었지....
"이런 책은 호불호가 있게 마련이에요. 불호 목소리에 작가님 글을 맞추려 하지 마세요. 느낀 대로, 쓰고 싶은 대로 밀고 가셔야 해요. 마음에 둔 독자층을 생각하며 작가님 마음을 따라 편히 수정하시면 돼요."
아~~ 열린 사람인척 내가 질문했더랬다. 내 생각과 글이 혹 지나치진 않더냐, 좀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거나 논조를 수정할 곳은 없더냐고 말이다. 그래, 질문하고도 살짝 부끄러웠다. 자기 목소리를 죽이고 비굴하게 남 의식하며 살던 습관이었다. 두려움이었다. 그의 대답은 담백했다. 그럴 필요 전혀 없다고.
두꺼운 A3 뭉치를 가슴에 꼭 안아주었다. 맘 같아선 품에 안고 자고 싶을 정도다. 혼자 한 번 읽고 다듬고 주말에 서울로 가져가 제1독자 딸과 한번 더 수정했다. 딸이 낭독하면 나는 운동하며 듣고 의견을 말하고, 딸이 빨간펜으로 수정하는 식이었다. 수다의 즐거움까지 더해져 일요일 저녁에 못 마쳐 월요일 오전까지 했다. 글이란 볼수록 수정할 게 나오는 법. 다음 주 월요일 돌려주기까지 한번 더 수정할 생각이다.
이제 두 꼭지 글쓰기가 남아있다. 책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다. 어젠 중앙도서관에서 글쓰기 구상과 고민으로 6시간 보냈지만 아직 결과는 없다. 내일 오전엔 울림 강의, 17일엔 4.16 합창단으로 아침부터 밤까지 광주 5.18 전야제에 다녀와야 한다. 18일 이른 시간 출발하는 'DMZ 평화 걷기'는 깨끗이 단념하기로 했다. 다음 주엔 토론 모임 3개를 비롯해 일정이 촘촘하다. 그만큼 글쓰기에 집중할 시간이 귀하다.
이제 다음 주 2교 마치고 넘겨주면, 한 주 후 이메일로 PDF파일을 받아 마지막 수정을 한다. 6월 중순 인쇄 들어가고 하순이면 책이 나올 계획이란다. 출산 예정일이 다가오는 기분이다. 나름 고뇌 속에 힘든 구간이 많았던 글쓰기였기에 더 설레고 기다려진다.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처럼 가을이 될 줄 안 건 내 착각이었다.
아~~ 책 쓰기의 즐거움. 그 힘든 과정을 벌써 잊어버린 걸 보니, 나는 다작 작가로 살 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