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름을 부르며 마음이 동해 바다를 그리는구나. 네 고향 금진 바다가 보고 싶어 샅샅이 찾아보았어.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금진리, 그곳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며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왔어. 길이 900m에 63,000㎡의 백사장이며 해변 도로 헌화로가 빼어난 절경이구나. 한번 가 본 사람은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금진 마을, 옛 모습을 간직한 부두 금진항. 거기 횟집 하는 외가댁에서 네가 유년 시절을 보냈구나. 바다는 네게 가장 원초적인 기억이지. 자고 눈뜨면 바다를 보았고, 바다와 놀며 바다를 닮은 아이로 커갔겠지.
바다의 아이야!
우리 7번 국도를 달리며 바다를 즐기자꾸나. 동해바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들리지?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해변으로 가요~ " 정무도 같이 노래하고 있는 지? 네 고향 강릉에서 남쪽으로 7번 국도 달려봤니? 금진, 옥계를 지나 망상, 그다음 묵호를 지나 동해시, 그리고 울진 그 아래 영덕. 어때? 영덕 대진이 내 고향 바다야. 친정 가면 돌아올 땐 늘 북으로 7번 국도를 달리지. 어지간한 해변은 다 머물러봤는데 금진을 아직 못 갔네. 삼척 바다는 몇 번 들르고 촛대바위며 석림 사이를 걸었는데 말이야. 올핸 금진을 꼭 들르기로 했어. 네가 놀던 백사장이며 금진항 테트라포드에도 머물 예정이야. 거기서 또 보자 응?
바다를 닮은 사람 정무야!
너는 어렸을 때부터 말수가 적고 순하고 의젓한 성격이었구나. 떼쓰지도 다투지도 않고 포용하는 성격이었지. 얼마나 맘이 넓은지 밤늦게까지 일하고 주무시는 부모님을 안 깨우려 혼자 일어나 아침 챙겨 먹고 학교 가는 아이였구나. 어린 너는 금진 바닷가 방파제 콘크리트 테트라포드에서 놀기 좋아했지. 삼총사들과 정글짐처럼 오르내리기도 하고 파도가 잔잔한 날엔 그 아래 물고기를 구경하며 말이야. 금진을 떠나 유구로 이사 갔을 때도 유구천 삼총사 친구들과 물장구치며 잘 놀았구나. 이사를 여러 곳으로 다녔지만 너는 어디서나 잘 적응하더구나.
그리운 이름 정무야!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날 때 기분이 어땠니? 네가 어렸을 때 많이 보던 동해 바다와 다르디? 드럼, 합기도, 복싱을 배우며 몸과 마음이 단단해져 가던 바다의 아이조차 돌아오지 못할 여행이라니, 생각할수록 화가 나. 외할아버지 트럭을 타고 파도가 높이 들이치는 금진 항구를 지나며 나눈 대화 생각나? 할아버지는 네게 바다 수평선이 평소와 어떻게 다른지 물으셨지. 바다의 아이는 낯처럼 밝히던 집어등이며 고깃배가 안 보인다 했지.
"그래, 오늘같이 파도가 심한 날에는 고깃배도 쉰다. 고깃배만 쉬는 게 아니라 바다도 모처럼 쉰다."
바다가 파도치며 쉰다는 말씀이 여운이 남아. 정무야! 너도 쉬고 있지?세
자꾸 보고 싶다, 정무야!
지금 바깥엔 매미가 자지러지게 울어대는구나. 계절이 가기 전에 절절히 만나야 할 짝을 향한 그리움의 소리구나. 네 이름을 저렇게 부르면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무야. 이제 장마 끝이라니 불볕더위가 저 매미소리만큼 자지러지겠지. 그래, 우린 동쪽 해변길, 7번 국도 해파랑길을 달리자꾸나. 바다는 언제나 좋아 그치? 네게 편지를 쓰며 해변으로 가요~~ 마음이 통하는 행복을 누렸건만 그리움은 더 커지는구나. 보고 싶다 정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