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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Aug 09. 2024

성평등 올림픽 있으니 성평등 백두산 여행도 있겠지?

파리 올림픽이 던진 숫자 5250과 10 그리고 일상의 성평등

1.

 이번 파리 올림픽은 내게 매력적인 숫자로 다가왔다. 평소  숫자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난내가 잊지않고 기억할 정도다.  5250과 10,  이 두 숫자다. 이번 올림픽 참여 선수가 남녀 동수로 여자 5250명 남자 5250명이었다. 1896년 제1회 근대올림픽이 개최된 이후 처음이라니 '제1회 성평등 올림픽'이라고 이름 붙여도 되겠다. 그리고 10은 개막식에서  세워진 '프랑스를 빛낸 여성' 동상 수다. 인상적이었다.


남녀동수, 이건 어떤 집단에서도 결코 이루기 쉽지 않은 숫자 예술이다. 스포츠라는 바닥이 워낙 남성중심 세게 아닌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사전에 조직적으로, 여성 출전 종목과 혼성 종목을 늘렸다고 한다. 그럼 한국선수단도 남녀동수였을까? 성평등 따위 무시하는 나라답게 남자 132명, 여자 105명 참여했다.  


5250 다음으로 내게 꽂힌 숫자는 10이었다.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라는 슬로건으로 이루어진 개회식 중 섹션 'sororité'(여성 연대)에서였다.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프랑스를 빛낸 10인의 여성들'의 동상이 하나하나 세워졌다. 10명의 여성은 모두 페미니스트였다. 프랑스의 '성평등' 수준을 세계만방에 자랑하고 있었다. 10인의 여성들을 간략히 소개하겠다.


1871년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 선언문을 작성한 올랭프 드 구주(1748~1793)

1922년 최초의 세계 여자 대회를 조직한 앨리스 밀리아(1884~1957)

 소르본 대학에서 수학한 최초의 흑인 여성이자 흑인 페미니즘 운동의 선구자인 폴레트 나르달(1896~1985)

 지구 일주 항해를 한 최초의 여성 잔 바레(1740~1807)

 최초의 여성 전업 작가로 여성 비하 담론에 맞선 책 <여성들의 도시>를 쓴 크리스틴 드 피장(1364~1431?)

 사회주의 자치 정부인 파리 코뮌의 행동 대원이었던 루이즈 미셸(1830~1905)

 세계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인 앨리스 기(1873~1968)

 1974년 보건부 장관이 된 후 임신중단 합법화 법안을 제출해 통과시킨 시몬 베유(1927~2018)

 1971년 피임과 낙태의 권리를 요구하는 여성 '343 선언'을 이끈 시몬 드 보부아르(1908~1986)

보비니 재판에서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변호하고 평생 소수자를 위해 싸운 지젤 알리미(1927~2020)


부러웠다. 역사 속 페미니스트들을 올림픽 개막식에서 동상으로 기리는 프랑스가. 올해 임신중지권을 헌법에 명시한 나라답게 임신중지권을 위해 싸운 페미니스를 셋이나 포함시켰다. 한국의 성평등은? 페미냐? 이 따위 질문을 사상검증이라고 하는 나라다. 낙태죄 위헌판결만 있으면 뭐 하나. 후속 입법 없이 4년이 흐르고 있다. 성평등이란 말도 지워지고 있는데 성차별이 없다?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꼴이다.  



2.

A: 김화숙 샘 이번에 백두산 신청하셨어요. 같이 가시는 거 아세요?

B: 아, 그래요?  잘하셨어요.

나: 감사합니다. 오랫동안 가고 싶다고 별렀거든요. 놓칠 수 없죠.

A: 화숙샘은 백두산을 먼저 공부하며 준비해서 가실 거래요.

B: 좋죠. 백두산 여행 우리 통일 포럼이 주관하니까 통일 포럼 강의도 같이 들으시면 좋겠어요. 어떻게 안산에서 통일 포럼을 아직 안 하셨을까. 아세요? 최고 수준의 강의라는 거. 이번에 꼭 같이 하시죠.

나: 아 그래요? 홍보 엄청 하시네요. 저도 늘 강좌 공지 나올 때마다 살펴보곤 했죠. 일정이 잘 안 맞기도 했지만 솔직히 안 끌리는 구석이 있더라고요. 강사진이 완전 무게 잡는 남탕이던 걸요?

B: 네? 그런가요?  


나: 네, 강사 성비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닌가 봐요? 대한민국 국회도 정부도 똑같잖아요. 남녀동수는 고사하고 성비 불균형이 얼마나 심각한지 창피해요. 항상 OECD 꼴찌잖아요

B: 아, 그렇군요. 우리 강사님들 항상 최고 수준으로 섭외하는데 성비는 생각 못했네요. 그래도 일단 와서 같이 하시면서 그런 의견도 주시고 차차 바꿔나갈 수 있게 하면 좋겠어요.

나: 아뇨, 남성들만 마이크 잡는 강의를 어떻게 계속 들어요. 너무 이상하잖아요.

B: 그럼, 큰일이네. 자, A선생, 우리 강사 섭외 여성들 좀 힘써서 늘려봐요. 화숙샘 하시게.

A: 아, 네.... 거의 짜였잖아요. 누구 빼고 누구 넣죠?

B: 수강생들은 여성이 점점 늘고 있는데 강사 성비도 그래야 맞네요. 화숙 샘도 39에 함께 하시죠.


나: 강사 성비 보고 생각할게요. 그건 그렇고 샘 제 책은 읽으셨어요?

B: 아이고 봐야지 하면서 아직 못 봤네요. 얼른 사 읽을게요.

나: 아뇨, 말로만 하시는 약속 안 믿어요. 지역에서 그렇게 같이 활동하고 연대한다면서, 통일 포럼도 같이 하자면서, 제 책을 한 권도 안 읽으셨다는 게 말이 안 돼요. 사서 읽으신다는 인증숏 보내주시면 믿을게요.

B: 죄송합니다. 바로 주문해 읽을게요. C선생, 그 책방에서 화숙 샘 책 살 수 있어요?

C: 네, 있던 건 다 팔렸고요. 바로 주문해 드릴게요.『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랑 『숙덕숙덕 사모의 그림자 탈출기』2권 맞죠?

B: 감사합니다. 제가 바로 읽고 인증숏 보낼게요. 그럼 통일 포럼 하시는 겁니다.

나: 네 책 읽은 피드백받아 보고, 강사진 성비 보고 생각해 볼 거예요.

D: 하시는 김에 제 것도 사 주세요.

B: 예, 그럼 C샘, 두 권 더 추가해 주세요.



3.

성평등 올림픽 있으니 성평등 백두산 여행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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