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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Aug 14. 2024

활화산 백두산에서 온 돌, 부석을 보았다

2024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공동예배에서 백두산 돌을 보았다

'(사)한겨레평화통일포럼 중국(연변-백두산-집안-단둥) 견학'이란 제목에서 볼 견(見) 자를 본다. 람 인(儿) 위에 눈 목(目)이 큼지막하게 얹어진 모양이 마구 싸돌아다니며 보는 데 정신 팔린 사람 형상이다.'평화번영탐방'이라거나 '백두산 천지 해맞이 여행' 보단 견학(見學)이란 말이 좋다. 보는 게 배움이고 보며 공부하는 여행이겠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 될 거라 기대하면서.  


나도 가만히 있지 않고 돌아다니며 세상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학자가 되진 못했지만 무엇이든 나 혼자 들여다보고 파보길 좋아한다. 찬찬히 볼 게 많은 낯선 곳에 가면 밥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다. 난생처음 가는 백두산인데 관련된 거라면 뭐라도 보고 싶은 요즘이다. 그저께 일요일 오후 416 합창단 공연으로 초대받아 간 공덕감리교회에서도 백두산을 보는 '백문이 불여일견'의 기회였다.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공동 예배?



행사 이름은 정전 71주년 기념 '한반도 평화통일 남북공동 기도주일예배'였다. 세상에, 솔직하자. 이전에 이런 예배가 매년 있다는 사실도, 에큐메니칼 평화 통일 연대도 전혀 몰랐다. 적대적 분단 교육에 세뇌된 세대답게 남북평화통일을 위해 간절히 기도한 적도 없었다. 416 합창단이 이 낯선 예배에서 특송 순서로 초대받은 덕분이었다. 매년 광복절 직전 주일에 연대로 예배한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전 세계교회가 매년 8월 15일 직전주일을 '한반도평화통일 공동기도주일'로 결의한 건 2013년이었다. 이에 따라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도 결의문을 채택하면서 한국교회는 세계교회와 연대하게 됐다. 이 예배의 목적은 이렇다. 1. 분단된 한반도의 화해와 치유를 위하여 세계교회와 함께 기도함. 2.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 신천을 통하여 남북간 대립과 갈등을 극복함. 3.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함. 4. 한반도 평화통일 및 지구촌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세계교회들과 함께 협력하고 연대함. 우리가 먼저 한 일이 아니다. 세계교회를 따라 한국교회가 연대하는 셈이다. 


예배 순서지 표지에 적힌 "평화를 이루기까지 있는 힘을 다하여라."는 시편 34:14 구절이 안타깝고도 모호하게 읽혔다. 북측 사람 한 명 없이 하는 남북공동예배라니. 공허한 메아리처럼 느껴졌다. 이 나라의 정치 현실은 갈수록 호전적이 돼 가고 있다. 관념과 교리처럼 들리는 평화의 기도였다. 사람의 목소리를 한 스토리가 아쉬웠다. 짜인 예배문이 읽히는 의전이었고 남성들의 잔치였다. 





활화산 백두산 돌 부석


별 재미없는 예배에서 딱 하나 재미난 건 백두산 돌멩이였다. 행사에 가기 전에 미리 남북공동예배 관련 자료를 찾다가 알게 된 내용이었다. 물론 검색의 달인 우리 딸이 찾아 준 정보였다. 예배에는 남측과 북측을 상징하는 물건을 강단 앞에 진열하는 순서가 있는데 양쪽 성경책이랑 백두산 돌 등이 쓰인단다. 행사장 가면 꼭 확인하고 백두산 돌을 자세히 보고 만져보고 싶었다.


리허설은 못 하고 본 순서에 맞춰 갔더니 장내가 아주 '엄숙'했다. 저만치 앞에 백두산 돌멩이가 있을 텐데 멀어서 확인할 수가 없었다. 호기심을 누르며 기다려야 했다. 종교 장소 종교적인 공기란 게 내 행동을 제약하는 셈이었다. 416 합창단 노란 티셔츠로 혼자 빨빨댈 수도 없었다. 눈독만 들이다가 공연하러 무대에 오르며 일별 할 수 있었다. 유리 어항 같은 용기에 하얀 자갈 위에 놓인 돌덩이 두 개가 있었다.


제주도에서 많이 본 현무암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돌덩이였다. 왜 놀랍지? 나는 백두산 돌을 어떤 모양 어떤 질감으로 상상했지? 낯설었다. 백두산이나 한라산이나 화산 폭발로 생긴 호수를 이고 있는 산 아닌가. 고로, 그 산에 있는 돌이란 게 닮은 꼴일 수 있다. 백두산에서 가져온 돌을 직접 눈으로 보고서야 제주도 현무암을 떠올리는 나. 래, 백문이 불여일견이라잖아. 


지질학자들이 연구용으로 백두산에서 돌멩이를 들여왔다는 기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백두산 화산돌은 색깔이 아주 다양했다. 검은색 회색은 물론 하얀색 분홍색 파란색 등 밝은 색이 참 다양했다. 백두산은 과연 활화산인가 보다. 1903년에 폭발이 있었고 100년이 주기란다. 그래서 백두산 폭발설을 나도 들을 수 있었나 보다. 2025년에 백두산 화산 폭발한다는 기사도 있고, 지금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위험한 ‘활화산’이란 글도 읽을 수 있었다. 


백두산 화산 폭발이란 도대체 어떤 모양일까? 내 상상의 범위를 넘어가는 이야기 같다. 일단 폭발하면 한반도는 온통 잿더미에 파묻힐까? 영화 <백두산> 같은 재난일까? 내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지? 모르는 것투성이다. 이런 대 화산 폭발을 우리는 과연 대비할 있을까? 여러 재난 참사의 경우에서 보았듯, 매뉴얼도 없이 총체적 난국에 빠질 것 같다, 이러면 내너무 비관적인가?


아무튼 백두산에서 온 구멍 숭숭 뚫린 돌을 보았다. 공기를 많이 머금고 있어 물에 뜨는 가벼운 돌, 부석이라 한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응회암. 과연 백두산엔 구멍 많은 돌로 가득한지 너무 보고 싶고 궁금하다. 천지 주변에서 아주 작은 것이라도 백두산 돌멩이 하나 집어 올 수 있으려나? 그러면 안 되겠지?





2024년 한(조선) 반도 평화통일 남북공동기도문

시편 10편에 기대어


주님, 어찌하여 멀리 계십니까?

서로의 손을 잡고 오랜 담을 넘나들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서로를 자매 형제가 아니라 적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희망을 담은 채 주고받던 연락들은 차례차례 끊어지고, 이제 비방과 두려움만 하늘 바람 타고 오고 갑니다. 모든 약속들은 사라지고, 모든 길마다 지뢰가 덧씌워지며, 골짜기마다 분노의 메아리가 퍼져가고, 봉우리마다 날 선 초소가 세워지고 있습니다. ‘저들보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힘을 키워야 한다’ 되뇌더니, 이제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소리치고 있습니다. 주님, 어찌하여 멀리 계십니까?


주님, 이 환난의 때에 숨어 계십니까?

이곳저곳 전쟁의 소식이 끊기지 않는데도, 또다시 커다란 전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조선) 반도 앞바다에 다른 나라의 싸움배들이 오가고, 미사일과 폭탄이 계속 쌓여만 갑니다. 그것으로도 모자란 건지, 이 나라 저 나라 머리를 맞대고 더 크게 싸울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전쟁을 준비해야 흔들리지 아니하며 대대로 환난을 당하지 않으리라’며 저주와 거짓과 포악의 말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주님, 이 환난의 때에 숨어 계십니까?


주님, 일어나십시오.

주저앉은 우리와 함께 일어나십시오. 증오와 전쟁의 역사를 외면하고 정당화해 온 우리의 해묵은 죄를 주님 발 앞에 쏟아냅니다. 적개심에 휩쓸려 자매 형제를 저주하고 적개시 한 우리의 낡은 죄도, 절망과 낙심에 용기를 잃은 우리의 죄도 함께 쏟아내오니 일어나십시오. 우리가 일어나겠나이다.


주님, 손을 드십시오.

평화를 빚으시는 주님의 손을 펼치십시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드는 일, 막힌 담을 허물어 하나 되게 하는 일, “내가 너를 고쳐주마” 평화를 약속하신 주님의 일에 우리 민民의 손을 얹겠사오니, 손을 드십시오. 우리가 힘써 손을 들겠나이다.


주님, 우리를 잊지 말아 주십시오.

평화를 향한 열망을 주십시오. “평화를 이루기까지 있는 힘을 다하라” 하신 말씀을 남과 북, 북과 남의 교회마다 뜨겁게 새겨주십시오. 서로가 성령의 매는 줄로 얽힌 한 몸이라는 진리를, 평화의 주를 머리로 모신 한 지체라는 고백을, 평화와 화해와 통일이 우리의 소명이라는 믿음을 고백하오니, 우리를 잊지 말아 주십시오. 우리가 포기하지 않겠나이다.


주님, 주님은 언제까지나 평화의 주님이시니, 거짓과 폭력을 일삼는 모든 이들이 한(조선) 반도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남북·북남 모든 사람들이 손을 잡고 함께 살아가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2024년 8월 15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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