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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Sep 26. 2024

너의 별에 닿을 때까지 노래할게, 가수의 꿈 예은아!

단원고 2학년 3반 유예은에게, 10월 3일 416합창단 기획공연 한단다


한밤중

거리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달은 추억을 잊은 걸까요?

홀로 미소 짓고 있어요. 

가로등 불빛 아래 낙엽이 내 발가에 쌓이고

바람이 윙윙거리기 시작하네요.

.....



노래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예은아! 


뮤지컬 <캣츠>의 대표곡 ‘메모리 Memory’를 같이 듣자꾸나. 네가 좋아하는 노래지? 2014년 5월 30일 자로 예매해 두고 공연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던 그 <캣츠>야. 너는 돌아올 수 없는 수학여행을 떠나 결국 공연장에 가지 못하고 별이 되었지. 네 생일이 든 10월이구나 예은아. 너를 기억하게 하는 음악에 네 목소리가 들리는구나.  


노래하며 살고 싶은 너는 방송 오디션에도 나갔지. 인생에서 가장 기쁜 일이 뭐냐는 질문에 망설임없이 “보컬학원 등록한 것”이라고 말했구나. 사람들이 막 웃었지만 너는 개의치 않았지. 초등학교 때부터 가고 싶던 보컬학원을 중3이 돼서야 갔으니 하나님의 은혜 아니고 어찌 표현하겠니. “유명한 가수가 아니어도 뮤지컬 히어로인이 아니어도 노래하며 살 수만 있다면!” 네 꿈은 오직 가수였구나. 씻을 때도 공부할 때도 걸어다닐 때도 너는 노래했지.



https://youtu.be/hxlo3Pnbg-0?si=-617TkTfNSWGWIoC



“예은아, 네가 그렇게 좋아하던 노래를 이제 엄마가 하고 있구나.”


416합창단에서 예은이 엄마 박은희 님이 종종 이렇게 고백하시는 거 알지? 숫기 없는 네가 가수를 하겠다니, 첨엔 엄마도 사춘기의 호기심 정도려니 하셨더구나. 실력도 없으면서 뜬구름 잡는 헛꿈 꾼다, 음정 박자가 불안하다, 그런 놀림에 너는 흔들리지 않았지. 뚜벅뚜벅 자기 길을 가는 너로 인해 부모님은 마음을 바꿔 너를 응원하게 되셨구나. 그런데 그 노래를 너 없이 엄마가 하고 있다니, 들을 때마다 가슴 아프게 너를 기억하게 되는구나.


역대급으로 길고 더운 여름이 드디어 가고 이제 가을이 오는 거겠지, 예은아? 아침에 눈뜰 때가 가장 힘들다는 엄마에겐 내 생일이 든 이 가을이 다시 힘든 계절이겠지. 눈에 보이지 않는 돌을 가슴에 얹어 놓은 듯, 엄마는 늘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고 하셨지. 너의 노래가 엄마에게 숨통이 되어 주길 간절히 기도하자꾸나. 지난달에 네 곁으로 떠나가신 할머니와 만났어? 낙엽이 발가에 쌓이고 가을바람이 윙윙대도 예은아 노래의 힘을 믿자꾸나.




하은이는 3.3킬로 예은인 2.6킬로. 이란성 쌍둥이는 서로 다른 아이들이었구나. 너는 목이 심하게 뒤로 꺾여있고 패혈증 증세도 있었지. 엄마랑 하은이가 먼저 퇴원하고도 일주일이나 병원에 더 있어야 했지. 그래도 잘 뛰어다니고 운동도 잘하는 왈가닥 소녀로 커갔구나. 시끄러울 정도로 노래를 좋아하는 너와 조용한 하은이. 한방에서 지내다 보면 눈도 안 마주칠 정도로 싸울 때도 있고 토라지기도 했지만, 음악으로 화해하며 커갔지.


쌍둥이를 만나면 나는 예은이가 생각나. 이달에 ‘별을 품은 사람들’에서 715 오송 참사 1주기에 나온 책 《나 지금 가고 있어》를 읽으면서도 그랬어. 희생자 중에 최수연 님이 2000년생 쌍둥이고 4남매 중 둘째였어. 쌍둥이 언니는 지난 1년간 입원 치료를 오래 받아도 차도가 없이 고생하고 있어. 아빠는 사람 만나는 게 불편하고 직장 동료들의 시선이 의식되는 등 마음의 벽이 생겼대. 우울증, 공황장애, 의증, 단기기억 상실, 성인 ADHD 등으로 고통받고 있지. 어떤 엄마가 쌍둥이 아기에게 이유식 먹이는 모습을 보다 오열할 정도야. 




"한 1년 지나면 괜찮을 줄 알았어요. 근데 아니더라고요. 세월호 가족들은 10년이 넘었는데 지금도 그렇다고, 그런데 여긴 1년밖에 안 지난 거란 말이 맞더라고요. 진짜 그렇더라고요.“


수현 아빠가 여러 번 인터뷰를 중단해가며 끝내 하신 말씀이야. 세월호 10년을 보신 거지. 연대와 공감의 다짐이긴 한데, 세월호 때와 달라진 것 없는 과정을 또 겪어야 한다는 소리라 읽기 힘든 대목이었어. 가슴이 답답해서 주먹으로 치며 읽었어. 세월호 부모님들은 오죽 힘들까, 이래서 온 몸이 굳는다고 하는구나, 느끼면서 말이야.




노래로 마음 통하는 예은아!


10월 3일 저녁엔 416합창단 기획공연이 있단다. 올해 두 번째 앨범도 나왔어. 이번 공연 곡들 중엔 416합창단을 위해 만들어진 창작곡도 몇 곡 있어.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노래를 엄마가 부르고 있구나!” 그래, 엄마와 함께 손잡고 노래할게. 10월에도 가을에도 변함없이, 너의 별에 닿을 때까지 함께 노래할게. 낙엽 뒹굴는 가을 밤, 별빛으로 함께 하고 귀뚜라미 소리로 노래해 주렴. 예은아, 생일 축하해. 네 노래를 너무너무 듣고 싶구나! 



(세월호로 별이 된 단원고 2학년 3반 유예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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