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표를 붙여 내 가슴에 확실한 사랑의 도장을 찍어~

세월호로 별이 된 단원고 2학년 8반 박선균에게

by 꿀벌 김화숙

이름표를 붙여 내 가슴에 확실한 사랑의 도장을 찍어

이 세상 끝까지 나만 사랑한다면 확실하게 붙잡아

.....

너만 사랑하는 내 가슴에 이름표를 붙여줘~~


선균아! 이 노래 가사 생각나? 가수 현철이 부른 '사랑의 이름표'란 노래야. 너 어릴 때 유행했는데 기억할지 모르겠구나. 아니, 중년 아저씨가 부른 노래라 별 관심 없었다구? 응응, 알아. 나도 그랬는데 훅 떠오르더니 며칠간 떠나질 않아. "이름표를 붙여 내 가슴에 확실한 사랑의 도장을 찍어~~" 많이 들은 거 같지 않아? 한 사람을 향한 사랑의 마음을 이름표로 표현했잖아. 난 너만 사랑하니까 내 가슴에 네 이름표를 딱 붙여 줘. 확실하게 표시하자 이래. 캬~ 유행가의 맛은 역시 통속적이고 쉬운 노랫말 아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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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바로 내 가슴에 이름표로 왔어 선균아!


지난 주말 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 '416생명안전공원 시민문화제'에서 말이야. 별이 된 너희 250명의 이름표가 250명의 시민들 가슴에 하나씩 붙여졌단다. 내 가슴에 달린 이름표가 바로 '박선균'이었어. 거기서 이 노래가 생각났지 뭐니. "이름표를 붙여 내 가슴에~~" 나도 모르게 꺾으며 흥얼거렸는데 혹시 들었니 선균아? 네 이름표가 붙여진 내 가슴엔 딱 너만 있었거든. 416합창단으로 '조율'을 노래할 때도, 시민들과 함께 '다 함께 만들어요 416생명안전공원'을 노래할 때도 말이야. 내게 이름표로 붙여진 이름, 선균이를 다시 부른다.


아빠를 닮아 손으로 만지고 만드는 걸 잘하는 선균. 두 살 위 형과 참 잘 지내는 선균. 공학도를 꿈꾸는 열정적 로봇 동아리 활동가, 로봇 대회에 출전한 ‘액션가면’ 팀으로선균. 뭐든 척척 잘 고치는 '똑딱이 아빠' 선균. 고1 가을 교내 UCC 대회에서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영상물로 민석 종영 승현과 함께 금상을 받은 선균.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을 개근한 선균. 고1 동안 성적이 껑충껑충 오르면서도 2학년 땐 로봇동아리 회장이 된 선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랑 책임을 맡는 것의 차이를 잘 알고 열심히 리더십을 키우는 선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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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수학여행을 떠난 선균아!


초등학교 땐 수학여행 교통사고 소식 때문에 수학여행이 취소되었고 중학교 땐 전염병 사스로 취소되었지. 과학의 날 행사 준비에 쫓겼지만 너는 첫 수학여행을 설레며 떠났지. 4월 16일이 아빠 생신, 제주도 선물로 축하해 드리고 싶었지. 평소 학교 갔다 오면 친구처럼 하이파이브하는 아빠. 당신의 중고 기계 상사에서 아르바이트하게 해주시며 네 꿈과 공부를 물심양면으로 지지하신 아빠. 네 성적이 오르는 만큼 용돈도 팍팍 올려주시며 격려를 아끼지 않은 아빠. 아, 아빠의 생일날은 그만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날이 되었구나. 미안해 선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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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뿐인 인생 잘 살자, 재미있게 살자, 좌절하지 말자, 열심히 살자! 아자!"


와~ 선균아! 네 인생 좌우명이 이름표처럼 내 가슴에 또 붙여졌어. 너는 10대에 어떻게 이런 인생의 핵심을 깨달았니? 재미있게 살되 현실적인 안목도 놓치지 않았구나. 요즘 같은 가을, 이 퇴행의 정치를 견딜 힘을 주는구나. 인생은 어쨌거나 단 한 번뿐, 그래서 더 안타깝고 아름답고 소중한 것. 열심히 살되 좌절하지 않기, 그러니 재미있게 살라고 선균이가 용기를 주는구나. 그래 선균아. 별이 된 너희의 보금자리가 될 생명안전공원은 10주기가 지나도록 아직 첫삽도 못 뜨고 있어. 두 눈 똑똑히 지켜보며, 수없이 분노했어. 그러나 좌절하지 않기, 즐기며 계속 나아가기. 시민문화제를 하면서 그런 마음을 다질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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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균아! 계속해서 내 가슴에 떠나지 않는 이름표로 있어 주렴. 잊지 않고자, 가만히 있지 않고자, '사랑의 이름표'를 불러 볼게. 2절 가사 좀 봐. 내 가슴에 확실한 도장을 찍어 이 세상 끝까지 함께 가자는구나. 우리가 별이 된 너희를 생각하며 외치는 구호 같지 않니? "끝까지 진상 규명, 끝까지 책임자 처벌!" 그래, 끝까지 함께 갈 수 있게, 선균아! 좌절하지 않고 재미있게 살도록 할게. 내 가슴에 확실한 이름표 박선균. 넘넘 보고 싶어!


이름표를 붙여 내 가슴에 확실한 사랑의 도장을 찍어

이 세상 끝까지 함께 갈 수 있다면 확실하게 붙잡아

.....

너만 사랑하는 내 가슴에 이름표를 붙여줘~~



(세월호로 별이 된 단원고 2학년 8반 박선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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