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성星 빛날 빈彬, 너는 딸이기 전에 스승이었다

세월호로 별이 된 단원고 2학년 1반 박성빈에게

by 꿀벌 김화숙

박 성빈(별 성星 빛날 빈彬)

너의 이름의 뜻을 이어받아

세상을 바꾸고 빛낼 별들이

박성빈 국제 인재학교에서 자라고 있다.



별 성星 빛날 빈彬 성빈아!

하늘의 별이 되어 반짝이는 성빈아!


며칠 전 ‘별을 품은 사람들’과 함께 부곡동 하늘공원에 다녀왔단다. 세월호의 별들로 가득한 곳에서 별이 된 너희들을 만나고 대화하는 시간이었지. 추모벽 앞에 서니 걸음을 옮기기가 어려웠어. 사진으로, 이름표로, 꽃으로, 교복으로, 그리고 가지가지 글로 너희가 인사하고 말을 걸었거든. 이즈음에 생일이 든 별들이 특히 빛나더구나. 별 성 빛날 빈, 성빈이 별 앞에 한참 머물렀어. '박성빈 국제 인재학교'란 문구가 내 눈에 훅 들어왔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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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름을 딴 '박성빈 국제 인재학교'가 참 반갑구나.


보습학원을 하시는 엄마와 아빠가 네 이름을 걸고 시작하신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장학사업이구나. 10년 전 세월호로 부모님은 사랑하는 딸 성빈이와 학원 제자 4명을 잃으셨구나. 당시 유학 중이던 다섯 살 위 언니는 급귀국해야 했지. 네 생일인 12월 4일에 '박성빈 국제인재학교'는 다문화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구나. 세계 각지에서 태어나 살다가 중도 입국해서 안산에 정착한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는 학교지.


학원 한편에 네 사진이 놓인 책상에 대해 엄마가 말씀하시는구나.


“아이들이 저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요. 알아서. 몰래 담배 피우고 공부하기 싫어서 열심히 하다가 한 번씩 그러거든요. 그럴 때 저 책상이 아이들에게는 마음을 잡게 하는 등대 같은 역할도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성빈이가 지금도 같이 공부하고 있고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도 같이 여기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건데... 지금 여기 있는 아이들에게는 그런 의미가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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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성 빛날 빈 성빈아!


"내가 18년간 보아 온 너는 딸이기 이전에 나의 스승이었다."


네 약전의 첫 문장이야. 성빈이를 키우며 느낀 아빠의 사랑 고백이야. 아빠는 너를 가르치되 네게 배우는 멋진 분이셨구나. 네 약전 제목 "깊고 넓은 우주,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우리 딸"도 아빠 마음을 표현한 것 같지? 너라는 우주는 무한하게 확장되는 세계였지. 공부를 잘하고 좋아하는 너, 다섯 살 많은 언니를 좋아하고 따르면서도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성빈. "언니는 미국에서 공부 열심히 하니 나는 한국에서 공부 열심히 하겠어."라며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쭉 장학금을 받았구나.


너와 아빠가 머리를 맞대고 수학 공부하는 장면이 참 보기 좋았어. 네가 스스로 문제를 풀어낼 때마다 입시학원 고등 수학 선생님인 아빠도 놀랄 정도였지. 기발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풀고, 여러 각도에서 생각하고, 아빠의 설명을 수용하면서도 스스로 사고했구나. 깊이 있는 질문을 만들어 쉼 없이 질문하며 공부하는 성빈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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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넓은 우주 성빈아!


너는 공부만 잘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가 아니구나. 늘 세상과 다른 사람에 관심갖고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었어. 세상엔 왜 빈부격차가 이렇게 심한 걸까?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다 함께 잘 살 수 있을까? 너는 질문했지. 엄마가 학원에서 성빈이를 위해 삼각김밥과 귤을 주셔도 넌 친구를 두고 혼자 먹는 법이 없었지. 엄마가 한꺼번에 많이 사주신 스타킹을 필요한 친구한테 나눠 주고 준비물을 하나씩 더 챙겨가서 못 가져온 아이들에게 주었지.


너는 인도 여행에서 특히 강한 깨달음을 얻었구나. 길 하나 사이에 두고 극한 부자와 지독히 가난한 사람들이 나눠져서 사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지. 다 쓰러져가는 집에 아프고 병든 사람들이 살고 있었지. 너는 묻고 또 물었지. 똑같은 사람인데 왜 이렇게 차별받는 거예요? 엄마, 내가 커서 어떻게 이런 심한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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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네 꿈은 법조인이 되었구나. 사회 부정의의 근원을 알고 사회 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어려운 사람들의 편에 서서 일하는 정의로운 법관. 역사의식을 가지고 현실을 보는 사람. 그 꿈에 이끌리는 너는 아주 계획적이고 적극적인 목표를 정해 공부하는구나. 1. 모의고사 AII 1 찍기! 2. 독서량 100권 (1년에)! 세상에~~ All 1등급도 어려운데 책을 1년에 100권이라니. 아, 너는 틀림없이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같은 법관이 되었을 텐데....


그뿐 아니라 너는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방향도 잊지 않더구나. 예를 들어 볼까? 약한 친구를 따돌리는 주동자들이 어느 날 너를 화장실로 불러서 말했지. 왕따 친구랑 어울리면 너도 따돌림당할 거라고. 그때 성빈이는 또박또박 말하더구나. "그래, 나도 왕따시켜!" 굴하지 않는 네게 그 아이가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됐구나.


그래, 별 성 빛날 빈 성빈아!

하늘에서 별로 땅에서는 박성빈 국제 인재학교로 계속 빛나거라.

성빈아 잊지 않을게.



(세월호로 별이 된 단원고 2학년 1반 박성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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