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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Dec 23. 2020

2주 단식 후 보호식 10일, 여자는 생강이 전부다

생강은 효능이 100 가지라면 부작용은 1도 안 되는 식품이다.


보호식 7일 차에 조금 더 맑은 정신으로 소식을 지켰다.


지난 4일간 쑥쑥 잘 누던 아침 똥을 못 눈 하루였기 때문이다.

뭐, 그만 일로 찔려 할 게 뭐람. 하루 이틀 정도 쉬었다 눌 수도 있지.

넘 진지한 거 아냐? 누가 아니래.



 그러나 단식 후 보호식의 가장 큰 어려움이 뭐겠나. 어떻게 잘 조리하느냐, 영양적으로 갖춰 먹느냐, 이딴 거보단 곤죽이 되게 씹고 천천히, 소식하는 것. 그게 첫째고 둘째고 셋째 중요한 원칙이다. 6년 전 3주 단식 후 보호식 3주 때 했던 시행착오를 내 몸은 기억하고 있다. 몸이 알아서 반응한다면 과장이겠지.(그땐 3주 보호식 이후 변비와 복부가스로 힘든 기간이 있었다. 과식 때문이었던 듯.) 일단은 장기에 부담을 덜 주는 쪽으로 먹는 거다. 까이꺼 굶고도 버텼는데, 어쨌거나 소식. 못 할 게 뭐냐고~~~.



아침은 역시 산야초 효소 물만 두 잔 마셨다. 출출하면 연하게 끓인 따뜻한 보리 대추차에 레몬즙 조금 떨어뜨려 마셨다. 점심은 청국장에 녹차 현미 가래떡을 넣어 뭉근히 익힌 떡볶이 2/3 공기 될락 말락, 사과 1개로 단순하게 먹었다. 50분간 씹어서 천천히 도를 닦으며. 저녁도 같은 떡볶이 1/2 공기로 줄이고, 부드러운 채소 전골과 작은 바나나 1개 먹었다. 너~~무 아쉬워~~! 못 참고 채소 전골 같은 양으로 과감히 한 번 더 먹었다! 물러 터진 채소니께. 역시 50분간 씹어서.



8일 차 새 월요일 아침 내 똥은 어땠을까? 


물론! 아침에 이틀 분량의 빅 똥을 시원하게 눴다! 음~~~ 역시 이 맛이야! 먹는 얘기 하면서 이건 뭐.... 좀 TMI 지만, 용서를! 빅 똥의 전반부는 아름답게 덩이진 황금똥에 가까웠고 후반 분량은 아직 무른 형태였다. 캬~~ 정확히 이틀 치를 소급하더라는 그 정직함, 이 만족감! 물 내릴 때? 당근 아직 풀어지는 뒤끝이었다.



기분 좋으니 끄덕끄덕!

자~~ 그럼 오늘은 기죽지 말고 즐겁게 먹자!


점심은 한 끼 분량 특선실에 뒀던 기장 죽 밥통에 데우니 1/2 공기다. 엊저녁의 채소 전골 한 공기 가득 담고, 단감 홍시 1, 고수, 쌈장 살짝 묻은 호박씨, 구운 마늘 2쪽 먹었다. 45분간 음미하며 씹었다. 내 튼튼한 어금니 정말 고맙다. 씹고 또 씹고. 저녁은 동지팥죽 2/3 공기, 바나나 작은 거 1/2, 백김치, 비트, 콩나물, 시금치, 모두 조금씩 맛봤다. 작은 생김 조각, 쌈장 호박씨에 구운 마늘 3쪽 먹었다.



아~~ 왜 이리 맛있는 거야~~~ 45분간 씹어 먹다 보면 이 정도 양에도 포만감이 든다는 게 기쁘고도 섭섭하다. 마음은 계속 이 곱절을 더 먹으래도 먹을 수 있겠는데, 이미 만족스럽기도 하니 아쉬움이다. 향신료인 마늘을 처음으로 두 쪽 먹었다는 것, 마른 생 김에 채소를 싸서 꼭꼭 씹어 먹었다는 데 의미 부여했다. 처음으로 후식에도 살짝 끼어든 날이었다. 덕이랑 딸이 먹는 강냉이 몇 알씩 조청이랑 떠먹었다. 물론 곤죽으로 씹다 보니 50분 넘겼다!



9일 차 아침에도 아름다운 빅 똥을 쑤욱 눴다. 똥 굵기, 모양, 색깔, 그리고 덩이진 정도까지 점점 똥 다워져 가고 있었다. 물 내리니 무른 뒤끝이 풀어지는 걸 나는 똑똑히 변기 앞에 서서 지켜보았다. 음~~ 아직 보호식 기간 맞군. 단식을 하긴 한 거야. 장기는 얼마나 똑똑하고 정직한가! 혀를 내두르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푹 쉬고 깨끗이 정화된 내 장기들은 결코 전투적인 강제 노역엔 뜻이 없는 거다. 품위 있게, 자연스럽게, 제 몸에 맞게 일하는 거다.



보호식의 중요성! 알겠습니다!

단식의 효과는 보호식이 70% 결정한다.

언제나 내 몸이 옳습니다!

내 몸이 가장 훌륭한 의사입니다!

경례!



점심은 남은 청국장 떡볶이를 밥통에 데우니 1/2 공기, 맑은 무 콩나물국 2/3 공기, 백김치, 생 김, 검정콩, 쌈장 호박씨, 구운 마늘 2, 그리고 대봉감 홍시 작은 거 1개 먹었다. 50분간. 저녁은 팥죽 2/3 공기, 맑은 무 콩나물국 1/2 공기, 백김치, 생 김 조각, 시금치나물, 구운 마늘 2, 생강 피클 3쪽 먹었다. 보호식 이후 처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생강 피클을 꺼내 먹은 날이었다. 생강이 매운맛이라 싫어하는 사람들 있지만 피클로 먹으면 얼마나 맛난지 알랑가!






소화를 돕고 체온을 올려 주는 좋은 식품 생강. 나는 생강 마니아라 불리길 두려워하지 않는다. 생강을 어떻게 좋아할 수 있냐고? 좋은 걸 어떻게 안 좋아할 수가 있지? 내친김에 내가 좋아하는 생강 이야기를 조금 떠벌여야겠다.




생강은 효능이 100 가지라면 부작용은 1도 안 되는 식품이다. 뱃속에 궤양이 있다거나 아픈 데가 있는 사람이라면 조심하는 게 좋다는 정도? 생강만 그런가? 자극적인 식품들 다 그런 정도다. 나는 보호식 끝날 때까지 생강을 못 먹을 이유를 도저히 찾지 못하겠다며, 9일 차에 드디어 몇 쪽 먹었다.



조각으로 썰어 피클로 조금씩 먹는 게 내겐 가장 맛있다. 가루 생강은 조리에 조금씩 쓴다. 맛과 효능은 살아 있으되 음식에 흔적 없이 섞여 들어가는 게 장점이다. 다진 생강 큐브를 얼려 두고 차로 우려먹기도 하고 고명으로도 즐겨 쓴다. 조림에 갈린 생각 입자를 최종적으로 넣어 보라. 풍미가 쥐긴다. 생강 철에 한꺼번에 많이 작업해 두면 좋은데, 올핸 글 쓰는 게으른 주부로다.



생강이 기침감기에 좋다는 건 상식인 거 같다. 풍기, 냉기, 습기를 제하는 성질 때문이다. 체온 유지를 생각한다면, 어쩌다 대증적인 약 먹듯 하기보단 상시 조금씩 식품으로 먹는 게 좋다. 진저롤과 쇼가올 성분 때문에 항암 또는 암 예방 식품으로 빠지지 않는 게 생강이다. 관절염에 좋고 몸의 통증을 완화한다. 땀 소변 배출 도와주면서도 열을 내니 부기 빠지는 건 당연지사. 뇌를 튼튼하게 하고 혈중 콜레스테롤도 억제한다.



오죽하면 생강홍차 다이어트 책이 나왔겠나. 책을 찾아보면 알게 될 것이다. 생강이 그렇게 대단한 거였어? 내가 본 생강 또는 생강 홍차 관련 책만 해도 다 언급하기 힘들 정도로 리스트가 길다. 생강과 나의 첫 만남은 이시하라 유미의 <여자는 생강이 전부다>라는 책이었다.



이시하라 유미는 일본의 건강 서적 전문 작가다. 암, 건강, 다이어트, 체온, 공복, 단식, 해독법, 운동, 혈액, 면역, 생강, 여자 등등. 이분은 건강 주제로 안 쓰는 책이 없다고 보면 된다. 다작이지만 책마다 아주 전문성과 실용성이 탁월해서 나도 매번 놀라며 읽는다. 암 수술 후 자연치유를 하겠다며 건강 코너 책 사냥하던 초기에 만난 작가이면서 끊임없이 또 만나게 되는 이시하라 유미였다.



이건 뭐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하는 게 좋은 책이요 좋은 작가겠다.



궁금증을 자아내고, 아하 내가 아는 게 아니었구나, 결국 읽게 만드는 그런 책을 줄줄이 써내는 작가다. 건강을 생각하며 책을 찾아본 사람이라면 그의 책 한 권쯤 얻어걸리지 않을 수 없었을 거다. 내게 집필 의지를 불러일키더라면? 믿거나 말거나. 하여간 '여자는 생강이 전부'라는데 나는 안 읽어 볼 재간이 없었다.



생강을 '영접하는' 계기였다는 말을, 그래서 생강이 좋다는 소릴 길게 했다.


같은 책이 처음 나왔을 땐 <생강이 여자 몸을 살린다>라는 제목이었다는 건 참고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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