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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Jan 08. 2021

돼지감자, 생강, 강황, 그리고 고수?

내가 먹는 게 곧 내 몸이다. 자연스럽고 단순한 것이 좋다!


고수 좋아하나요?

고수 빼 주세요!

생강에 강황을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돼지감자는 무슨 맛으로 먹나요?


돼지감자, 생강, 그리고 고수가 어우러져 피클이 되었다.




<여자는 생강이 전부다>(이시하라 유미, 황금부엉이, 2014)로 생강 이야기는 했으니 오늘은 돼지감자와 고수가 주인공인 셈이다. 돼지감자 고수 생강 피클, 또는 생강 돼지감자 고수 피클. 아니면, 뚱. 고. 생. 피클! 이름 어떤가? 아삭아삭 순한 맛 돼지감자가 매콤 쌉쌀한 생강과 최강 향기 고수와 어우러지면 어떤 하모니가 탄생할까. 돼지감자는 생강 고수 맛과 향을 머금을 때, 생강은 조금 순해지며 풍미가 더 좋은 예술작품이 된다.



돼지감자는 생긴 게 진짜 울퉁불퉁 뚱딴지같다.

'뚱딴지'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돼지감자, 솔직히 이름 때문에 더 좋아한다.



잎 줄기가 번식력이 큰 해바라기 속의 식물. 논 밭, 하수구 주변 등 아무 데서나 자라 노란 꽃이 피니 한 번 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꽃은 차로도 마신다. 꽃말이 '미덕, 음덕'이란다. 푸하핫! 상황을 가리지 않고 엉뚱한 데서 개념 없이 튀어나오는 사람이나 행동을 뚱딴지같다고 한다. '철이 없다'라는 뜻도 되는데, 돼지감자가 가진 야성의 힘과 감자의 음덕, 그리고 자유로움에 참 어울리는 이름, 뚱딴지다.




감자처럼 돼지감자도 흰색 자주색 두 종류가 있다. 돼지감자엔 '이눌린'이라는 천연 인슐린이 들어있다. 감자의 약 75배나 많단다. 식후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게 돼지감자 효능 1번이다. 콜레스테롤 개선, 원활한 배변 활동에도 좋다. 탄수화물(15.1%), 단백질(1.9%), 비타민C, 칼륨 등의 무기질에 철분도 풍부해 면역력 증진과 피로 해소에 아주 좋다. 열량은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 건강에 좋다. 생으로도, 익혀서도 먹고, 말려서 차로 끓여 먹으면 아주 구수하고 맛있다.



돼지감자를 씹어 먹어 보면 알게 된다. 섬유소 덩어리란 걸. 변비 해소하고 독소를 배출해 장 건강을 도와준다. 다이어트 식품으로 제격이다. 장에 좋으니 피부를 좋게 하고 노화 방지하며 면역력 높여 준다. 뼈도 튼튼하게 한다니 성장기 아이, 노인에게나 여성 모두에게 다 좋은 식품이다. 돼지감자는 껍질에도 영양이 풍부하기 때문에 깨끗이 씻어 껍질 그대로 먹는 게 좋다. 나도 피클에 자주색 돼지감자를 껍질 그대로 썼다.





피클 물이야 취향대로 만들면 된다. 나는 기분 따라 뭐든 넣어 실험하기 좋아한다. 그래서 특별히 레시피 입네, 제시할 게 없다. 기본은 집간장, 매실효소, 식초, 그리고 물이겠다. 먹기 좋게 썬 재료에 끓인 피클물을 부어 섞어 준다. 좀 식으면 고수를 넣는다. 고수를 처음부터 넣지 않는 건 색깔과 풍미를 생각해서다. 생강의 매운맛과 덤덤한 돼지감자에 고수 향이 배어든다. 맛과 향뿐 아니라 보관과 소화 흡수에도 더 좋은 피클이 된다.



피클이 식을 동안 뜨거운 물에 소독해 준비해 둔 병을 준비해 둔다. 상온에 오래 두고 먹을 거면 피클 병뚜껑을 닫고 뜨거운 물에 담가 공기를 빼는 게 좋다. 냉장고에 보관할 거라면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피클이 완전히 식으면 병뚜껑을 닫고 냉장보관하면 된다. 꺼내 먹기 좋게 작은 병 여러 개로 하나씩 비우는 게 좋겠다.






고수(Coriander) 사랑, 자연식 사랑 좀 늘어놓고 마무리해야겠다.





고수는 주로 동남아에서 먹는 줄 알지만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먹는 향신료 허브다. 한국과 일본에서만 예외로 호불호가 갈린다. 깻잎, 미나리, 각종 산나물도 향이 역해 못 먹는 사람들 있을 것이다. 어떤 연구에 의하면 후각이 그렇게 태어난 거란 설도 있다. 오죽하면 "고수 빼고 주세요!"를 외워 여행 가겠는가. 샐러드와 생채로, 고기와 생선 요리에, 수프와 찌게 등 만능으로 쓰이는 고수. 고수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고수 안 먹으면 도대체 고수 먹는 나라 가서 먹을 게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다.



내가 먹는 게 곧 내 몸이다. 자연스럽고 단순한 것이 좋다!




내가 고수를 좋아하게 된 건 암 수술 후 자연식 덕분이었다. 자연치유하자니 식생활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양념에 칠갑된 육해공 지지고 볶고 튀긴 가공식 대신, 가장 자연에 가깝게 먹고자 했다. 채식 중심이 되고, 생 채소 과일 통곡물 콩류를 골고루 먹게 됐다. 이 과정에 허브와 향기 나는 채소는 아주 중요했다. 인공의 어떤 약도 없이 몸이 필요한 해독과 소화 흡수와 체온 유지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수술 첫해와 이듬해엔 <약이 되는 우리 풀·꽃·나무 1,2> 책을 들고 산에 다니는 재미를 누렸다. (봄이 오면 이 이야기는 차차 자세히 쓰기로 한다.)




고수의 효능 1번은 소화를 촉진하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데 있다.


해독작용, 식중독 예방, 부패 방지에 기여하는 고마운 풀이다. 염증을 치료하니 해열작용, 감기 예방하고 면역력을 높여 준다. 피부 미용에 좋은 건 말할 필요도 없다. 고수는 푸른 잎 줄기만 아니라 뿌리와 열매까지 다 먹을 수 있다. 고수 씨앗을 양념으로 써 보라. 쥐긴다. 잎을 말려서 카레와 함께 쓰기도 한다. 비타민C, 칼륨, 칼슘 이 풍부하다. 입 냄새 제거에도 좋고 심신을 안정시키며, 식욕을 증진한다. 리날울 제날리올 등의 정유 성분 때문에 빈대 풀이라고도 불린다.



아~~ 고수!! 나는 네가 너~~~무 좋아!!

고수의 꽃말이 '지혜'요 '아름다운 점'이라니 더더욱 마음에 든다.



고수 이야기 하다 보니 채소들이 꼬리를 물고 입이 근질근질다. 고수 사촌인 양 늘 같이 사게 되는 딜(Deal)이 먼저 떠오른다. 향기로 말하자면 막상막하다. 샐러리는 어떻고. 미나리, 쑥갓, 온갖 쌈 채소며 허브들. 아~~ 고마운 자연식이여! 사시사철, 향기 나는 채소를 보고 즐기는 것만으로도 이미 치유다! 어제도 오랜만에 친구랑 월남 국수로 점심 먹을 때, 나는 고수를 세 번이나 더 청했다! 물론 고기 해물은 빼고 해달라고 주문했다.



올봄에는 햇볕 좋은 옥상에 화분을 놓고 고수 씨를 뿌려 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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